[슬기로운 불교생활] 초심자를 위한 스님의 당부

소중한 불연(佛緣)…정진 통해 스스로 빛나라 스님·도반들과 점검 과정 필요 수행 통해 좋은 습관 익히기도 명상·염불·사경·봉사 생활화 보시와 십선 실천해 마음 정화

2025-01-02     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자우 스님
조계종이 9월 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한 ‘2024 국제선명상대회 불교도대법회’에서 3만 5000여 불자를 대상으로 ‘국민오계 수계법회’를 봉행했다. 팔을 걷어 올려 수계법사스님에게 연비를 받은 불자들은 자신의 마음 평안과 모두의 평화를 위해 국민오계를 잘 받들어 지킬 것을 다짐했다. 사진출처=현대불교신문 DB

을사년 새해가 시작되는 아침. 새해맞이 새벽예불을 올리기 위해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법당에 도착한다. 새해 아침을 거룩한 합장으로 부처님과 가르침과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 성스러운 승가에 예경을 올리고 발원을 올린다. 하얀 떡국 한 그릇을 따뜻하게 먹고 서대문구의 해돋이 명소인 ‘안산’을 향해 어둠을 뚫고 나아간다. 겨울 아침의 추위를 막을 두꺼운 옷을 입고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등산스틱과 아이젠으로 무장하고 산에 오른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 아직은 깜깜한 어둠의 길이지만, 이곳저곳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사람들이 반갑고 의지가 된다. 어두워 손전등을 비추며 걷다 산중턱에 오르니 땅이 얼어 더 조심조심 걷는다. 

짙은 어둠이 없으면 새벽이 오지 않듯이 삶의 여정 속에 깊은 고민과 고통을 직면할 때 지혜의 빛은 여명처럼 서서히 드러난다. 하지만, 일상이 바쁘고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 허우적거리는 현대인들은 고통속에 빠져있음을 스스로 알아차리기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욕심이 채워지지 않아 괴로운 삶, 상대에 대한 분노로 몸둘바를 모르는 모습들, 인과에 대한 알아차림 없이 남만 탓하게 되는 상황을 만나면서 인생은 혼돈 속에 갖혀 버리곤 한다. 이러한 혼돈의 원인을 명확히 알려주고 그 힘겨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친절하게 제시해주는 불교가 좋아 출가자의 길을 나는 걷고 있다. 새해에는 혼돈과 갈등속에서 시원하게 그 원인을 찾고 이해와 배려의 따뜻함으로 가슴을 채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불교의 인기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들과 이야기 해보면 불교는 마음을 쉬게 해 주고 강요하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공부하고 신앙생활을 이어나갈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불교를 처음 접하고 길을 묻는 이들에게 나는 여섯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먼저, 부처님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스님이나 지도자를 만나보면 좋겠다. 산에 올라 본 사람이라면 고생 덜하고 정상으로 올라 가는 길을 알고 있다. 마음 수행을 깊게 해 본 사람은 거친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는지 알려줄 수 있다. 나의 경우는 마음이 불안하거나 화가 날 때 관세음보살 혹은 아미타불을 염송하면 금방 편안해지고 관세음 혹은 아미타불이 되어 중생을 돌보고 싶은 자비심이 샘솟는다. 명호를 부르는 순간 밖으로 나갔던 마음이 현재로 돌아오고 어머니를 만나듯 중생들이 행복하도록 돌보아 주시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좋아하는 불보살님 명호를 염송하면 즐거운 설렘으로 힘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둘째로 자주 갈 수 있는 가까운 사찰을 찾아보면 좋겠다. 사찰에 가면 좋은 말씀을 들을 수 있고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을 통해 나쁜 업을 바꿀 수 있다.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익히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왜냐면 나쁜 습관으로 인해 고통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수행은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래서 과거 일곱 부처님이 강조하신 ‘모든 악을 짓지 말고 모든 선을 행하라(諸惡莫作 衆善奉行)’는 말씀은 귀히 여겨지고 모든 수행의 지침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 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수행의 장소인 사찰에 자주 가서 부처님께 삼배의 예경을 올리고 명상, 염불, 108배, 사경, 봉사등을 꾸준히 하다보면 긍정의 힘이 생기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이는 1700년의 유구한 불교의 역사 속 수많은 선지식들의 혜안(慧眼)으로 제안된 수행의 지름길이 우리에게는 이미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얼마나 고마운 재산인가? 그리고 사찰을 선택할 때는 이왕이면 불교입문 강좌나 일요법회를 통해 마음수행의 이론과 실천을 동시에 할수 있는 곳이면 더욱 좋다. 사찰예절과 의미, 사찰의 구조, 부처님의 일생, 사찰문화등 기초를 배운다면 사찰의 모든 것이 마음수행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는 새로운 안목이 열릴 것이다. 

셋째로 일과 수행을 통해 좋은 습관을 익혀보면 좋겠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구체적이고 부담없는 실천가능한 수행을 선정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 부처님께 삼배하기, 지혜의 말씀 한 페이지 읽기, 명상 5분하기, 칭찬하기, 염불 5분하기, 유튜브로 좋은 법문 5분 듣기 등등 명철한 지혜와 자비를 성장시킬수 있는 일과수행을 결정하고 3일, 7일, 21일, 49일, 100일 기간을 정해 놓고 해보는 것이다. 

나의 수행은 누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스스로 해야하고 나만이 나를 바꿀 수 있다. 사람은 육근(눈, 귀, 코, 혀, 몸, 의식)으로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몸과 마음이 형성된다. 좋은 음식을 먹어야 건강한 몸이 만들어지듯이 육근을 맑고 아름다운 것들로 채워나갈 때 마음의 힘이 생기고 그 어떤 어려움도 두렵지 않은 용기가 생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듯이 작은 수행이라도 조금씩 실천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지혜의 빛이 조금씩 드러남을 알게 된다.

넷째는 함께 수행하는 좋은 도반을 찾아보면 좋겠다. 혼자서 걷는 길은 종종 지루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걸으면 그 길은 즐거움이 된다. 정기적으로 함께 기도 수행하며 수행의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격려하고 점검해 나가다 보면 수행이 즐겁고 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하기에 부처님께서는 도반이 수행의 전부라고 하셨다. 어떤 도반과 함께 길을 가느냐에 따라 지혜가 성장하기도 어리석음이 깊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어리석음과 게으름을 서로 탁마하며 걸을 수 있는 도반을 만났다면 당신은 서로의 어둠을 비춰주는 등대를 만난 행운아임이 분명하다.

다섯째는, 보시의 습관을 길러보면 좋겠다.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마음을 정화하는데는 보시만한 것이 없다. 불교에서는 모든 고통의 근본을 욕심으로 본다. 욕심 때문에 많은 문제들이 생긴다. 욕심을 내려 놓는 수행이 바로 보시다. 보시를 하다보면 탐욕이 줄어들고 보시한 만큼의 자비가 생기고 자비는 환희심과 지혜의 빛을 열어준다. 보시에는 재시(財施), 법시(法施), 무외시(無畏施)가 있는데 재물보시는 돈이나 물건을 보시하는 것이고 법보시는 지혜의 말씀으로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이며 무외시는 타인의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이다. 또한 재물 없이도 할 수있는 일곱가지 보시 즉 무재칠시(無財七施)가 있는데 환한 미소로 남을 대하는 화안시(和顔施) 칭찬의 말 위로의 말을 하는 언시(言施), 따뜻한 마음을 주는 심시(心施), 사랑을 담은 눈으로 베푸는 안시(眼施), 몸으로 도와주는 신시(身施), 자리를 양보하는 좌시(坐施),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알아서 도와주는 찰시(察施)가 있다. 평소 인연에 따라 할 수 있는 보시를 하다 보면 마음의 여유와 평화가 생기고 마음이 따뜻해지고 넓어짐을 스스로 느낄 수 있다.
여섯째로는 수계를 받고 평소 십선을 실천하도록 노력하면 좋겠다.

불교입문과정을 수료하면 수계식을 통해 삶의 지침이 되는 법명을 받게 되는데 이때 오계(불살생, 불투도, 불사음, 불망어, 불음주) 지킬 것을 약속한다. 더 나아가 열가지 악한 행동인 십악으로 살생, 투도, 사음, 망어, 기어, 양설, 악구, 욕심, 성냄, 어리석음을 참회하고 십선인 방생, 보시, 청정행, 진실한 말, 바른 말, 화합의 말, 부드러운 말, 지혜 등을 실천하도록 노력하면 좋겠다. 이런 노력은 번뇌를 일으킬 거친 행동들을 미리 삼가도록 해 선정과 지혜가 자라게 될 밭을 마련하는 기초가 된다. 새해의 밝은 해를 만나기 위해 어둠 속 얼어붙은 땅을 조심조심 걷듯이 나의 삶을 어둡게 하는 행동들을 멈추고 따뜻한   옷으로 추위를 막듯 10가지 착한 행의 옷을 입을 때 수행은 완성되어 갈 것이다. 

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자우 스님 

수행이란 이렇듯 깨어있는 의식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 나갈 때만 가능하다. 부정의 마음을 긍정으로 바꾸고 어둠을 희망으로 바꾸는 일이 어떤 이에게는 불가능할 것 같겠지만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누구나 본래부터 부처님 성품이라 일컫는 밝은 지혜와 자비의 성품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에 올라 붉은 해를 보면 주변이 아름답게 물들고 아래로 세상이 환희 드러난다. 어둠을 없애는 수행 역시 주변에 온기를 주고 자신의 지혜를 밝혀준다. 천수경에 ‘백천만겁난조우(百千萬劫難遭遇)’이라는 구절이 있다. 지금 이 순간 불교를 만난다는 것은 백천만겁의 긴 세월을 지나 겨우 만난 인연이라는 것이다. 불법을 만난 소중한 인연에 감사하며 꾸준한 정진으로 새해에는 더 많은 사람이 밝고 맑은 지혜의 빛으로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