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불교생활] “부처님 말씀 한자 한자 쓰며 佛며 들었죠” 

신년기획 '찐불자' 인터뷰_정재현 달마사 청년회장 365일 네버엔딩 사경 수행 정진 사경한 '법구'들, 삶에 스며 들어 부단한 수행 정진의 비결, '법우' "포기하지 말고 계속 나아가길"

2025-01-02     김민재 기자
정재현 달마사 청년회장.

정재현 달마사 청년회장(24, 중앙대 대학원 석사과정)의 하루는 사경으로 시작하고 사경으로 끝난다. 피곤해도 예외는 없다. 또다시 책상을 펴고 붓펜을 든다. 20~30분. 짧다면 짧지만, 또 길다면 긴 시간이다. 부처님 가르침이니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한다. 그렇게 부처님 말씀을 따라 쓴지도 자그마치 365일, 꼬박 1년이다. 그가 1년 사이 필사한 경전은 총 3권, 부처님 친설이 담긴 <법구경>, 부모님 은혜를 설한 <부모은중경>, 집착하는 마음을 잠재우는 <우리말 금강경>이 그것이다. 

그가 이토록 열과 성을 다해 사경에 매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하루를 ‘알차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사경하기 전에는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뭔가를 놓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사경 수행을 시작한 이래로 그런 마음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되려 그날마다 쓴 부처님 말씀을 마음에서 되새기니, 내일을 또 열심히 살아갈 힘을 얻었다. 

정 회장에게 힘과 의지처가 되어준 경전의 법구(法句)들은 그의 삶도 바꾸어 놓았다. <부모은중경> 사경 때가 그랬다. 지방에 살던 그는 원하는 서울 소재 대학에 합격, 자취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본가에 하루 2~3번 전화할 만큼 자주 연락했다. 그러다 연락 횟수가 점점 줄더니 나중에는 거의 연락을 안 하게 됐다. 

그러나 <부모은중경>을 사경하면서 자연스레 부모님의 은혜를 곱씹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저절로 부모님 목소리를 찾게 됐다. 더 나아가 부모님에게 하는 말 한마디, 마음 씀씀이도 한 번씩 더 살피게 됐다. 그때 그는 느꼈다. 부처님 말씀은 그저 ‘좋은 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삶을 바꾸는 ‘생명력’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사경 중인 정재현 회장. 

“매일 사경하다 보니, 그 내용을 자연스럽게 되새기고 있더군요. 어느새 한 개 두 개씩, 그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제가 보였습니다. 그 순간 부처님 말씀은 더 이상 종이에 있지 않았어요. 어느새 제 삶과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생 신분으로 매일 시간을 내서 사경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녔다. 중간중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그를 지탱해 준 건 ‘법우’들 덕분이었다. 사경을 끝낼 때마다 서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은 그에게 큰 위로이자 다시 수행에 몰입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저희 달마사 사경 공동체는 네이버 밴드를 통해 하루의 사경을 인증합니다. 하루 사경을 회향할 때 그날의 소감이나 느꼈던 점을 남기기도 하고, 서로의 수행을 독려하기도 하는데요. 그게 수행하는데 정말 컸어요. 제 수행의 전부를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해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경을 이어온 정 회장은 이제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는 ‘불교적인 삶’을 살게 됐다. 그런 정 회장이 불교 초보들에게 건넨 조언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 것”이었다. 불교가 익숙하지 않은 언어들과 난해한 철학으로 되어있다고 겁먹을 필요 없다. 누구나 ‘처음’은 있다. 처음은 낯설고 어렵다. 하지만 시간을 쪼개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 불교에 스며들어 있을 거라고 그는 장담했다.

“일단 시작들 하셨죠? 그럼 포기하지 마세요. 중간에 멈추면 끝입니다. 계속 나아가세요. 그러다 보면 몸과 마음에 서서히 수행이 익어가게 될 겁니다. 그럼, 삶에서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는 행복을 알게 될 겁니다. 정말로요.” 

김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