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불교생활] “부처님 말씀 한자 한자 쓰며 佛며 들었죠”
신년기획 '찐불자' 인터뷰_정재현 달마사 청년회장 365일 네버엔딩 사경 수행 정진 사경한 '법구'들, 삶에 스며 들어 부단한 수행 정진의 비결, '법우' "포기하지 말고 계속 나아가길"
정재현 달마사 청년회장(24, 중앙대 대학원 석사과정)의 하루는 사경으로 시작하고 사경으로 끝난다. 피곤해도 예외는 없다. 또다시 책상을 펴고 붓펜을 든다. 20~30분. 짧다면 짧지만, 또 길다면 긴 시간이다. 부처님 가르침이니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다한다. 그렇게 부처님 말씀을 따라 쓴지도 자그마치 365일, 꼬박 1년이다. 그가 1년 사이 필사한 경전은 총 3권, 부처님 친설이 담긴 <법구경>, 부모님 은혜를 설한 <부모은중경>, 집착하는 마음을 잠재우는 <우리말 금강경>이 그것이다.
그가 이토록 열과 성을 다해 사경에 매진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하루를 ‘알차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사경하기 전에는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뭔가를 놓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사경 수행을 시작한 이래로 그런 마음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되려 그날마다 쓴 부처님 말씀을 마음에서 되새기니, 내일을 또 열심히 살아갈 힘을 얻었다.
정 회장에게 힘과 의지처가 되어준 경전의 법구(法句)들은 그의 삶도 바꾸어 놓았다. <부모은중경> 사경 때가 그랬다. 지방에 살던 그는 원하는 서울 소재 대학에 합격, 자취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본가에 하루 2~3번 전화할 만큼 자주 연락했다. 그러다 연락 횟수가 점점 줄더니 나중에는 거의 연락을 안 하게 됐다.
그러나 <부모은중경>을 사경하면서 자연스레 부모님의 은혜를 곱씹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저절로 부모님 목소리를 찾게 됐다. 더 나아가 부모님에게 하는 말 한마디, 마음 씀씀이도 한 번씩 더 살피게 됐다. 그때 그는 느꼈다. 부처님 말씀은 그저 ‘좋은 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삶을 바꾸는 ‘생명력’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매일 사경하다 보니, 그 내용을 자연스럽게 되새기고 있더군요. 어느새 한 개 두 개씩, 그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제가 보였습니다. 그 순간 부처님 말씀은 더 이상 종이에 있지 않았어요. 어느새 제 삶과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대학생 신분으로 매일 시간을 내서 사경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녔다. 중간중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그를 지탱해 준 건 ‘법우’들 덕분이었다. 사경을 끝낼 때마다 서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은 그에게 큰 위로이자 다시 수행에 몰입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저희 달마사 사경 공동체는 네이버 밴드를 통해 하루의 사경을 인증합니다. 하루 사경을 회향할 때 그날의 소감이나 느꼈던 점을 남기기도 하고, 서로의 수행을 독려하기도 하는데요. 그게 수행하는데 정말 컸어요. 제 수행의 전부를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해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경을 이어온 정 회장은 이제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는 ‘불교적인 삶’을 살게 됐다. 그런 정 회장이 불교 초보들에게 건넨 조언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 것”이었다. 불교가 익숙하지 않은 언어들과 난해한 철학으로 되어있다고 겁먹을 필요 없다. 누구나 ‘처음’은 있다. 처음은 낯설고 어렵다. 하지만 시간을 쪼개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 불교에 스며들어 있을 거라고 그는 장담했다.
“일단 시작들 하셨죠? 그럼 포기하지 마세요. 중간에 멈추면 끝입니다. 계속 나아가세요. 그러다 보면 몸과 마음에 서서히 수행이 익어가게 될 겁니다. 그럼, 삶에서 부처님 말씀을 실천하는 행복을 알게 될 겁니다. 정말로요.”
김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