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 법사의 안심뜰] 내 마음 마주할 때 진정한 자유 다가선다
23. 내 안의 우울을 어루만지며 마음의 문을 열자 ‘내가 만든 감옥’은 아상서 비롯 괴로움 원인 소멸하는 정진 필요
요즘 법회에서는 매주 20대들과의 만남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 맞닥뜨린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가고자 마음을 내고 자신의 시간을 낼 줄 아는 멋진 청년들과의 만남이 즐겁다.
내가 법회를 만났던 바로 그 나이 스물넷. 그들과 법당에 앉아 있다 보면 법회 문을 두드리고 법당에서 절하고 법문 듣던 스물넷의 내가 떠오른다. 얼마나 해야 할 게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20대인가? 요즘 20대는 높아진 등록금과 생활비로 인해 학업과 아르바이트 사이에서 정말 분주하게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다. 그런 와중에도 자신의 시간을 내서 법당을 찾아와 마음의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 그들의 삶에 대한 사랑과 내적 성장에 대한 열망을 보게 된다.
친한 친구에게 말하기 어렵고, 부모님께는 걱정 끼칠까 봐 더더욱 입을 열기 어려운 문제들로 고민되는 것을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위로가 된다. 문사수법회 법사로서의 만남 이전에 <나를 살리는 마음훈련법>의 저자 김영애, SNS상에서의 ‘무상무아’로 몇 년간 소통해온 인연이, 지금에 와서 싹을 틔우는 듯하다.
이 세상을 안심하며 살아가는 지혜를 공유하고 싶어서 불교와의 만남에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편안한 신앙에세이를 기획하고 쓴 책인데, 다행히도 책을 통해 40대의 주부들과 20대의 청년들과의 만남이 늘어가고 있다. 책과의 만남을 통해 부처님과 법회와의 만남으로 인례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기쁜 나날이다.
오전에 와서 함께 사시예불을 모시고 늦은 밤까지 대화하고 공부하다가 가는 친구들도 있고, 카페 알바를 마치고 저녁에 와서 늦은 밤까지 고민을 나누다 가는 대학생 친구도 있다. 행신역 바로 앞에 법회가 있다 보니, 어제는 간호사 일을 하는 친구가 퇴근하고 와서 요즘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상대의 기준에 맞추느라 자신을 너무 억누르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살면서 인간관계가 제일 힘든 거 같아요. 공부나 일은 제가 노력을 해서 어떻게 바꿔볼 방법이 있는데 사람 간의 문제, 그리고 마음의 문제는 제가 어떻게 해볼 여지가 없는 거 같아요. 내가 노력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돼요. 너무 상처를 잘 받으니까 자기방어를 하는 거 같아요. 서운해서 기분이 나빠도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에 표현을 못 해요. 내가 원하는 걸 얘기함으로써 상대와 불편해지는 걸 아예 시도하고 싶지 않아요. 마음에 안 들면 ‘신경 꺼야지’하고 스위치를 내려버려요. 스위치를 내려도 신경이 안 꺼지면, 신경 끌 수 있는 감정선까지 물을 다 퍼내는 기분이랄까요! 내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될 때까지 감정을 소모해버리고 그래도 안 되면 마음을 접고 관계를 단절해버려요.”
그녀는 상대에게 맞추느라 표현하지 않고 체념하고 마음 한편에 치워두면서 꾹꾹 눌러두는 습관이 만성화되어 자신이 힘든 것조차 인식을 못 하는 것 같았다. 노력해도 소용없다고 내 쪽에서 이미 단정을 내리고 있으면 대화를 안 하게 되어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아예 차단되는 게 아닌지 돌아보도록 여지를 주었다.
하심(下心)이 자연스레 되고 상대를 수용할 수 있는 내 마음의 그릇이 커서 상대에게 저절로 맞춰지는 게 아니었기에 염려가 되어, 내면에 억누르고 있는 화나 분노는 없는지 물었다.
“엄청 억눌러져 있어요. 툭 치면 눈물이 쏟아져요. 한번 울기 시작하면 엄청 울고요. 마치 물이 가득찬 그릇에 감정 한 방울이 딱 떨어지면 물이 와르르 쏟아지는 느낌이랄까요? 저도 저를 잘 모르겠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 어디에 뭐가 그렇게 쌓여있는지조차 잘 모르겠어요. 임시방편으로 몸을 움직이면 좀 잊어버리는 거 같아서 자꾸 일을 만들고 바쁘게 살려고 노력하는데, 혼자 있게 되어 사색하거나 여유가 생기면 우울해져요. 고등학교 때 성적이 좋은 편이었는데, 친한 친구가 ‘이번 시험에선 너만 이기면 돼’라고 했을 때 친구와 부딪히기가 싫어서 부러 시험을 못 본 적도 있어요.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나는 왜 타인을 위해 내 것을 희생하고 감수하며 억누르게 될까? 착한 사람 콤플렉스인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게다가 저는 많은 징크스를 갖고 있어요. 지금 행복한 만큼 미래가 불행해질 거라는 징크스. 그래서 나쁜 감정이 올라올 때면 미래의 불행을 막기 위해 지금의 행복을 한 스푼 덜어놓는다고 생각하고 참아버려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을 때 내가 먼저 말을 걸면 관계가 깨지고, 상대가 먼저 말을 걸어오면 좋은 관계가 될 거라는 징크스도 있어서, 친해지고 싶어도 먼저 말을 걸지 못해요.”
스스로 힘겨움을 감내하며 환자들을 돌보는 그녀가 안쓰럽고 대견했다. 오래된 우울감에서 그녀가 자유로워지길 진심으로 바라며, 내가 튼튼할 때 남도 잘 돌볼 수 있는 것이니, 앞으로는 문제를 회피하거나 체념하고 억눌러놨다가 나중에 터뜨리며 단절시켜버리기보다는 ‘내 안에 이런 마음이 있구나’하며 읽어주고 받아주며 수용해보길 권했다.
그리고 ‘징크스’라고 하는 ‘내가 만든 감옥’에서 스스로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어리석음은 모두 나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아상(我相)에서 비롯되니, 괴로움의 원인을 소멸해가는 공부와 정진을 통해 나와 남이 함께 살려지는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자고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