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걷기 삼매경] 제2의 심장 종아리 근육, 걷기로 돌보자
22 걷기와 혈액 순환 발바닥과 종아리
인간만 필요한 하지 혈액 순환
사람의 혈액 순환 구조는 다른 동물, 심지어는 영장류인 원숭이와도 확연하게 다르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의 혈액 순환을 담당하는 기관은 심장, 딱 하나다. 하지만 인간은 심장과 더불어 종아리 근육이 작은 심장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심장 아래로 내려간 피를 다시 뿜어 올려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네 발로 걷거나, 두 발로 걷고 두 손으로 보조 역할을 하는 동물은 굳이 하체의 피를 상체로 뿜어줄 기관이 필요치 않는다. 모든 신체 기관의 높이가 비슷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심장의 힘이 비슷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인간은 맨 위의 머리와 맨 아래에 있는 발의 높이가 그야말로 신체의 길이만큼 차이가 나고, 그만큼 중력의 힘을 더 받는다. 게다가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두뇌는 부피에 비하여 피를 많이 필요로 하여 15% 이상의 피가 두뇌를 순환한다. 심장은 위로 뿜어주는 힘도 강해야 하는 데다, 하체로 내려간 피를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
사람의 운동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필요로 하는 피도 많아지고, 혈액 펌프인 심장도 힘 있게 움직여야 한다. 이때 보조 역할을 하는 종아리 근육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심장에도 무리가 가고, 신체 전반적인 혈액 순환에 문제가 생긴다. 당연히 혈관도 변형된다.
종아리의 혈액 순환 역할
심장이 혈액을 펌핑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두 번째 혈액 펌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잘 운영하는 사람은 드물다.
건강한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할 때 우리 몸 혈액의 양은 5000cc다. 이 가운데 70%가 심장보다 아래에 있는 신체에 보내져야 하고, 또한 중력 때문에 하체로 몰린다. 그런데 하체로 보내진 피를 다시 상체로 끌어올리려면 심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심장의 부족한 힘을 보충해 주는 강력한 펌프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종아리 근육이다. 종아리의 ‘밀킹 액션(Miking Action)’이라고 하는데, 걸으면서 종아리 근육이 팽창했다가 가늘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움직임이 마치 소의 젖을 짜는 모습과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다.
종아리 동맥 주변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혈관의 압력을 증가시켜 혈액을 심장으로 올려보내는 중이라는 신호다. 이처럼 우리가 걸을 때 종아리 근육이 다리의 정맥에 모여 있는 피를 심장으로 되돌려 보내도록 설계됐다.
종아리의 정맥은 인체의 산소와 영양 공급을 끝낸 혈액을 저장하는 저장소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때 종아리 근육이 수축하면 정맥에서 짜낸 혈액이 정맥계를 따라 밀려난다. 다리 정맥의 단방향 판막은 혈액이 심장을 향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흐르도록 한다. 이 판막은 중력에 의하여 피가 아래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막는다.
걸을 때 발도 발바닥에 있는 피를 위로 뿜어주는 역할을 한다. 발에도 작은 정맥 저장소가 있기 때문이다. 발을 내딛는 초기 동작에서 발에 체중이 실리면서 발 정맥 저장소의 혈액이 짜내져, 종아리 저장소로 보내진다. 그런 다음 단계의 후반 단계에서 종아리 근육이 수축해 대항해서 다리 위로 혈액을 펌핑한다. 역시 발과 종아리 사이에 있는 판막은 혈액이 올바른 방향으로 흐르도록 하고 중력이 혈액을 다시 아래로 당기는 것을 막아준다.
비행기나 자동차 좌석처럼 장시간 움직이지 않거나 책상에 몇 시간 앉아 있으면, 종아리 근육이 많이 수축되지 않아 혈액이 고인다. 그래서 걷기가 다리 혈액 순환에 좋다. 걷기는 혈액 고이는 것을 방지하고 심부 정맥 혈전증(DVT)이라고 하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혈전이 생기는 것을 예방한다.
종아리, 걷기 그리고 혈액 순환
모든 건강의 기본은 피가 잘 통해야 한다. 한방에서 기와 혈이 잘 통해야 한다고 하고, 양방에서도 피가 잘 통해서 온몸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골고루 돼야 건강하다고 한다. 혈액 순환이 잘 되려면 몸을 움직여야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몸의 움직임은 바로 걷기다.
심장이 나쁘면 걸어서 심장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 골다공증이면 걸어서 몸에 적당한 충격을 주며 뼈를 다져야 한다. 비만이면 걸어서 필요 없는 지방을 태워야 한다. 고혈압이면 걸어서 혈관을 강하게 해야 한다. 스트레스가 많으면 걸어서 자연과 세상을 보며 풀어야 한다. 하지정맥류라면 걸어서 혈류를 원활하게 해야 한다.
종아리를 강하게 하는 방법
종아리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별다른 도구나 시간이 필요치 않다. 가장 간단하고 좋은 방법은 걸어 다니는 것이다. 1주일에 3~4회, 거리로는 10km 이상이 좋다. 야외를 걷지 않을 때는 발뒤꿈치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까치발 운동을 한다. 까치발 운동은 종아리 근육을 강화하면서 몸 전체의 균형 감각을 향상시킨다. 뿐만 아니라 장딴지 근육 안의 심부정맥 내의 혈액을 심장으로 뿜어주면서 하체의 혈액을 상체로 올라가게 한다. 그리고 종아리를 다리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마사지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