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중의 깨달음의 노래] 10. 원효 대사의 오도송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 부처의 마음도 중생의 마음도 내 마음인 중생심 속에 있으니 佛子, 부처의 마음으로 사는 人
세상은 오직 마음이 만들어 낸 모습이네
마음이 일어나면 갖가지 현상이 일어나고(心生故種種法生)
마음이 사라지니 부처를 모신 감실과 귀신의 무덤이 둘이 아니로다(心滅故龕墳不二)
세상은 오직 마음이 만든 것, 모든 현상과 사물은 사람의 생각이 만든 것이니(三界唯心萬法唯識)
마음 밖에는 진리가 없는데 따로 무엇을 어디서 구하랴(心外無法胡用別求)
원효 대사(元曉, 617~686)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고승이고, 사상가이다. 해동(海東)의 석가모니라 부른다. 그의 저서가 100여 종 240여 권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존하는 저서는 19부 22권뿐이다.
원효의 〈금강삼매경론〉〈십문화쟁론〉은 중국에서 그의 사상을 부처와 같은 경지에 이른 보살의 저술에 붙이는 ‘론(論)’이라 높여 불렀다.
뿐만 아니라 중국 역사상 최고의 사상가로 평가받는 현수(賢首) 법장(法藏, 643~712) 대사(중국 화엄종의 완성자)는 〈화엄경 탐험기〉와 〈대승기신론 의기〉를 저술할 때 원효의 〈화엄경소〉와 〈대승기신론소〉(일명 해동소)가 상당 부문을 인용하였다. 그래서 원효는 중국, 일본, 인도에까지 유명한 우리나라 최초 사상계의 한류스타가 된 것이다.
원효 대사가 생존한 당시에는 중국의 선종불교가 전래되기 전이다. 따라서 원효의 오도송은 선종의 선사와 형식과 내용이 약간 다르다. 선적인 오도송이 아니라 교학적인 오도송이다. 조사어록보다는 불교 경전에 의거하여 깨달음의 내용을 설하고 있다.
원효 대사가 해골바가지의 물을 마신 일화는 인구에 회자하여 일본의 사미승들도 아는 이야기이다. 시의 형식은 칠언고시이나 운율은 무시하였다. 기구와 승구의 “마음이 일어나면 만물의 갖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마음이 사라지니 부처를 모신 감실과 귀신굴(무덤)이 둘이 아니로다”는 〈대승기신론〉의 “마음이 일어나면 갖가지 법이 일어나고(心生則種種法生) 마음이 사라지니 온갖 법이 사라진다(心滅則種種法滅)”를 그대로 인용하였다. 불교교리의 핵심인 마음의 세계를 인용하여 자신이 무덤 속에서 자면서 깨달은 일화를 읊고 있다.
무덤인 줄 모르고 잠을 잘 때는 호텔처럼 편안했는데, 아침이 되어 그곳이 무덤이란 것과 지난밤에 마셨던 시원한 물이 해골바가지 물이란 사실을 알고 토해내면서 더럽고 깨끗한 것은 내 마음에 있는 것이지 진실로 물에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마음이 모든 것의 근본임을 깨달았다.
전구와 결구인 “세상은 오직 마음이 만든 것, 모든 현상과 사물은 사람의 생각이 만든 것이니 마음 밖에는 진리가 없는데 따로 무엇을 어디서 구하랴”는 〈화엄경〉의 “마음이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들고(一切唯心造)”, 유식학의 핵심인 “오직 본질적인 실체(心法)인 마음만 있을 뿐 객관 대상(경계, 현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 것을 용해한 것이다.
팔만대장경의 요체인 ‘마음(心)’의 세계를 원효의 오도송보다 명쾌하게 밝혀놓은 조사어록은 없다. 내 마음이 밝으면 부처의 세상이고, 마음이 어두우면 대낮 백주에도 본래 없는 귀신이 나타난다.
원효는 “부처의 마음도 중생의 마음도 내 마음인 중생심 속에 있다”고 했다. 내가 사는 세상은 내 마음이 생각하고 인식한 세상이다. 불자(佛子)는 부처의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