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테크놀로지, 불교로 읽다] 7. 아토피 증후군에 대하여
아토피성 질병, 모두 共業의 산물 근대화되며 부모들 삶은 개선돼 과정서 화학물질 과도하게 노출 자녀 피해…사회구조 개선 필요
아토피 환자들의 부모 세대는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주택개량, 토지개간, 혼분식 장려 등으로 삶을 개선하였다. 그 결과 각종 조미료와 방부제, 세탁제, 살충제 등의 화학물질에 과도하게 노출되었다. 부모들은 큰 문제가 없었으나, 태아 수준에서 오염물질에 노출된 개체들은 성장기를 거치며 각종 아토피성 질병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아토피(atopy)’라는 용어는 부정의 의미인 ‘a’와 일정한 영역을 뜻하는 ‘topos’가 결합돼 ‘atopy’라는 개념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아토피라는 용어는 특정한 위상 공간(topos) 또는 특정한 범위에 있지 않음을 뜻하게 된다. 이 개념을 의료적 차원으로 적용하여 그 의미를 파악해보면, 증상은 있으되 그 원인체가 그 장소 내지 공간에 있지 않은 기묘한 질환을 지칭하게 된다. 그러므로 아토피 개념에는 단절과 차단이라는 사회적 단층의 형성이 반영되고 있다.
질병을 유발하는 물질인 ‘병원체(pathogen)’가 없이도 질병이 발생한다는 개념은 병원성 물질에 대한 부재로서, 질환에 대한 원인물질의 병리적 알리바이에 대한 주장에 다름 아니다. 병원성 물질의 존재는 어떻게 파악될 수 있는가? 현대의학의 개가는 현미경의 발명과 관련이 있다. 이 현미경에 의하여 이전 시대에 알 수 없던 여러 병원균들이 파악된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던 미세한 생명체들이 파악돼 이를 학문화하여 미생물학으로 발달한다. 이후 분자생물학의 발달과 더불어 항원 항체 반응을 거론하는 면역학이 등장한다. 하지만 아토피는 이러한 과학적 성과물들과 무관하게 자리 잡고자 한다.
그림자 없는 나무라든가 메아리 없는 골짜기를 운운하는 것은 연기법에 대한 근본적 부정으로 이어진다. 어찌 뿌리 없는 나무가 자랄 수 있는가? 바람도 없이 파도가 친다는 것은 어불성설 아닌가?
아토피는 질병의 발생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면책사유의 입증과 밀접하다. 아토피가 주장하는 병리학적 알리바이는 체질의 문제로 귀결되곤 한다. 체질을 물려준 부모의 삶을 묻게 되는 것이다.
아토피 질환의 경우, 환자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하여 각종 화학물질을 차단하고 배출하거나 해독하는 것이 급선무로 여겨지고 있다. 환자들은 자신의 삶에 대하여 책임질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아토피적 증후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므로 아토피에 내재된 개념은 세대 간의 단절을 암시하며, 세대와 계층 간의 갈등을 반영하는 독특한 사회의학적 증상으로 자리를 잡는다. 아토피적 증후군은 한마디로 현대사회에 관계의 단절과 공간의 격리를 도입한 것이다.
알레르기가 보편화된 이후, 근래 20년간 새로이 급부상한 아토피의 독특한 병리적 개념이 인식체계에 상식으로 도입되면서 겪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현장 부재의 면책사유라는 아토피적 증후군은 우리 시대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그릇된 대응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불교가 감당해야 할 시대적 과제들 가운데 하나는 생명현상의 연기적 흐름을 전제로 하는 질병 해석과 대안 제시이다. 무명의 문제는 개인의 수행이기도 하지만 사회구조의 개선과도 긴밀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