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걷기삼매경] 14 균형을 향한 끊임없는 불균형
등 곧게 뻗고 걸어야 건강해진다
약 600만 년 전 최초로 두 발로 일어선 인류는 중력과 싸우면서 줄곧 걸어왔다. 그렇기에 인류의 역사는 인간이 걸으면서 중력에 대항하고 중력과 타협하고 중력의 도움을 받으며 걸어온 역사다. 중력과 걷기는 협력과 대결의 연속이다. 중력 때문에 우리는 땅과의 접촉을 잃지 않고 땅을 박차고 걸을 수 있지만, 몸을 움직이려면 중력 때문에 힘을 들여가며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올려야 하고 내려야 한다.
중력과 균형(무거운데 균형 잡으며 걸어야 한다)
사람의 이족보행은 네발 보행의 동물들과 달리 안정성이 떨어진다. 두 발로 걷기는 연속적인 균형의 상실과 회복의 반복이다. 보행은 신체가 전방으로 기울어짐에 따라 시작된다. 기울어진 몸이 넘어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위치로 한 발을 이동시킴으로써 순간적으로 균형을 회복한다. 이렇게 걷기가 시작되면 앞으로 가려는 관성에 의해 몸의 무게중심이 더 앞으로 쏠린다. 다시 몸은 균형을 잡기 위해 다른 발을 앞으로 딛는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사람은 걷는다. 이때 무게중심은 두 발이 땅에 닿았을 때 수직적으로 가장 높고, 두 발이 벌려졌을 때 낮아진다. 마찬가지로 발의 움직임에 따라 골반이 좌우로 움직이고, 동시에 몸의 무게중심도 좌우로 흔들리며 걷는다. 이러한 걷기 과정에서 몸의 안정성은 무게중심이 가장 낮을 때, 또한 무게중심이 몸의 좌우 중심선과 일치할 때 가장 안정적이다.
그러나 걷기 위해서는 이 안정적인 균형점을 벗어나야 한다. 인체에 축적된 에너지를 써야 하는 시점이다.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가 주기적으로 상하 곡선을 그리며 사람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걷는다. 이때 상하좌우의 폭이 클수록 에너지 손실은 크다. 또한 균형을 상실한다.
원추가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원추의 무게중심이 좌우한계점(균형점이 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한계점)에 있기 때문이다. 인체의 중심도 걷거나 뛰거나 간에 언제나 좌우한계점에 있을 때 쓰러지지 않고 다시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 근골격계에서는 좌우 위치와 같다.
그렇다면 몸의 무게중심이 좌우한계점 안에 있도록 하는 것은 뇌일까? 아니다. 뇌는 걸으라고 명령을 내릴 뿐 매번 오른발 왼발을 외치며 발과 관절에게 좌우한계점을 유지하게 하지 않는다. 김세연의 KSNS에 의하면 사람이 쓰러지지 않게 하기 위한 신경구조의 명령에 따른 근육의 움직임이라고 한다.
이렇게 무의식 속에 움직이는 신경구조의 명령이 몸의 균형과 안전을 유지한다. 무의식 신경 덕분에 상체에 비해 가벼운 하체의 면적도 좁은 두 발이 좌우로 흔들거려도 안정적으로 사람이 걸을 수 있다. 무게중심이 언제나 양 발바닥 사이에 있어야 불안정한 구조물인 인간이 지속적 불안정 상태인 걷기를 할 수 있다.
걷는 자세가 건강 상태를 나타낸다
네 발로 걷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두 발로 걷는다. 매 걸음마다 인간의 수직 무게중심과 좌우 균형은 오르내리고 흔들거림을 반복한다. 성인 남자의 평균 몸무게를 70~80㎏이라고 한다면, 양발은 각각 35~40㎏을 지탱해야 한다. 발바닥은 인체 표면적의 2%에 불과하지만 좌우 위아래로 흔들리는 몸무게 전체를 버터야 하는 부담을 갖는다.
이러한 부담은 전체 체중의 60% 이상을 감당하는 허리도 마찬가지다. 무릎은 그나마 두 개이지만 허리는 상체를 척추 하나로 지탱하고 있다. 허리 부분의 척추는 체중의 60% 이상을 감당해야 한다. 또한 목뼈는 3㎏ 이상의 머리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몸의 균형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 목 디스크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몸의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뼈와 근육으로 이루어진 근골격계뿐만이 아니다. 근골격계에 매달려 있는 내장기관도 나빠진다. 올바른 걷기 자세는 옆모습을 거울에 비춰 보았을 때 등이 곧게 뻗어 있는 자세다. 걸을 때는 목과 머리 부분은 약간 하늘을 보는 시선을 유지한 목을 세워 시선을 약간 올리고, 턱은 당기며 엉덩이가 빠지지 않도록 허리를 세우고 걸어야 한다.
그런데 나이 드신 분들 중에서 이런 자세로 걷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몸의 어느 한 부분이 약해져 간다. 그리고 약한 부분의 힘을 보강하기 위해 과도하게 반대편의 근육과 뼈를 사용한다.
사람의 걷는 모습에 따라 건강 상태를 대략적으로 추측해볼 수 있는데, 우선 걷는 속도가 느리면 육체적 또는 정신적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이다. 좌우 양쪽의 균형이 맞지 않게 기우뚱거리며 걸을 때는 골관절염을 의심할 수 있고, 왼쪽으로 치우쳐 걸으면 걱정거리가 많거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오른쪽으로 치우쳐 걸을 때는 스트레스가 많은 것이다. 걸을 때 몸이 앞뒤로 흔들리면 뇌에 이상이 의심되며 이른 시일 내 병원진료를 받아야 하고, 발을 질질 끌며 걸으면 뇌가 다리 근육에 걷기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