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마나의 시절인연] '우리'란 말에는 '佛性'이 담겼다 

2024-07-12     송마나 작가
그림·최주현

독일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내 좌석은 창문 쪽이라 미리 앉아 있는 옆 여행객이 일어나 들어가라는 제스처를 지었다. 나는 그에게 목례를 하며 자리에 앉았다. 서로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서는 여행할 수 없는 좁은 공간이지만 나와 그는 말없이 하늘을 날았다. 오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이렇게 옆자리에 앉은 것도 인연인데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서로 말없이 가야 하는지,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내가 먼저 옆에 앉은 젊은이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나에게 어디를 가느냐고 물었다. 나는 영어가 서툴고, 독일에서 환승하여 바르셀로나로 가야 하는데 환승시간이 짧아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내 티켓을 보여 달라더니 인터넷에서 검색한 후, 승무원을 불러 유창한 독일 말로 빠르게 환승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 알려 주었다. 지금까지 냉랭했던 사람들이 가깝고 친근한 사이가 되어 베를린 공항에서 헤어질 때는 환하게 웃으며 서로의 핸드폰 번호를 교환했다. 

그 젊은이와 나는 우리가 된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남남이 아니다. 우리는 객체적인 관계를 떠나 서로 이해하고 존경하는 공동체적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우리란 타자성의 영역을 받아들이는 인격과 인격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타자성이란 내 인식이나 이해의 바깥에 있는, 알 수 없는 것,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거부하고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귀를 기울이고 받아들이게 된다. 너는 이제 타자가 아니다. 너는 나의 존재요, 나는 너의 존재가 된다. 너와 나는 둘이 아니라 우리가 되는 것이다.

꽃을 보면 꽃이 될 수 있고, 산을 보면 산이 될 수 있어야 우리라 할 수 있다. 꽃을 보아도 꽃이 아니고, 산을 보아도 산이 아니면 어찌 우리라 할 수 있겠는가. 우는 자와 같이 울고, 웃는 자와 같이 웃을 수 있어야 우리라 할 수 있다. 나를 떠나서 네가 되는 것이 우리다. 

자식이 없으면 엄마가 될 수 없고, 꽃이 없으면 꽃밭이 될 수 없듯, 이웃 없이 나 홀로 존재할 수 없다. 남편과 아내가 한 몸을 이뤄야 부부가 될 수 있다.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는 남편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서로의 마음을 바꾸어 생각할 수 있고, 상대를 위해 생명까지도 바칠 수 있는 것이 부부다. 아내 없는 남편, 남편 없는 아내는 부부가 아니다. 너 없이 있을 수 없는 나, 부부에게는 내가 없고 우리가 존재한다. 

우리는 본래부터 절대 마음인 불성(佛性)을 갖고 있다. 절대 마음에 비춰보면 나와 너는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너와 나는 인드라망처럼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하나이며 어떤 경우에도 불성으로부터 분리된 적이 없다. 우리는 불변하는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연기(緣起) 법에 따라 나투어지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것은 나라는 것도 너라는 것도 없는 무아(無我)라는 것이다. 

우리 집, 우리 학교, 우리나라, 이런 말은 복수를 표현하는 뜻이 아니다. ‘우리’에는 나 아닌 네가 있고, 너 아닌 내가 있다. 즉 나도 없고 너도 없는, 불성만이 가득한다. 불성이 빛나는 우리의 밝은 웃음이 세상을 환하게 밝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