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백고좌] 동사섭 행복마을 회주 용타 스님

“우린 이미 넘치는 행복 속에 있습니다” 불행은 행복하단 사실 외면한 것 인식 부재 인해 스스로 불행해져 행복으로 ‘코드’ 돌리는 게 ‘수행’ 동사섭 모든 수련 체계를 위해서  정체 등 ‘삶의 5대 원리’ 설정해 “주인정신 갖고 마음 관리 잘해 주변과 화합하고 바른 행동하라”

2024-07-11     문윤정 작가
용타 스님은…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광주고등학교, 전남대 철학과를 졸업하였으며, 동대학원 동양철학과에서 〈불교의 선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4세에 청화 선사를 은사로 득도했으며, 승려 신분으로 10여 년의 교직 생활 후 제방선원에서 20안거를 성만했다. 1980년 불교의 근본가르침과 선불교를 바탕으로 동사섭 프로그램을 계발해 수많은 사람들을 진정한 행복으로 이끌었다. 귀신사(歸信寺) 회주, (재)행복마을 회주, 한국명상지도자협의회 원로로 있다. 저서로 〈마음 알기 다루기 나누기〉 〈10분 해탈〉 〈공(空)〉 〈행복노트〉 등이 있다. 

함양 천령산 자락에 위치한 동사섭 행복마을로 가는 길엔 자귀나무가 연분홍빛 꽃을 무겁게 달고 있다. 우산 모양의 자귀꽃은 마을 어귀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행복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싱그러운 풀내음이 코끝을 자극한다. 

동사섭 행복마을은 1980년 용타 스님이 주도하여 강진 무위사에서 T그룹 워크샵인 엔카운터 모임에서 출발했다. 2007년 경남 함양에 터를 잡고 동사섭문화센터를 개원하였다. 동사섭 행복마을은 올해로 43년이 되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명상수련센터이다. 불교의 근본 가르침과 선불교를 바탕으로 동사섭 프로그램을 계발하여 영성수련회를 지도했고, 지금까지 3만 여명의 수련생이 배출되었다. 수많은 사람을 진정한 행복으로 이끌어주는 프로그램으로 정평이 나있다.

용타 스님에게 요즈음 어떻게 지내시는지 안부를 여쭈었다. 그러자 스님은 “해탈로 넘치고 있다”고 했다. 

“요새는 행복과 해탈로 넘치고 있어요. 단, 여기서 해탈 개념은 달마불교의 해탈 개념입니다. 지금여기 걸림 없는 자유, 이 마음 이대로 부처요 열반이라는 즉심즉불 즉심열반(卽心卽佛 卽心涅槃) 등이 달마 대사가 주창한 불교입니다. 탐진치가 완전히 사라져야 부처가 된다는 가르침은 석존 이래 가장 전통적인 가르침이지만, 달마 대사는 조사선(祖師禪)이라는 새로운 불교의 문을 여셨지요. 탐진치를 다 해결한 다음에 부처가 된다는 이론에 제동을 건 격이었지요.”

그러면서 용타 스님은 말을 이었다. 

“저는 45살 무렵부터 조사선 법문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마음 이대로가 바로 부처요, 열반이라는 조사선 가르침이 온전하게 자가 수긍이 될 때까지는 긴 세월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탐진치(貪嗔痴) 삼독이 완벽하게 사라져버려야 부처이자 열반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명상 중에 즉심즉불(卽心卽佛)과 즉심열반(卽心涅槃)이 납득, 수긍 돼버렸어요. 농담이지만 나이 팔십을 넘기고 볼 일입니다.” 

‘동사섭’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고 했더니 “사섭법(四攝法)중 하나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뜻합니다. 사섭인 보시, 애어(愛語), 이행(利行), 동사(同事)를 다 아우르는 개념”라고 말했다.

“이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어요. ‘나’라고 하는 존재가 없다는 것은 이것저것이 관계적으로 엮어져서 존재하기 때문에 홀로 존재할 그 무엇을 내세울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색즉시공이 되어버려요.”

용타 스님은 전남대 철학과 3학년 때 청화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출가의 계기를 여쭈었더니 ‘같은 과 친구가 독송하는 〈반야심경〉에 이끌린 것’이라 한다. 그때는 교회에 다녔는데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말에 의문을 가졌다. 2~3개월 고심 끝에 꿈속에서 프리즘을 없애라는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면서 그 뜻을 잡아버렸다고 한다. 그리고는 그대로 출가의 길로 나아갔다.

“은사 청화 스님의 가르침이라면 ‘해오(解悟)주의를 바탕으로 해서 증오(證悟)주의로 나아 감’이라고 하면 좋을 것입니다. 해오(解悟)란 이치를 이해하는 깨달음을 말하고 증오(證悟)란 삼매를 통하여 증득하는 깨달음을 말합니다. 은사스님의 스승이신 금타 대화상이 288자로 이루어진 〈보리방편문(菩提方便門)〉이라는 경전을 ‘해오하고 증오하라’고 평생 가르쳤지요. 제 인생에서 최고의 만남은 〈보리방편문〉과의 만남이라고 수없이 말해왔어요.”

그러면서 용타 스님은 “오늘 인터뷰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문윤정 보살이 도통해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큰스님들 인터뷰를 했다면 준비가 충분히 되었겠네요. 도를 통하는데 세월이 걸린다면 문제지만 5분, 10분이면 해탈이 되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통해버리시지요. 쉬운 예로 원효 스님은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시고 일체유심조의 이치를 이해함으로써 깨우쳤어요. 이처럼 해오주의 깨달음은 닦음의 시간이 필요 없이 깨닫는 것입니다.”

10분 만에 해탈된다는 스님의 말에 더럭 겁부터 났다. 기색을 눈치챘는지 용타 스님은 웃으며 말을 더했다. “부처는 선언해 버려야 할 개념이지 갈고 닦고 준비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깨치고 보면 부처 아님이 없다고 했으니 스스로가 부처임을 받아들여서 ‘나는 활불이다’라고 선언하고, 활불로서 생각하고 행동하며 사는 것이지요.”

용타 스님은 중생의 의미를 번뇌를 다 끊어내지 못한 부처로 이해해야 하는데, 중생과 번뇌를 동일시해 버리는 사견이 형성된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인간에 대한 부정적인 암시가 인간의 무의식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 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불교에 있다. ‘이 마음 이대로 부처요, 두두물불이 부처요, 온 법계에 진리 아닌 것이 없다’라는 금구(金口)들이 무수히 있으니 우리는 이 말씀들을 법설로 드러내기만 하면 된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용타 스님은 동사섭의 모든 수련 체계를 위해 삶의 5대 원리를 △정체(正體) △대원(大願) △수심(修心) △화합(和合) △작선(作善)이라는 덕목으로 정리했다. 

5대 원리 가운데 첫 번째인 ‘정체’는 나에 대한 관점을 바로 가지는 것인데, 먼저 주인정신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스님은 주인정신의 중요성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주인정신을 가진 사람은 바로 자기 주변을 살피게 되고, 자기 주변이 보다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노력합니다. 긍정적 자아관을 가지면 자신을 인정하게 되고, 자신감을 가지게 되지요. 좀더 나아가서 초월적 자아관을 가지게 되면 걸림없는 마음으로 천수천안 관세음보살행을 하면서 살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대원인데 큰 소망, 큰 꿈을 뜻한다. 스님이 바라는 대원이란 ‘우리 모두의 행복’이란다. 사무치는 마음으로 모든 존재의 행복을 한 번, 두 번, 세 번 빌다보면 처음엔 머리로 신념으로 출발했지만 나중에는 정서적으로 진정으로 빌게 된단다. 

세 번째는 마음을 닦고 관리한다는 ‘수심’이다. 우리에게는 행복에 도움이 되는 마음도 있고, 행복에 방해가 되는 마음이 있는데, 행복에 도움이 되는 마음은 내 의식 공간에, 내 마음의 공간에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하는 현실이 있다면 먼저 내 마음 속에 그 현실의 영상이 들어 있어야 합니다. 행복에 도움이 되는 마음은 장착하고, 행복에 장애되는 마음은 지우고 정화한다는 것이 바로 수심이지요. 마음 관리를 잘 해서 진정으로 찬란한 인생을 살겠다는 마음을 갖는 겁니다. 현실은 항상 내 마음의 투영임을 기억하세요.” 

네 번째는 ‘화합’이다. 수심을 잘해서 마음을 평온케 하고, 다음엔 주변 사람들과 화합을 잘해서 관계를 평온케 만드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작선’인데 바람직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부모는 부모 노릇 잘하고, 아들은 아들 역할 잘하고, 선생은 선생 역할 잘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용타 스님은 “삶의 5대 원리를 실천해 진정으로 찬란한 인생을 살겠다는 마음 갖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삶의 5대 원리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것이 동사섭 교육 프로그램이다. 2013년에 처음으로 조계종 교육원의 승려연수교육 프로그램에 채택됐다. 그후 만족도가 높아 스님들을 위한 지도자과정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행복마을 회주 용타 스님이 ‘지족구현’  글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행복 주체는 ‘우리’…더불어 함께 행복해야”

모든 것에 감사하면 지족 가능
“우리는 감사 속에 살고 있다”
구족함을 아는 게 ‘행복해탈법’

불교에서는 팔정도를 수행의 근본으로 삼고 있다. 팔정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이에 용타 스님은 ‘정사유’를 첫 번째로 꼽았다.

 “팔정도는 다 중요하지만, 그중에서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정사유(正思惟)’를 1번으로 꼽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사유를 하시어서 연기법의 이치를 찾아냈습니다. 사유를 통해 존재하는 것이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중중첩첩 억만 가지가 동시에 어우러지면서 이 모양도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하셨어요. 이것이 ‘연기법’입니다. 사유를 수준 낮게 하면 불행해지는 길이고, 수준을 높게 해버리면 행복해집니다. 더 높게 해버리면 해탈하는 거예요. 사유의 아들이 정견(正見)이어요. 저는 바른 생각에서 정견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연기의 이치를 발견했으니 얼마나 수준 높은 사유일까요. 연기법의 이치를 깨닫은 결과 해탈이 되고, 대자대비가 되어버렸어요. 모든 것이 너와 내가 따로 떨어진 게 아니고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몸인 것이지요. 바로 전체가 어우러진 한몸이니 사랑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연기를 바로 보게 되면 해탈이 경험되고 또 바로 보면 자비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 연기 개념입니다.”

스님은 팔정도에 대해 부연 설명을 이어갔다. 명상(冥想)에서 ‘명(冥)’은 팔정도에서 마음을 고요히 하는 정정(正定)이고, 상(想)은 생각 즉 사유이다. 스님이 생각하는 명상이란 ‘고요한 마음으로 사유를 잘 하는 것’이란다. 

용타 스님께서는 ‘10분 명상 10분 해탈’이라는 공식을 내세웠다. ‘한 세월 수행을 한 다음에 어느 순간 문득 해탈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행을 하는 만큼 해탈이 성취된다’는 것이 스님의 주장이다. 

“저는 순간순간의 해탈, 하루하루의 해탈을 귀하게 여겨요. 순간의 해탈이란 문득문득 탐욕이나 분노가 일어나 마음의 청정을 헤치고 있을 때 한 생각 돌려 탐욕과 분노를 정화해가는 것이지요. 하루의 해탈이란 하루의 어느 시간에 별시선(別時禪)으로 10분도 좋고, 30분이나 60분 이상의 시간을 내어 명상을 하면 자아가 사라져버려요. 자아가 사라질 때가 1차적인 해탈일 것입니다.” 

‘10분 명상법 중 무아관은 모를 때는 은산철벽과 같이 느껴지겠지만, 알고 보면 대단히 상식적’이라는 말씀에 그 이유를 물었다. 

“나를 지수화풍, 수상행식 이렇게 여덟 조각으로 분해해서 관하다 보면 이 몸과 마음의 가합체인 존재가 자아로 느껴지지 않고 점점 무아로, 실체 없음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나’를 실체로 느끼던 자아는 사라지고 해탈감을 느끼게 되지요. 이것이 비아(非我)명상법입니다.”

무아의 이론적인 이해는 간단하지만 반복해서 실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반복이 천재를 만든다는 것이 스님의 평소 지론이다. 

용타 스님은 행복 전도사이자, 행복 전문가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스님은 △구현행복론 △지족행복론 △초월행복론 등 세 가지 행복론을 제시했다. 앞으로 노력해 소유할 미래형 소유가 있는데, 미래형 소유에 집중하면 ‘구현행복론’이 만들어진다. 자신이 원하는 바가 이루어졌다면 기뻐하고 감사해야 하며, 그 다음은 베풀어야 한다. 이미 갖추어져 있는 소유 즉 완료형 소유에 집중하게 되면 ‘지족행복론’이 만들어진다. ‘초월행복론’은 ‘없음 행복론’이라고 해도 된다. 천하를 있음이라고 여기는 한 완전한 자유는 없는데, 없음의 철학, 공(空)철학을 받아들이면 완전한 자유를 누리게 된단다. 스님은 “불교의 공철학은 부처님이 전 인류에게 던진 최고로 귀한 선물”이라며 활짝 웃었다. 

“우리는 이미 넘치는 행복 속에 있음이 확실해요.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은 행복 속에 있다는 그 사실을 외면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미 행복 속에 있음을 인식한다면 넘치는 행복과 해탈 속에 있는데, 인식의 부재로 스스로 불행한 골을 파고 있어요. 아직 시력도 좋고, 후각도 문제 없고, 이빨도 튼튼하고, 밥도 잘 먹고, 오른팔 왼팔 멀쩡하고 내가 이미 행복 속에 있구나 하고 인식만 해버리면 되거든요. 그런데 인식 코드를 그쪽으로 안 돌리고 무엇을 가져야 한다는 코드 쪽으로만 돌리고 있어요. 코드 하나를 어느 쪽으로 돌리느냐가 행복과 불행을 좌우해요. 코드를 돌리게 하는 운동이 수행입니다. 동사섭은 그 사람을 변화시키지 않고 코드만 바꿔주는 것입니다. 변화가 있다면 코드를 행복, 해탈 쪽으로 돌리는 것입니다. 행불행 이 문제는 너무 간단합니다. 이것이 〈금강경〉의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과 통하는 것입니다.”

말을 마친 용타 스님이 갑자기 “행복이란 무엇인가요”하고 질문을 던졌다. “집이 있고, 몸 건강하고, 하고 싶은 일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답하자, 스님은 “그것은 행복의 조건”이라고 했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입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오랜 세월 생각했는데 행복은 지극히 평이한 개념으로 ‘느낌’입니다. 이 느낌이 좋지 않을 때는 불행하다고 하고, 이 느낌이 좋을 때는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행복이란 ‘굿 필링(good feeling)’이라고 하지요. 행복은 좋은 느낌, 좋은 기분, 좋은 감정인데 느낌이라는 말이 더 포괄적이라 생각합니다. 행복의 주체는 대부분 ‘나’라고 답하지만, ‘우리’입니다. 나 혼자서만 행복할 수는 없어요. 더불어서 함께 행복해야 합니다.”

행복은 좋은 느낌이다. 좋은 느낌을 유지하려면 생활에서 지족명상을 실천하라는 게 용타 스님의 제언이다. 

“지족의 핵심은 감사입니다. 감사할 것이 지천으로 있음을 깨닫고 감사하고 지족하는 것이 지족명상입니다. 물, 햇빛, 공기, 나무 등 모든 사물에게 감사해보세요. 내 몸부터 시작하여 남편, 아내, 자식 등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해보세요.”

하루에 100번의 감사로도 부족할 정도로 우리는 감사 속에서 살고 있음을 강조한다. 이미 구족되어 있음을 깨우쳐 주는 것이 용타 스님의 수행법이요, 행복 해탈법이다. 

행복마을을 내려오면서 스님의 가르침에 밑줄을 긋는다. 돌아보니 꽃향기에도, 스치는 바람 소리에도 행복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