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태의 요즘 학교는] 6.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1)
나를 알고 싶다면 내면 욕망 알아야 욕망하는 ‘그것’이 바로 나 자신 욕망 알면 나를 이해할 수 있어 충동 등 성숙한 사랑으로 변화
오늘은 우리 안에 있는 다양한 욕구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인간의 욕구는 크게 네 가지 범주로 그 층위를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본능(instinct)’입니다. 동물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식욕’과 ‘성욕’이라는 강렬한 본능이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니다. 공원의 비둘기를 보면 하루 종일 먹이를 찾는 데 시간을 보냅니다. 연못의 한가로운 잉어들도 먹이를 뿌리면 머리가 터지도록 싸웁니다. ‘개체유지’를 위한 강렬한 식욕입니다. 봄밤 골목에서 밤새 처절하게 울어대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 있습니까.
짝을 차지하기 위해 온몸이 찢어지도록 싸우는 바다표범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까. ‘종족번식’을 위한 강렬한 성욕입니다. 동물들은 개체유지와 종족번식을 위해 그것이 채워질 때마다 뇌의 보상회로에서 쾌감이라는 강력한 보상을 받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고귀한 교양과 찬란한 문명을 이룬 우리 인간도 ‘동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충동(drive)’입니다. 인간은 본능만으로 움직이지 않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관계를 위해 도덕과 윤리를 학습하고 본능을 통제합니다. 하지만 이 억압된 본능에너지는 의식 저편에 숨어 ‘무의식적 충동’으로 살아갑니다. 많은 사람이 이 괴물 같은 충동이 쏟아져 나올까 조마조마해합니다. 혹 자신이 미쳐서 이상한 충동이 새 나올까 봐 두려워합니다. 의식과 이성으로 제어할 수 없는,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이라 드라이브라고 부릅니다.
세 번째는 ‘욕망(desire)’입니다. 욕망은 결핍, 혹은 틈을 메우려는 마음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와 ‘비교’할 때 그 비교를 통해 생긴 틈을 메우려는 마음이 욕망입니다. 뭔가 ‘금기’되어 채울 수 없는 구멍이 생길 때 그 틈을 메우려는 마음이 욕망입니다. 따라서 욕망은 채울 수 없는 것이 본성입니다. 자꾸만 빈틈을 찾아다니므로 욕망이 이사를 다닌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이 친구가 가진 좋은 운동화를 보면 그 운동화를 갖고 싶고, 그것만 가지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것이 채워진 다음에는 다시 더 좋은 스마트폰, 더 좋은 게임컴퓨터를 갖고 싶은 것이 바로 욕망입니다. 바닷물을 마시는 것처럼 마실수록 목이 타들어 가는 갈증과 같아 ‘갈애(渴愛)’라고도 부릅니다.
마지막으로 ‘사랑(love)’입니다. 사랑은 내가 가진 것을 주면서 행복을 느끼는 기이한 욕망입니다. 주면 줄수록 더 채워지는 역설적인 욕망입니다. 주는 나도 행복하고 받는 상대도 행복한 유일한 욕망입니다. 주는 나만 행복하고 받는 상대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무서운 집착이니 멈춰야 합니다.
이렇게 내 속에 숨어 사는 다양한 욕망을 살펴본 것은 내가 누군지 더 잘 알기 위해서입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욕망하고 있는지, 그 욕망을 알아차리면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욕망하는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본능, 충동, 욕망’을 성숙한 ‘사랑’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내 안의 에너지를 부정하고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행복하고 상대도 행복한 사랑으로, 온전하게 그 에너지를 다 쓸 수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비로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세상에, 나의 사랑 하나가 더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