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한번 만져 보게나, 극락 간다네] 선승은 왜 ‘정토의 종지기’ 자처했나

평생 참선 매진했던 함현 스님 어느 날, ‘정토수행 정진’ 공표 “아미타불 본원 믿고 염불하면  우리는 모두 극락왕생 이르러” 

2024-06-21     신중일 기자
저자 함현 스님은?속리산 법주사에서 월암당 이두 대종사를 은사로 출가했다. 해인사, 송광사, 백양사, 극락선원, 대승사, 동화사, 봉암사 등 제방선원에서 안거 수행했으며 대한불교조계종 종립특별선원 문경 봉암사 주지, 지리산 선화사 주지를 역임했다. 북한산 도솔원에서 수행정진을 마치고 현재 충청북도 청주 관음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나는 공성(空性)의 오두막인 극락정토를 장엄하는 살림꾼, 아미타부처님의 본원(本願)을 깊이 믿고 널리 권하는 정토의 종지기가 될 것입니다.”

조계종 종립선원 문경 봉암사 주지를 지낸 함현 스님은 출가 후 참선 수행만을 정진했던 한국불교의 대표적 선승이다. 그런 스님이 갑자기 ‘정토행자’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뭇 중생들을 정토신앙으로 이끌 염불수행 지침서를 펴냈다. 

정토신앙은 아미타불의 본원(本願)을 믿고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면 내세에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왕생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선(禪) 수행을 중시하는 한국불교에서 정토신앙은 오랜 세월 타력신앙 혹은 하근기 수행법으로 치부되어 왔다.

하지만 중국 영명 연수 선사는 “참선만 하고 정토수행을 하지 않으면 열에 아홉이 길을 잃는다”고 경계했고, 운서주굉 스님은 “한결같이 산란하지 않은 마음으로 염불만 하면 그가 지은 공덕의 크고 작음에 따라 결정코 구품연화대에 왕생하리라”고 설했다. 신라 원효 대사 역시 “십념(十念)의 염불로도 극락에 왕생한다”는 가르침을 전하는 등 역대 동아시아의 수많은 선승들은 염불수행을 병행해왔다. 
 

머리 한번 만져 보게나, 극락 간다네/ 함현 스님 지음/ 담앤북스/ 1만8000원

2022년 펴낸 책의 증보판인 〈머리 한번 만져 보게나, 극락 간다네〉에서 함현 스님은 참선이 아닌 염불수행에 매진하게 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스님은 “정토법문은 그 실천이 쉽고 일상적이기에 이 시대의 삶들에게 크나큰 위안과 은혜로운 빛을 주는 최적의 법문”이라며 “물러남 없는 신심으로 앉으나 서나 오직 아미타불만을 염(念)하면 생각이 아미타불이 되어, 붉은 지혜의 해가 솟아올라 보배 나무와 보배 연못이 눈앞에 펼쳐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연한 각오를 이 같이 밝힌다.

“이보게 함현!/ 이제 머리나 한번 만져 보세나./ 머리를 돌려 스스로를 보아야 하네./ 눈빛을 되돌려 스스로를 점검해야 하네./ 그래야 출가의 첫 뜻을 저버리지 않고/ 진정으로 부처님 은혜에 보답할 수 있지 않겠는가.”
- 1장 함현자계(涵玄自戒) ‘머리 한번 만져 보게나’ 중에서

스님의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1장 ‘함현자계(涵玄自戒)’에는 함현 스님이 부처님께 올린 참회·발원문과 아미타불 게송이 담겨 있다. 출가의 첫 뜻을 버리지 말자는 다짐과 그간의 수행에 대한 냉철한 성찰, 염불하고 염불해 긴 윤회의 굴택을 벗어나고자 하는 비상한 각오를 읽을 수 있다.

2장 ‘연문수경(蓮門手鏡)’과 3장 ‘권수정토문(勸修淨土文)’에서는 〈아미타경〉 〈무량수경〉 〈관무량수경〉의 ‘정토삼부경’과 〈여산연종보감〉 〈삼시계념의범〉 〈십주비바사론〉 등 정토문헌, 운서주굉·영명연수·중봉명본·원효 등 선지식들의 어록에서 찾아낸 정토문 성언(聖言)을 소개한다. 더불어 염불수행 방법, 염불의 공덕, 염불행자의 마음가짐, 정토수행의 바른 길 등을 제시한다. 부록으로는 정토신앙과 실천의 연원을 밝힌 논문 두 편을 실어 염불과 정토수행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지난 40여 년간 올곧은 선승의 본분을 지켰던 함현 스님이 이젠 정토행자의 길 위에 섰다.  그렇기에 스님은 시작도 끝도 없이 언제나 지금으로 흐르는 극락세계 아미타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실감한다. 이는 물러남 없는 신심으로 오직 아미타불만을 염하기에 가능하다.

“생각 생각이 아미타불이 되어, 아미타불 밖에 이 마음이 없고, 이 마음밖에 아미타불이 없게 됩니다. 그리하여 백만 리 번뇌의 구림이 홀연히 사라지면, 붉은 지혜의 해가 솟아올라 보배나무와 보배 연못이 눈앞에 펼쳐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