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걷기삼매경]12 걷기, 흔들거림의 역학

균형 유지로 효율적 보행 가능

2024-06-21     홍재화 비바미 대표

 

장력통합성
제임스 얼스는 그의 저서 〈보행 운동학〉에서 사람의 움직임을 딱딱한 요소인 뼈와 탄력적 요소인 근육, 근막의 통합체로 재구성했다. 이러한 시스템을 완전성과 긴장력의 조합어인 장력통합성이라 한다.

장력통합성 구조의 특징 중 하나는 그 구조의 전체에 걸쳐 긴장력에서 변화 또는 스트레스를 분산시키는 능력이다. 지나치게 과한 긴장력은 경직도의 증가로 이어져 구조체가 붕괴될 수 있다. 또한 긴장력의 지나친 감소는 그 구조 자체의 완전성, 즉 온몸의 힘과 속도의 반응 약화로 이어진다. 장력통합성의 두 번째 특징은 구조체에 적용된 힘이 전체를 통해 분산되며, 일단 긴장이 제거되면 구조체는 정상적인 안정의 균형으로 복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력통합성의 기본 구조는 삼각형이다. 기하학에서 삼각형은 가장 안정적인 구조이고, 외부의 힘을 받았을 때 힘을 분산시키고 회복하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체의 구조 역시 삼각형을 기본으로 하면서 수많은 삼각형은 서로 연결돼 있다.

고무줄과 뼈로 된 인체 모형이 뛰거나 걷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모형 전체는 고무줄과 막대가 위아래로 출렁이고 좌우로 휘청거리며 앞으로 나갈 것이다. 매 걸음마다 발가락 끝부터 머리끝까지 긴장과 이완을 거듭하며 직진하는 힘, 체중에 해당하는 지구 중력, 그리고 땅의 반발력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매 걸음마다 몸을 이루는 삼각형들은 내부의 힘과 외부의 충격을 분산시키며 전진한다. 막대기로 이뤄진 구조체, 즉 뼈는 누르는 힘인 압축력을 받고, 케이블에 대항하는 근육은 당기는 힘인 인장력을 받는다. 이 두 힘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평형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무너지지 않고 튼튼하게 서 있을 수 있다.

장력통합성의 장점
그렇다면 인체는 왜 이런 장력통합성 구조를 갖게 됐을까? 장력통합성의 구조를 보면 속이 꽉 찬 대부분의 구조에 비해 기둥이나 재료의 수를 줄일 수 있게 되면서 가볍고 튼튼한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가볍다고 해서 절대 약하지 않다. 장력통합성 구조는 가볍지만 굉장히 튼튼하고 안정된 구조를 이룬다. 그리고 비용 면에서도 경제적인 구조라 할 수 있다.

우리의 관절과 뼈 구조가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이뤄졌다고 상상해 보자. 만일 인체가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로 돼 있다면 걷기는커녕 기어 다니지도 못하고, 몸무게는 수백㎏이 돼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가벼운 근막, 근육, 그리고 속이 텅 빈 뼈가 지탱해 주기 때문에 지금처럼 가벼워질 수 있다.

인체의 구조를 체계적으로 유지하면서 역동적 움직임이 가능하게 시스템을 지탱하는 핵심은 바로 근막이다. 근육은 뼈가 자기 자리를 유지하도록 받쳐주고 섬세하게 조율할 뿐, 신체의 근막성 조직이야말로 필요할 때 온몸의 긴장력을 더하거나 빼준다. 근막은 콜라겐, 엘라스틴 그리고 다양한 단백질과 당분으로 이뤄져, 인체의 운동 역학적인 구조를 유지하게 하면서 화학적인 변화로부터 보호한다. 특히 근막에 들어있는 섬유성 요소는 힘의 전달을 통해 걸을 때 회복력 높은 스프링 역할을 한다.

장력통합적 걷기
발가락이 땅을 박차는 순간 그 힘, 속도, 그리고 방향에 대한 정보가 뼈로는 충격을 통해서, 신경으로는 뉴런을 통해서 그리고 근막으로는 출렁임이 온몸과 두뇌로 전달된다. 그런 출렁임 속에서도 꼭대기에 있는 머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걷기란 단순히 발을 들었다 놨다 하는 행동의 반복이 아니라, 물렁거리고 탄력성 있는 물체들의 출렁임이다. 이 출렁임은 머리로 도달하는 비틀림의 양을 줄여줘, 두뇌가 덜컹거리며 흔들리는 것을 막아준다.

이처럼 안정과 불안정의 연속적인 균형을 유지하는 인체는 어느 동물보다도 에너지 효율적인 보행이 가능하다. 운동량, 중력 그리고 온몸의 조직을 긴장시키는 땅의 반발 작용을 이용하면서, 걷고 뛰는 동안  머리, 팔, 심장, 위장 등 각 부분의 위치와 중심축이 한 순간의 쉼도 없이 변화한다. 이처럼 걷는 시스템은 뼈, 근육 그리고 근막이 부분적이면서 전체적이고 즉각적이면서 영구적으로 대응해, 그 반응의 결과가 누적된다.

발가락 끝에서 전달되는 진동과 정보는 시간이 흘러도 남는다. 그러면서 장력통합성은 서서히 손상된다. 그 증상은 단순히 뼈로 된 발이나 물렁조직에만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심장, 신장, 위장이나 간과 같이 뼈에 매달려서 달리는 동안 흔들거리며 제자리를 유지해야 하는 내장 기관에서 증상을 먼저 나타낼 수도 있다.

거꾸로 인간이 잘 걷고 달린다면 인체의 모든 기관은 시간이 지나가도 장력통합성을 유지하면서, 내장 기관은 갈비뼈에 잘 매달려 오랜 시간 그 기능을 훌륭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렇게 잘 쓰려면 잘 걸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