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걷기 삼매경]11. KSNS와 무의식 신경(下)
의식·무의식 신경, 상호 작용하고 있다
등 근육, 신경과 연결된 팔을 흔들면서 상체가 비틀리는 힘을 소모시킨다. 팔을 고정하고 걸으면 고정하지 않을 때보다 약 63%의 에너지가 더 소모된다. 팔을 앞뒤로 흔들면 63%의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63%의 에너지를 더 사용할 의향이 있어도 왜 빨리 달리지 못할까? 범죄자가 수갑을 찾을 때 쫓아오는 형사에게 도망가기 위해 전력을 다해 질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갑을 찬 범죄자는 뒤뚱거리며 빨리 달리지 못한다.
김세연 상트페테르부르크 의과대학 명예교수의 KSNS에 의하면 몸 전체의 균형이 맞지 않는 상태에서 마음먹은 것처럼 달리면 인체의 안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넘어지거나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무의식 신경이 빨리 달리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어준다고 한다. 다시 수갑을 풀 때 무의식 신경은 다리 근육과 상체가 정상적으로 움직이도록 브레이크를 풀어준다.
그렇다면 무의식 신경은 왜 자기 몸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더 빠르게 움직이거나 더 자연스럽게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홍성욱은 그의 책 <포스트휴먼 오디세이>에서 생명체의 특성 중 하나는 그것을 이루는 구성 요소들이 끊임없이 상호 작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호 작용은 외부에 어떤 기여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명이라는 자기 자신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뤄진다는 의미다.
생명은 기본적으로 그 구성 요소들이 살아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기 위해 상호 작용하는 닫힌 네트워크와 비슷했다. 다시 말하면, 생명체 안에서 상호 작용하는 모든 구성 요소는 생명이라는 자신을 지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의식 신경과 무의식 신경이 서로 상호 작용하면서 살아있는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식 신경이 무언가를 하고자 할 때도 마음대로 자기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무의식 신경의 작용 때문인 것으로 추상할 수 있다. 생명은 입력을 알면 출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신경은 늘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신경 조직은 매우 자주 고장이 나고, 그렇게 되면 근육에 주는 운동 명령이 정확하지 않고 왜곡되거나, 명령을 내리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때로는 엉뚱한 행동을 하도록 한다. 이러한 신경 고장의 원인은 외부적인 요인 즉 수술이나 사고로 신경망이 끊어지거나, 혈관 이상으로 피의 공급량이 줄어들었을 때 자주 생긴다.
이때 무의식 신경은 근육이 빠른 속도로 반응해야 하는 자극이나 무의식적으로 반응을 일으키는 반사작용으로 근육을 움직인다. 반면에 의식 신경은 느리고 큰 힘이 들어가는 일에 작동한다. 의식 신경구조에 이상이 생겼을 때는 의학적인 진찰과 치료가 가능하지만, 무의식 신경구조에 이상이 생겼을 때는 현대 의학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KSNS의 특징
① 두뇌가 전혀 의식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기관에 내려지는 신경명령체계이다.
② 척수신경에 의해 움직이는 모든 근육에게 의지보다 강한 절대적인 통제권을 가지고 있고, 작은골과 연결돼 무의식으로 기억, 저장된다.
③ 24시간 쉬지 않고 온몸에 작용한다.
④ 통증이 있거나 없더라도 근육의 한 부분이 약해진 것을 찾아내며 그 약해진 것을 대신해 다른 근육에 명령을 내려 임시로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이 상태가 오래 계속되면 보조 근육에 문제가 생긴다.
⑤ 몸이 안전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앉았을 때나 서있을 때 무게 중심의 균형을 이뤄서 쓰러지지 않게끔 온몸의 근육을 조절하는 일을 한다.
⑥ 건강한 몸이지만 균형을 잃어버리는 자세가 되면 강한 힘을 쓰지 못하도록 통제한다.
⑦ 무리해 지쳐 있거나 다친 근육을 사용할 때는 더 큰 고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몸이 스스로 회복되거나 치료될 때까지 활동 범위의 각도와 힘의 크기를 통제하거나 또 사전에 통증을 일으켜서 예방하게 한다.
⑧ 몸이 일을 하거나 걸어갈 때 에너지 소모가 가장 적은 방향으로 하도록 명령한다.
⑨ 걸어갈 때 척추와 발 근육이 용수철 작용을 하게 해 지면과 작용, 반작용을 하며 걷는다. 딱딱한 땅을 걸어가면 편하고 푹신한 모래사장을 걸으면 빨리 지치고 피곤하다. 이것은 발의 용수철 작용 때문이다.
⑩ 긴급한 상태가 이뤄질 경우에는 근육에게 일반적 힘의 한계를 넘어서 최대치를 명령한다(불이 나면 평상시 넘을 수 없는 높은 담을 뛰어넘게 한다. 긴급 시 또는 재채기, 모래·먼지에 눈꺼풀이 닫히는 경우, 기침하는 경우 등에 작용되는 반사신경도 포함돼 있다).
⑪ 외부의 강한 자극, 몸에 느끼는 통증, 정신적인 자극, 두려움, 슬픔, 놀람, 의식 구조가 감당할 수 없을 때는 생각할 수 없도록 무의식 기절 상태로 바꾼다.
⑫ 직접 뇌에서 나온 12가지 뇌신경도 무의식 속에 절대적인 통제와 반사작용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