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의 안심뜰] 상대를 바꾸려고 에너지 허비 말자

11. 나 먼저 돌아보기 못마땅한 대상에 스트레스 받는 나 내가 상대방 고치겠다는 아상 때문 내 마음부터 점검해야 평화로워진다

2024-06-03     김영애 문사수법회 법사
김영애 문사수법회 법사

“오늘 우리는 새로이 태어났고, 지금 이 순간도 새로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나라는 존재가 고정돼 있어서 밥을 먹고 책을 읽고, 108배를 하고 금강경을 공부하는 게 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인연 조건들이 화합되어서 매순간 변화하며, ‘지금 이 순간 이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는 결과를 ‘나’라고 이름할 뿐입니다. 우리는 계속 변화하고 있고, 변화는 세상이 우리를 살려주고 있는 증거입니다.”

늘 그렇듯이 그날도 이 같은 멘트와 함께 공부자리에 오신 모든 분들을 찬탄하며 합장례로 아침 공부를 시작했다.

수현님(가명)은 ‘마음에 너무나 못마땅한 상대방을 바꾸려는 마음이 아상이다. 남을 바꾸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내가 바뀌어야 한다.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내가 바뀔 때 이웃이 바뀌고, 내가 바뀔 때 가족이 바뀐다’는 구절을 읽으며 이런 질문을 던졌다.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상대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싫어요. 싫어한다는 걸 드러내놓고 말로 티는 안 내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행동으로 표현되고 거리를 두게 되니,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걸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인격이 덜 된 사람을 어떻게 해야 될까요? 그냥 놔두면 주변 사람들에게 굉장히 나쁜 영향을 끼치며 살 텐데, 고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되지 않을까요?”

“저도 그래요. 사람을 대할 때에 좋으면 확실히 좋다, 나쁘면 나쁘다는 감정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요. 특히나 자기 욕심만 챙기는 시누이들을 보면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라와서 앞으로 안 보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겉으로 얼굴에 다 드러나요.”

함께 공부하는 경희님(가명)이 수현님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이렇게 공감했다. 그러자 미정님(가명)도 말을 덧붙였다.

“저는 상대방을 봤을 때 내 기준으로 해서 인격이 있다 없다를 얘기해오다가 어느 날 제 자신이 그 기준에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기준 삼았던 것에 내 자신이 못 미친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이후로는 사람을 봤을 때 그 기준이 없어진 상태로 보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금강경 공부에서 주변에 있는 누군가를 고치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은 그 사람을 고칠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 있다는 아상이 밑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대목에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어요. 아예 안 보겠다 하는 사람은 고치겠다는 생각 자체도 없이 외면하고 모르쇠 했지만, 고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에겐 늘 부딪히며 상대방을 지적하는 말을 반복했는데 저를 낮추게 된 거죠.”

잠시 다른 사람들이 생각할 틈을 주며 숨을 고른 미정님이 말을 이어갔다.

“이제는 상대방을 고치고자 하는 마음이 좀 없어졌고 그런 말을 안 하게 됐어요. 남이 아니라 저를 자꾸 보게 되니까 남을 고치려는 말이 자연스럽게 줄어들더라고요. 나를 힘들게 해서 떠올리기만 해도 싫고, 직접 대면하는 건 더욱 싫은 사람이 있을 땐 모른 척하거나 말을 안 하거나 아예 안 보거나 하는 식으로 살아왔는데 금강경 공부를 하면서는 ‘나의 참생명이 부처님생명’이고, ‘부처님만 있는 세상’이라고 법문을 들으니, 상대방도 부처님으로 보는 마음 말고는 뾰족한 해결법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맞는 말씀이다. 이 세상엔 온통 부처님밖에 안 계신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굳게 믿고, 내 눈에는 고쳐야 될 사람으로 보이지만, 미정님처럼 상대방을 부처님으로 보는 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지금 내 앞에 보이는 모습으로서 그 사람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인연이 저렇게 드러나고 있구나’ 할 뿐이다.

마음속에 고쳐야 될 네가 보인다면, 상대방을 고치려고 하는 ‘나’가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아상을 보아야 한다. 내 눈에 인격이 모자라 보이고 나쁜 짓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상대에게 소중한 생명의 에너지를 허비할 게 아니라, 나라는 아상을 보고 내 마음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나의 마음부터 점검해서 내 안의 아만심을 먼저 해결하는 자세’로 산다면 세상은 더 평화로울 것이다. 남 탓하지 않고 자신의 할 일을 잘하고 내가 먼저 밝아지는 공부를 해가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

다른 사람을 바꾸려는 마음을 쉬고 가장 빠른 길인 나를 바꾸는 공부를 해보자. 그러려면 우리는 법문을 들어야 한다. 진리에 대한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나를 비추어 보고 내 마음을 바꿔가는 문사수(聞思修)의 지혜를 닦을 때 우리의 일상이 연꽃으로 피어날 수 있다. 내 눈에 거슬리는 분이 있다면, 내 안의 욕심과 어리석음을 점검하라고 오시는 분임을 놓치지 말고 나무아미타불로 오늘 하루도 잘 지내시길 바란다는 축원으로 공부를 마쳤다. 나무아미타불!

(금강경법문 공부문의 bowon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