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초대석]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만당 스님

“템플스테이, ‘선명상’으로 더 풍성해집니다” 올 하반기 선명상 템플스테이 정착 58개 사찰 지원…“운영자 교육 중” 대학생 할인으로 Z세대 전법 지원 “마음을 찾아가는 것이 불교 수행 업 바뀌려면 완전한 참회, 발심을”  

2024-05-14      글=신중일 기자·사진=김내영 기자 
만당 스님은… 사법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찾은 영광 불갑사에서 수산 지종 대종사를 만나 출가해 1992년 수계했다. 총무원 기획실 기획국장,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 제15·16대 중앙종회의원, 제17대 중앙종회 부의장을 역임했다. 2001년부터 불갑사 주지를 맡아 불갑사를 일신시켰다. 현재 제18대 중앙종회의원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으로 활동 중이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청년은 1991년 사법고시 2차시험에 아쉽게 낙방했다. 고향에 내려가던 중 전주지검 검사였던 6촌형을 만났다. 평소 불심(佛心)이 돈독했던 청년은 “사시에 합격해도 출가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6촌형은 “영광 불갑사에서 공부해보라”고 권유했다. 

그 길로 불갑사로 가서 공부를 시작한 청년은 수산 지종 대종사를 만났다. 수산 스님은 20대 고시생에게 <불갑사고적기>를 건넸다. 고적기를 본 고시생 청년은 “출가해 불갑사를 복원하겠다”는 발원을 세우고 불문(佛門)에 들었다. 그렇게 출가해 쇠락했던 불갑사를 일신시킨 주인공이 바로 만당 스님이다. 

만당 스님은 4선 중앙종회의원으로서 종단 입법 및 행정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종단의 일꾼이다. 지난 2월 27일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에게 임명장을 받고 한국불교문화단장으로 취임했다. 한국 대표 문화관광콘텐츠인 ‘템플스테이’를 이끄는 만당 스님을 문화사업단장실에서 만났다. 

선명상 템플스테이 보급 준비 중
가장 먼저 취임 소감을 물었다. 만당 스님은 “템플스테이 운영사찰에 대한 지원이 균등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시작된 템플스테이는 20년이 지나 정착된 모양새입니다. 이제 템플스테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니까요. 우리 문화사업단에서 할 일은 일선 사찰들이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우리가 서포트하는 역할입니다. 또한 좋은 프로그램이나 운영 시스템들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도 문화사업단이 할 일이죠. 시설 지원들이 불균등하지 않게 공평히 잘 배분해서 고르게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장으로 취임하며 현재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는 ‘선명상 템플스테이’ 개발 및 보급을 꼽았다. 이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진력을 하고 있는 ‘선명상 대중화’와도 그 궤를 같이한다. 

“한국불교는 1700년 유구한 역사를 중생의 고통을 보듬으며 희로애락을 함께한 종교입니다. 총무원장스님께서는 물질문명의 발전으로 정신적인 가치가 외면받는 이 시대에, 불교 수행법인 ‘선명상’은 현대인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해법이라고 확신하고 계십니다. 저 역시 이에 깊이 공감합니다.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선명상은 효과적인 마음 관리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불교의 본질이 담겨있으면서, 스스로 마음을 관리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국불교가 현대사회에서 중생과 함께하는 확고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선명상 특화 템플스테이’ 개발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현재 58개 사찰이 선명상 템플스테이 사찰로 지원했고, 지난 4월 26~27일에는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템플스테이 운영사찰 지도법사 및 실무자를 대상으로 ‘선명상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운영 교육’이 진행됐다. 

“올해 하반기까지 ‘선명상 특화 프로그램’을 전국 템플스테이 사찰에서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지난 1차 ‘선명상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운영 교육’이 반응이 좋아 6월 3일~4일 2차 교육을 추가로 개설해, 더 많은 인원이 선명상 프로그램에 대해 교육받을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입니다. 이 교육들은 사실상 전국 템플스테이 사찰에서 운영될 ‘선명상 특화 템플스테이’의 보급 전 준비단계입니다. 조계종과 문화사업단은 선명상 대중화의 첫 걸음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불교문화 체험 프로그램인 템플스테이를 통해 국민 누구나 고요한 산사를 찾아 편히 쉬며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입니다. 템플스테이는 ‘선명상 대중화’를 통해 더욱 풍성해질 겁니다.”

대학생 전법에 템플스테이 접목을
MZ세대에게 템플스테이는 하나의 문화다. 최근 창립·재창립이 이뤄지는 대학교 불교동아리들의 계획들에는 대부분 ‘정기적인 템플스테이 진행’이 담겨있다. 동국대 서울캠퍼스가 처음으로 개설한 교양 과목인 ‘템플스테이: 산사에서의 행복한 하루’는 수강인원이 35명이었지만, 신청자가 670명에 달할 정도로 템플스테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았다. 이에 만당 스님은 “건강한 방식으로 자신의 삶에 집중하려는 MZ세대들의 시도”라고 평가했다. 

“템플스테이가 지닌 공간적 아름다움과 자연 친화적인 라이프 스타일이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요즘 보면 젊은 세대들은 순수한 자신의 체험 속에서 그 순간의 행복을 온전히 즐기는 일종의 문화 흐름을 형성해 나가는 듯 합니다.”

대학생과 청년 세대들이 템플스테이에 관심이 높은 만큼 이들을 위한 ‘청춘 템플스테이’ 이벤트를 올해 처음으로 시작했다. 5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청춘 템플스테이’는 1박 2일 템플스테이를 1만원에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로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재 한국불교의 화두이기도 한 ‘대학생 전법’에 대해서도 만당 스님은 템플스테이를 연계해 확장성을 도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대학생 전법에 템플스테이를 활용한다면 효과는 분명할 겁니다. 그래서 어제도 이상훈 한국교수불자연합회장과도 관련된 논의를 했습니다. 지역 대표 템플스테이 사찰과 대학 불교동아리, 교수 불자들을 연계하는 틀을 짜고 있습니다.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가 핵심인데, 허실없이 효율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입니다.”

MZ세대에 인기있는 굿즈 개발에 대한 복안도 내놨다. “불교 고유 사상을 기반한 굿즈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그간 문화사업단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차에 걸쳐 불교문화관광콘텐츠 개발을 진행했고, 자체 굿즈 브랜드 ‘본디나’도 론칭한 바 있다. 사찰의 단청과 꽃살문, 사물과 불교건축물, 문화유산 속 동물과 지물, 그리고 각종 문화유산과 관련한 스토리텔링 발굴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그 결과로 꽃살문 다이어리와 여권케이스, 손수건, 여행용파우치, 목어USB, 명함케이스, 나전필함, 비천상 스카프 등 다양한 상품들을 굿즈로 선보였다. 

“문화사업단은 앞으로도 종교 고유의 사상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더 많은 대중에게 전통문화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런 굿즈 제작은 공익적인 목적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현재 템플스테이홍보관 외에는 만날 수 있는 창구가 없습니다. 영리목적의 제한방침이 어떻게 보면 확장성 측면에서 아쉬운 지점이 되고 있습니다. 공익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더 많은 대중들이 불교문화콘텐츠를 활용한 다양한 굿즈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숙고 중입니다.”

템플스테이, 새로운 도약 도모
스물두 살 청년이 된 템플스테이는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제는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방향성을 정하고 나아갈 때다. 템플스테이 사업의 발전 방향에 대해 묻자 스님은 “질적 성장으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이제 템플스테이를 모르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템플스테이는 하나의 문화가 됐죠. 지난 20년간 템플스테이가 일궈낸 성과를 딛고 한 단계 도약해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위한 치열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보다 체계적이고 세부적으로 참가자들의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계층이나 국적, 종교까지 세심하게 배려해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죠. 선명상 템플스테이도 어느 정도 정착되면 초급, 고급 등 수준을 나눠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는 템플스테이는 ‘질적 성장’에 집중해야 합니다.”

인터뷰 말미,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짧은 법문을 요청했다. 만당 스님은 “업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 부단히 정진하라”고 당부했다.

“이 육신을 움직이는 주인공이 바로 마음입니다. 결국 마음을 찾아가는 게 불교수행이죠. 부처님께서는 매일 쓰고 사는 마음을 알아보라고 하신 겁니다. 우리가 잊고 사는 그것을 찾으라는 거죠.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하니 업이 쌓이는 것이고, 업을 녹이지 못하니 사고를 치는 겁니다. 그렇기에 마음을 순간순간 잘 관찰해야 합니다. 화가 난다면 바로 반응하지 말고 관찰하며 사태를 지켜보고 나서 합리적으로 대응하세요. 스스로가 스스로를 지켜보는 게 ‘관법’입니다. 어떤 마음이 ‘분노’라는 감정을 일으키는지를 바라보는 거죠. 사실 업은 잘 안 바뀝니다. 업이 바뀌려면 완전한 참회가 이뤄지고 발심해야 합니다. 진짜 몇 달은 눈물 흘리며 정진해야 하죠. 정진하세요. 그게 살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