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테크놀로지, 불교로 읽다] 4. 동물 천도에 대한 단상

동물 천도, 생태적 삶으로 가는 지혜 사람 살기도 어려운데 동물 천도라니 실소말라 동물천도 의례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웃지말라 그대가 자신을 만나는 순간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2024-04-22     공일 스님/ 봉은사 포교국장

무문혜개(無門慧開, 1183~1260)가 심혈을 기울인 <무문관>(無門關)의 두 번째 공안은 ‘백장야호’(百丈野狐)이다. 뒷동산 바위굴에서 찾아낸 여우의 시체를 거두어 준다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인과(因果)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태도를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인과에 대한 불락(不落)과 불매(不昧) 사이의 거리를 확인시킨 사건이다. 다른 맥락으로 이 공안을 활용한다면, 동물천도를 통한 생태적 시각의 회복이라 할 수 있다. 황벽(黃蘗)으로부터 뺨을 맞은 백장(百丈)은 다음과 같은 ‘한번 구른 말(一轉語)’을 한다.

“달마의 수염은 붉다(胡鬚赤)고 말하려 했더니 붉은 수염의 달마(赤鬚胡)가 여기에 있구나!” (胡鬚赤更有赤鬚胡)

‘달마의 수염은 붉다(胡鬚赤)’는 말을 뒤바꾸어버린 일전어(一轉語) ‘붉은 수염의 달마(赤鬚胡)’는 담론의 재구성과 관련이 있다. 철학적 질문은 존재론에서 실존으로 일전한 후, 타자(他者) 담론으로 변경됐다. 낯선 존재인 타자에 대한 질문은 그들의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로 이어졌고, 인권(人權) 논의는 동물의 권리 즉 동물권(動物權)으로 확장됐다. 

집단사육하는 가축과 구별하며, 애완동물은 반려동물로 불린다. 반려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한 셈이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펫 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사정과 관련하여 반려동물의 영가천도를 하는 사찰들이 늘어나고 있다. ‘축생법당’으로 알려진 천룡정사를 필두로 서울의 봉은사와 국제선센터, 강릉의 현덕사 등이다. 얼마전 심곡암에서는 동물은 물론 식물을 포함하여 ‘제1회 동식물 천도재’를 봉행하기도 하였다. 

동물천도는 동물권과 관련지어 생태적 삶을 질문하며, 환경복지의 문제로 확장된다. 그리고 우리 시대가 처한 문제의 본질로 인도한다. ‘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 ‘조류 인플루엔자, ‘COVID 19’ 등의 문제는 동물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의 변종에 의해 동물과 인류 종간의 벽을 넘어 감염이 이루어진 질병들이다. 즉 동물들에 질병이 인간에게 전파되었다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감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Zoonosis)’은 그 일차적 원인을 동물에게 귀책시킴으로써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집단 살처분이 이루어진다. 

이 사건들에 대하여 일전해 본다면, 근본 책임은 환경을 망치고 생태를 위협하여 기후위기를 부른 우리들에게 있다. 무문은 벽력같은 목소리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현대인들에게 한다.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왜 여우의 몸을 받아야 했고, 
인과에 어둡지 않다고 했는데 왜 여우의 몸을 벗어났는가?
(不落因果 욇甚墮野狐 不昧因果 욇甚脫野狐)

절집에 동물위패를 모신 영단이 있다고 손가락질할 일이 아니다. 사람 살기도 어려운 현실인데 동물천도라니 하며 실소하지 말 일이다. 동물천도 의례가 합리적 생각이 아니라고 비웃을 일이 아니다. 어쩌면 이전 여러 생을 거쳐온 그대가 시방 자신을 만나는 순간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자비심의 발현이며, 생태적 삶으로 나아가는 지혜의 실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