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권태의 요즘 학교는] 4. 사춘기의 이해(1)

사춘기, 독립을 위한 몸부림의 시간 자녀 삐뚤어지지 않게 하려면 ‘잔소리 금물’ 흑백논리 강한 시기, ‘친구 아니면 적’ 인식 잔소리 심하면 부모를 적으로 간주해 갈등

2024-04-19     김권태 동국대사범대학부속중학교 교사

해마다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사춘기의 이해 특강을 한다. 중학교 들어올 무렵 시작한 사춘기는 중학교 2학년 때 절정을 이루고 3학년 때 조금 시들했다가 고등학교 들어갈 무렵 철이 들어 점잖아지는 것이 하나의 패턴이다. 그럼 대체 사춘기는 무엇이고, 또 왜 찾아오는 것일까? 사춘기(思春期)는 말 그대로 ‘봄을 생각하는 시기’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춘정(春情)’을 생각하는 시기이다. 춘정은 ‘이성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다.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했던 아이들이 이제 후손 볼 나이가 되어 짝을 찾아 어른으로 독립하려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크게 ‘사고·감정·의지’로 이뤄졌다. 그중 가장 힘이 세고 본능에 가까운 ‘의지’는 우리 몸으로 치자면 단단한 뼈에 가깝다. 우리 몸 중 뼈가 밖으로 드러난 것이 치아이고, 이 치아가 바로 우리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유치가 완성되는 3세,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기 시작하는 7세, 그리고 영구치가 완성되는 15세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미운 일곱 살’ ‘인생에 방향성을 고민하는 지학(志學)’ 등 특별한 수식들이 붙는다. 그중 압권은 북한의 김정은도 무서워서 못 쳐들어온다는 공포의 중2병, 즉 사춘기다. 의지가 절정을 발하는 시기이며, 내적으로 부모에게서 독립하기 위한 몸부림의 시기이다.

사춘기는 우선 신체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난다. 몸집이 성인처럼 커지기 시작하고, 성기에 음모가 나기 시작한다. 남자아이들은 정액이 생산돼 몽정을 하며, 변성기가 찾아와 목소리가 굵어진다. 여자아이들은 가슴이 커지고 생리를 시작한다. 앞서 말한 후손 볼 나이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성적 관심과 환상이 고조되며 연예인에 깊이 빠지기도 한다. 

또 ‘자율성’이 극에 달해 잔소리를 하면 그게 자기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여겨 온갖 짜증으로 화답한다. 혹시 자신의 아이가 삐뚤어지기를 바란다면 잔소리를 많이 하면 된다. 착한 아이도 청개구리처럼 금세 삐뚤어진다. 이때 아이들은 ‘흑백논리’가 강해 이 세상을 친구 아니면 적으로 나눈다. 그래서 잔소리를 많이 하면 부모를 적으로 간주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소화하지 못한 내적·외적 자극을 쉴 새 없이 ‘욕설’로 뱉어낸다. 마치 낯선 여행에서 새로 물을 갈아먹으면 그게 몸에 받지 않아 설사를 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런 욕설은 크게 의미가 없는 말이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철이 들면 저절로 사라진다. 또 강한 힘을 경험하고 싶어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세를 과시하길 좋아한다. 덩치는 어른인데 마음은 아직 애기라 친구들과 뭉쳐 다녀야지만 소속감과 힘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심력처럼 퍼져가는 자기중심적 시선에서 벗어나 구심력처럼 안으로 수렴하는 ‘객관적 시선’이 생겨난다. 남들은 자기에게 관심이 없는데, 자기 혼자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크게 과장해서 고민한다. 그래 자주 하는 말이 ‘아, 쪽팔려’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춘기 아이들을 부모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부모는 이제 처음으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경험하게 된다. 드디어 수행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