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남녀 20명, 따스한 인연 찾아 “나는 절로”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4월 6~7일 ‘나는 절로 전등사편’ 20명 모집에 337명 지원하는 등 시작 전부터 인기와 관심도 높아 참가자들, 게임·사찰 데이트 하며 낯섦의 벽 허물고 새 인연 맺어 적극적으로 인연 맺기 도와준 전문 레크리에이션도 열띤 호응

2024-04-07     이민우 기자

4월의 따뜻한 봄바람이 꽃가지를 흔드는 강화 전등사에 저마다의 소중한 인연을 꿈꾸는 청춘들이 찾아왔다. 새로운 만남을 앞두고 설렘과 기대감을 잔뜩 품은 20명의 참가자들은 가지고 온 짐을 선방에 풀고 곧 시작될 ‘나는 절로’를 기다리며 한자리에 모였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대표이사 묘장 스님, 이하 복지재단)이 주최하는 만남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 전등사편’이 4월 6일~7일 이틀간 강화 전등사(주지 여암 스님)에서 진행됐다. 지난해 서울 조계사에서 진행된 1기와 2기 모두 뜨거운 화제를 모은 가운데 해가 지나도 기대감과 관심이 여전하다는 듯 3기인 ‘나는 절로, 전등사편’에는 20명 모집에 총 337명이 지원해 남자 14.7 대 1, 여자 19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이 형성됐다. 이날 만남 템플스테이에는 복지재단이 적절한 나이차, 간절함 등을 기준으로 선발한 30대 미혼남녀 20명이 참가했다.

입재식은 스님들의 환영사로 시작됐다. 복지재단 대표이사 묘장 스님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이 자리에 온 여러분은 모두 복이 많은 사람”이라며 “복이 많은 사람들끼리 만나면 더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최선을 다해 준비한 프로그램을 잘 따라주시고 좋은 인연을 만나 행복하게 살아가길 응원한다”라고 격려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대표이사 묘장 스님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전등사 주지 여암 스님은 “전등사에서 이런 뜻깊은 프로그램을 진행해 영광스럽다”며 “한국 복지를 책임지는 복지재단이 젊은이들을 위해 만남의 장을 마련했으니 참가자들도 좋은 인연을 맺고 앞으로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하길 기도한다”라고 말했다. 여암 스님과 복지재단 사무처장 덕운 스님은 참가자 대표에게 각각 선물과 함께 단주를 채워주며 앞으로의 행운을 빌었다.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기 전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한 교육이 이뤄졌다. 한국 최대의 사회문제로 꼽히는 저출산고령화문제의 극복을 위해 기획된 ‘나는 절로’인 만큼 참가자들도 교육을 통해 해당 문제에 심각성을 공유하고 프로그램의 취지를 이해했다.

교육을 마친 참가자들의 앞에는 간절히 바라는 소원을 적는 소원지가 놓였다. 참가자들은 어떤 소원을 적을지 짧은 고민을 한 후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작성된 소원지는 전등사 대웅전 앞 연등에 하나하나 매달아 졌다. 특히 묘장 스님과 여암 스님은 일부 소원지를 손수 매달아 주며 소원성취를 기원했다.

전등사 주지 여암 스님이 직접 참가자의 소원지를 매달아 주고 있다.

입재식 후 선방 앞에 모인 참가자들은 1분간 자기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성훈’ ‘보현’ ‘은채’ ‘지수’ 등 자신이 선택한 가명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체육교사, 소방관, 공무원, 치위생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것처럼 ‘부모님의 추천’, ‘친구의 배우자의 소개’, SNS 등 프로그램을 알게 된 경위 또한 다양했다. ‘큰아들로서 부모님 속을 썩이지 않기 위해’ ‘절이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서’ 등 지원동기도 밝힌 참가자들은 서로를 박수로 환영했다. 특히 몇몇 남성 참가자들의 경우 “이렇게 많은 카메라 앞에 서니 연예인이 어떤 기분인지 알겠다”는 농담과 “내 여자가 물에 빠지면 수영을 하지 못하더라도 뛰어들겠다”라는 각오까지 밝히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긴장돼서 머리가 까매졌다고 자신을 소개한 성훈 씨(가명, 회사원, 서울, 32)는 “경쟁률이 높다는 소식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나 자신에 대한 기준도 명확히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은채 씨(가명, 개발자, 서울, 31)는 “20명의 색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재밌을 것 같다”며 “만남의 장소가 절이라서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기대했다.

법복 환복 후 짧은 휴식을 취한 참가자들에게는 서로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는 레크리에이션이 준비됐다. 심목민 레크리에이션 전문 MC의 능숙한 진행 아래 참가자들은 각종 게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인연을 키워나갔다. 게임진행 중 벌칙을 받게 된 참가자들에게는 ‘MBTI가 무엇인지’ ‘취미는 어떤 것인지’ ‘주량은 얼마나 되는지’ 등 질문폭탄이 쏟아졌다. 또한 ‘유명 야구선수를 닮은 것 같다’ ‘불교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자친구가 생기면 데이트 후로 미루겠다’ 등 담소도 오갔다.

팀 미션에서는 서로 간의 공통점을 최대한 많이 찾아 점수를 얻는 게임이 진행됐다. ‘안경을 쓰지 않음’ ‘공공기관 재직’ ‘염색을 하지 않음’ 등 사소한 공통점을 찾으며 서로와 가까워지는 참가자들에게 첫 만남 때의 어색함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저녁 공양은 1대 1 데이트와 함께 진행됐다. 여성 참가자들은 순서대로 함께 저녁 공양을 하고 싶은 남성 참가자들을 직접 선택했다. 여성 참가자들의 선택으로 이어진 한 쌍은 함께 공양을 하고 자유롭게 경내를 산책하며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여성 참가자의 선택을 받은 남성 참가자들은 모두 “선택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들뜬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한쌍의 참가자들이 저녁 공양 후 산책 데이트를 하고 있다.

영수 씨(가명, 자영업, 34)는 “절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 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될 줄 알았는데 전문 레크리에이션 MC가 진행하니 수학여행 기분도 나고 재밌었다”며 “남은 시간 동안 (나를 선택한) 여성 참가자와 대화를 더 나누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수지 씨(가명, 공무원, 32)는 “강화도는 처음인데 절이 너무 아름답고 분위기도 좋다”며 “떨리기도 했지만 프로그램 자체가 재미있어 긴장감이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제니 씨(가명, 미디어 강사, 34)는 “절에서 선정한 검증된 참가자들이기에 신뢰가 느껴진다”며 “이번 템플스테이에서 만난 인연이 제 마음 한편의 아름다운 구름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기대했다.

묘장 스님은 프로그램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참여자들의 높은 만족도의 이유를 ‘낯섦’에서 찾았다. 스님은 “젊은 세대들이 낯설다는 감정을 힙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며 “절에서 만남의 기회를 주는 것이 흔치 않던 풍경이기에 그만큼 신기해하고 재밌어한다. 또한 템플스테이가 확산되면서 휴식과 소중한 만남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나는 절로’가 관심을 받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3기에는 마음에 드는 사람을 직접 선택하고 만남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했다”며 프로그램 구성에서 지난 1·2기와 차별점을 뒀음을 밝혔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은 나는 절로 프로그램의 높은 관심도와 인기를 바탕으로 사업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묘장 스님은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인 만큼 더 많은 사찰로 확산됐으면 한다”며 “지방 곳곳에서도 만남 템플스테이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