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화의 '걷기 삼매경'] 4. 걷기의 새로운 트렌드, 어싱 (下)

맨발걷기, 몸 속 염증 완화효과 탁월 현재 한국서 맨발걷기로 불리는 ‘어싱’ 염증 완화, 고질병 치료 경험담 많아 ‘어싱’, 새로운 건강 트렌드로 급부상

2024-02-16     홍재화 비바미 대표

사람은 태곳적부터 땅과 접촉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면서 늘 지구와 전기적으로도 연결돼 있었다. 모든 전기제품은 접지선이 있다. 접지는 전기회로나 전기기기를 땅에 연결하여 이상전압이 발생했을 때 고장 전류를 대지로 흘려보내서 기계와 땅이 같은 전기적 상태인 ‘0’볼트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이나 모든 생물도 마찬가지로 늘 땅과 접촉해 있으면서 ‘0’볼트의 전기적 상태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수십 년 전부터 사람들이 고무로 된 신발을 신기 시작했다. 고무는 가장 대표적인 절연체이다. 게다가 땅에는 아스팔트가 깔리면서 환경 전체가 절연체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의 몸에 잔류 전류가 생기고, 이 전류가 정전기를 일으켜서 건강상 많은 문제점을 일으킨다는 것이 ‘어싱(Earthing)’의 이론이다.


이는 비교적 최근에 생긴 건강요법으로 케이블TV 산업의 선구자인 클린턴 오버가 ‘어싱’의 의료적 효과를 발견하게 된 과정을 찾아낸 책 〈어싱〉에서 시작됐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의학적인 근거는 미약하지만, 실증적인 사례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이 나오고 있다.


클린턴 오버가 주장하는 어싱의 효과는 다양하다. 예를 들면 염증의 원인을 완화하고 수많은 염증 관련 질환의 증상을 완화하거나 없애고,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스트레스가 줄고 차분해지고, 생체리듬이 정상화되면, 주변 전자기장의 잠재적 위해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것 등이 있다.


맨발로 산을 걸으면서 암이나 통증과 같은 고질병이 나았다는 경험담도 풍부하다. 그래서 그런지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꽤 알려지고, 맨발로 산과 들을 걸으면서 어싱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맨발걷기’라고 카페나 네이버 밴드를 검색해보면 수백 개가 나올 뿐만 아니라 수천 명의 회원이 가입하여 활발히 활동하는 곳도 많다.


어싱을 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맨발로 땅을 접촉하면서 걸으면 된다. 쉽고 간단한 것에 비해 효과는 좋다고 여겨진다. ‘접지는 혈액의 점성을 낮춰준다’라는 논문에 따르면 끈적끈적한 점성이 있는 혈액이 맨발걷기 40분 뒤 깨끗해졌다. 또한 적혈구 제타전위(Zeta Potential, 표면 세포 간 밀어내는 힘)를 평균 2.7배 높여줘 혈류 속도가 2.7배로 빨라졌다.


‘어싱’이 새로운 건강 트렌드가 되고 있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우선은 환경의 문제를 누구나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파, 전기파, 아스팔트, 콘크리트 등 현대인은 늘 인공적 환경에서 살고 있다.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딘가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실제로 어싱 테스트를 하다 보면 도심에서는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곳도 있다. 예를 들면 발밑으로 지하철이 지나가는 지역이나 전선이 지나는 지역에서는 전류테스터기의 반응이 느리거나, 아예 전하 상태가 ‘0’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아스팔트에서는 전혀 접지가 되지 않고, 콘크리트로 된 보도블록도 재료와 지역적 상태에 따라 어싱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상태를 인간의 몸에 적합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로는 고령화이다. 어싱 신발을 찾는 사람들은 당연히도 대부분 건강을 심히 염려하는 중장년층이다. 과거 같으면 건강을 묻기 전에 수명을 다했을 사람들이 아직도 살아갈 날이 창창하게 남았다는 사실을 걱정한다. 잔병치레가 잦아지면서 중장년층은 건강해지는 방법을 찾는 데 열심이다.


이러한 중장년층의 입장에서는 효과를 바로 느낄 수 있는 ‘어싱’이야말로 상당히 좋은 건강요법이다. 특히 맨발로 산이나 바다의 흙과 모래를 밟으며 걷는 자체가 온몸의 신경을 좋은 방향으로 자극하는 데다, 최근 어싱 효과가 새로운 대체의학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니, 중장년층에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세 번째로 현대의학의 한계를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상 최고로 의학이 발전했지만, 마찬가지로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들이 질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의학으로서도 어쩌지 못하는 병들이 많고, 심지어는 원인과 치료법을 모르는 병도 많다. 그 와중에 나름 효과를 보고 있는 대체의학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람들은 그 대체의학에 좀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어싱이 전혀 의학적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전기를 이용한 치료방법이 많기 때문이다. 생체전기치료, 생체 전자기기, 전기생물학, 전기 생리학 치료 등이 있고, 인체 내의 전기 작용을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이 난무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면서 자연과 함게 하기를 갈망한다. 원래 인간의 생체는 끊임없이 흐르는 아날로그에 가깝고, 흘렀다가 멈췄다가를 반복하는 디지털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디지털이 깊어갈수록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는 마음도 깊어진다. 자연 속에서 맨발로 걷고, 자연과 한사코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어싱’이라는 열광적 건강 트렌드를 만들어 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