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 스님의 능엄경 강해] 45. 마음은 끝없는 빛의 공간
45. 상음(想陰)의 구우(區宇)
〈원문〉
“아난아, 삼마지를 닦다가 수음(受陰)이 다한 자는 비록 번뇌가 다하지는 못했으나 마음이 그 형상을 떠난 것이 새가 새장을 벗어난 것과 같아서 이미 범부로부터 위로 보살의 60 성위(聖位)를 지나고 의생신을 얻어 가는 곳마다 걸림이 없으리라.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잠을 자다 잠꼬대를 하되 잠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말을 하지만 그 말이 음운이 또렷하여 곁에 깨어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말을 알아듣게 하는 것과 같나니 이를 상음(想陰)의 구우(區宇)라 하느니라. 만약 움직이는 생각이 다하고 들뜬 생각이 없어져 깨달은 밝은 마음이 진로의 때를 제거하면 나고 죽는 생사의 자초지종을 환히 비추나니 이것이 상음이 다한 것이니라. 이 사람은 곧 번뇌탁을 초월하게 되느니라.”
〈강해〉
고도의 삼마지(禪定)를 닦는 중에 마음이 형상(몸의 구조적 한계)을 벗어나는 것이 새가 새장을 벗어난 것과 같다는 비유가 나왔다. 수음(受陰)이 다한 경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때 이미 〈능엄경〉에서 제시하는 수행의 지위점차(地位漸次)인 60계위(六十階位)를 지나 생신(意生身)을 얻어 자유로운 왕래를 하게 된다고 하였다. 의생신이란 부모를 의지하지 않고 생각으로 만들어지는 몸을 말한다. 뜻(意), 곧 의식에 의하여 생기는 몸이다. 범어 마노말야(摩奴末耶 :Manomaya)를 음사(音寫)한 말로 의성신(意成身)이라고도 한다. 이 대목에서 말한 의생신을 얻는다는 것은 분단생사(分段生死)를 하지 않고 변역생사(變易生死)를 한다는 뜻이다. 수음(受陰)이 다했으므로 수음의 속박을 벗어나 생각대로 시방세계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보살이 중생을 교화 제도하기 위한 원력이 있을 때 변역생사를 하여 제도할 중생이 있는 곳으로 간다고 한다. 중생들은 자신이 지은 업인(業因)을 따라 태어나 신체적 환경의 제한을 받는다. 그리고 수명의 제한이 있다. 삼계(三界), 육도(六道)의 중생들이 대부분 분단생사를 한다. 변역생사는 삼계 밖의 생사로 분단생사를 바꾸어 비원(悲願)의 힘으로 받는 생사다.
수행의 목적을 ‘생사해탈’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불교는 한마디로 해탈사상(解脫思想)이다. 이 말은 깨달음(覺)이란 키워드와 같은 뜻이다. 마치 악몽에 시달리던 사람이 잠이 깨어 악몽에서 벗어나는 것과 같다. 괴로움을 벗어나는 것이 해탈이고 열반인데 상음이 다하면 그 근사치에 이른다는 것이다. 상음(想陰)의 구우(區宇)를 잠꼬대에 비유하여 말했다. 잠꼬대가 꿈에서 나오는 것이며 자신은 모르고 하는 말이지만 곁에 깨어있는 사람이 있을 때 잠꼬대의 말 음운이 분명하여 정상적으로 알아듣는다는 말이다. 몽경(夢境) 속에 내 몸이 있다면 그것도 의생신에 속한다. 범부와 불·보살의 경우가 다르지만 죽은 망자(亡者)를 영가(靈駕)라 부를 때 그 영가도 일종의 의생신으로 본다. 또 부처님의 천백억 화신도 의생신의 영역이다.
상음(想陰)이 결국 생각이기 때문에 상음이 다하면 오탁(五濁) 중에 번뇌탁(煩惱濁)을 초월하게 된다고 하였다. 〈능엄경〉에서는 오탁이 소멸되는 것을 오음이 하나하나 다하는 것에 배대(配對)하여 설명한 것이 특징이다. 또 음(陰)이 다할 때 단계적으로 빛이 난다는 것도 〈능엄경〉 특유의 표현이다. 마음이 빛(心光)이라고 하는 말은 〈화엄경〉 〈법화경〉 등 대승경전에서 자주 하고 있는 말이다. 또 선게(禪偈)에도 심월(心月)이니 광탄(光呑)이니 하는 말이 나온다. 〈능엄경〉에 의하면 선정을 닦는 것은 마음속의 빛을 개발하는 것이다. 마음속이 빛이 통째로 드러난 것이 법신 비로자나불이다. 광명변조(光明遍照)라 번역하듯이 마음이 끝없는 빛의 공간이라는 말이다. 중생의 번뇌는 심광(心光)을 차단하는 것이다. 겁탁을 초월하면 빛의 세계가 열리게 된다. 그래서 무량수(無量壽), 무량광(無量光)의 부처님 세계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정토수행의 아미타불 명호가 바로 무량수 ·무량광의 뜻을 가지고 있다. 영원한 생명의 빛을 따라가겠다는 서원으로 ‘아미타불’ 염불을 하는 것이다. 방편으로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는 염불이지만 실제는 자기 마음의 빛을 개발하는 자성염불(自性念佛)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