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 스님의 능엄경 강해] 36. 혹(惑)과 업 (業)으로 분단, 전도의 시초
36. 중생전도와 세계전도
〈원문〉
“아난아, 어떤 것을 세계전도(世界顚倒)라 하는가 하면 이 혹(惑)과 업(業)으로 분단(分段)이 허망하게 생기느니라. 이를 인해 계(界 : 공간)가 성립되고 천류(遷流)하여 머물지 아니하므로 이를 인해 세(世 : 시간)이 성립되느니라. 삼세와 사방이 화합하여 서로 곱하여(涉)져 변화하는 중생이 열두 종류를 이루느니라. 이렇기 때문에 세계가 움직임(動)을 인하여 소리(聲)가 있고, 소리를 인해 색(色)이 있고, 색을 인하여 향(香)이 있으며, 향을 인하여 촉(觸)이 있고, 촉을 인하여 미(味)가 있으며, 미를 인하여 법(法)을 아나니 여섯 가지 어지러운 망상이 업성(業性)을 이루기 때문에 12가지 구분(區分)이 이로 말미암아 윤전(輪轉)하느니라. 이렇기 때문에 세간의 성(聲)·향(香)·미(味)·촉(觸)이 12가지 변화를 다하여 한 바퀴 돌게 되느니라. 이 윤전하는 뒤바뀐 상태를 타는 까닭에 이 세계의 난생(卵生), 태생(胎生), 습생(濕生), 화생(化生), 유색(有色), 무색(無色), 유상(有想), 무상(無想), 비유색(非有色), 비무색(非無色), 비유상(非有想), 비무상(非無想)이 있느니라.”
〈강설〉
〈능엄경〉에서는 중생과 중생이 사는 세계가 전도(轉倒)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중생전도와 세계전도의 두 가지 전도를 밝히는 대목이 나오는데 매우 신비하고 난해한 대목이다. 혹(惑)과 업(業)으로 분단이 생긴 것이 전도의 시초다. 분단(分段)이란 목숨의 한정(限定)이 있고 몸의 형단(形段)이 있는 것을 말한다. 중생의 생사를 분단생사(分段生死)라고 말한다.
수명의 길고 짧음과 신체의 크고 작음 등 일정한 한계를 갖는 것으로 육도윤회를 거듭하는 중생의 생사가 모두 분단생사다. 상대적인 말에 변역생사(變易生死)가 있다. 분단으로 인해 계(界)가 생기고 세(世)가 생긴다고 하였다. 계(界)는 공간이고 세(世)는 시간이다 혹(惑)과 업(業)으로 인한 분단에 의해서 공간과 시간이 성립되었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삼세(三世)와 사방(四方)이 서로 섭(涉)하여 변화하는 중생이 12종류가 있게 되었다고 한다. 섭(涉)한다는 말은 곱해진다는 말이다. 〈금강경〉에서는 9류 중생을 말하는데 〈능엄경〉에서는 12류 중생을 말하고 있다. 천류(遷流)란 물이 옮겨 흐르는 것인데 과거, 현재, 미래 삼세가 천류하면서 사방을 섭(涉)하므로 12류가 된다는 것이다. 이리하여 공간적인 동요가 일어나면서 소리(聲)가 있게 되고 소리를 인하여 색(色)이 있고, 색을 인하여 향(香)이 있으며, 향을 인하여 촉(觸)이 있으며, 촉을 인하여 법진(法塵)을 안다 하였다. 이른바 육진(六塵)이 생기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처음 움직이는 동(動)으로부터 차례차례 생겼다는 것이다. 육진의 생기차제(生起次第)가 설명된 것이다. 향(香)은 냄새 전체를 말하는 것으로 물질인 색(色)은 어느 형태이든 냄새가 있는 것이다. 이 육진(六塵)이 어지러운 망상을 만들어 업의 습성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말하자면 중생의 종류에 따라 습성이 다르다는 뜻이다. 육도를 순환하는 것이 윤전(輪轉)인데 이 말은 윤회전생(輪?轉生)의 줄인 말이다. 윤회의 바퀴가 형성되어 돌면서 굴러가는데 12생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렇게 윤전하는 것이 여래장묘진여성인 각(覺)을 등진 것이므로 전도(顚倒)라 하는 것이다. 이 전도된 모습을 타고 12류 중생이 있게 되었다고 중생의 생기원인(生起原因)을 말하고 있다. 탄다(乘)는 말은 의지한다는 뜻이다. 12류 중생을 말하면서 난생(卵生)을 먼저 들어 말하는 것도 〈능엄경〉의 특색이다.
난생(卵生)은 상(想)으로 생기는 상생(想生)이다. 보통 사생(四生)을 말할 때 태생(胎生)부터 먼저 말하는데 태생은 정(情)이 많은 정생(情生)이므로 난생보다 움직임이 느리다. 혹(惑)과 업(業)의 분단에서 생긴 동요(動搖)가 상(想)으로 시작되므로 태생(胎生)보다 먼저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