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 스님의 능엄경 강해] 34. 보살도 구하려면 ‘사종율의’ 청정해야
34. 사종율의
〈원문〉
“아난아, 네가 마음을 거두는 섭심(攝心)을 물어 내가 먼저 말해 주었다. 삼마지에 들어가 닦아 배울 묘문을 설하였으니 보살도를 구하려거든 먼저 사종율의를 지녀 깨끗하기가 얼음과 서리 같이 하면, 스스로 능히 일체 지엽이 생겨나지 못할 것이며, 마음의 셋과 입의 넷이 생길 원인이 없으리라.
아난아, 이와 같은 네 가지 일을 유실치 아니하면 마음으로 오히려 색(色)·향(香)·미(味)·촉(觸)도 반연하지 아니하리니 일체 마군의 일이 어떻게 생기리요. 만약에 숙습이 있어서 능히 소멸해 제거하지 못하거든 네가 이 사람으로 하여금 나의 불정광명마하실달다반달라무상 신주를 외우게 하라. 이것은 정수리를 볼 수 없는 무위심 부처님이 정수리 위로부터 빛을 발하고 보배 연꽃에 앉아 설한 심주니라.”
〈강설〉
〈능엄경〉 7권에는 이른바 능엄신주(楞嚴神呪)라고 하는 주문이 설해져 있다. 대승 경전의 여러 주문 가운데 가장 으뜸가는 주문으로 알려진 것이다. 불정다라니(佛頂陀羅尼)라고도 하는 이 주(呪)는 총 427구로 되어 있다. 이 주문은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큰 영험이 있다고 여겨져 널리 염송되었다. 모든 부처님이 이 주문의 근본을 깨달아 마군(魔軍)을 항복받고 부처가 되며 이 주문을 근거로 하여 중생을 제도한다고 경에서는 밝히고 있다. 예로부터 중국 선종에서도 이 주문을 널리 염송해 왔다. 당나라 때 백장 선사에 의해 지어진 백장청규(百丈淸規)에서도 이 주문을 외울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 이 주문을 외우는 사람은 모든 재앙을 물리치고 참회가 이루어지며 좋은 곳에 태어날 수 있다고 하였다. 8천 번만 외워도 번뇌가 없어진 무상정(無想定)에 들어가며 죄업이 소멸되어 무량한 공덕을 성취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청평거사 이자현에 의해 능엄선(楞嚴禪)이 행해지면서 이 주문도 염송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설사 주문을 암기해 외우지 못할 경우에는 몸에 지니고 다니거나 집안의 벽에 써 붙여두기만 하여도 재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하는 등 이 주문의 효험과 공덕을 여러 가지로 설명하였다. 일설에는 이 주문이 최초로 암송되기 시작한 것은 당나라 때 북종(北宗) 신수(神秀) 대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선린상기전(禪林象器箋)〉에 나오는 말이다.
〈능엄경〉이 관정부(灌頂部)에 속한 밀교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경이므로 능엄주가 설해진 7권의 주심묘용(呪心妙用)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427구 가운데 핵심이 되는 부분이 “다나타 옴 아나레 비사제 비라바저라 아리반다 비타니 바저라바니바 옴 도로옹박 사바하 옴 비로제 사바하”이다. 이를 지극한 마음으로 외는 것이 용맹정진이 되며 삼마지에 도달하게 된다고 한다. 또 법화참법(法華懺法)처럼 능엄참법(楞嚴懺法)이 있는데 주(呪)를 통해 참회를 하여 온갖 악귀 및 질병 등의 재난을 여의고 가피를 받고자 하는 것이다. 또 능엄단(楞嚴壇)을 설치하여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 전이나 오시(午時)에 능엄주를 독송하는 풍습도 있었다.
경의 본 대목에서는 부처님이 능엄신주를 소개하며 아난에게 숙세의 나쁜 습기(宿習)을 제거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외우게 하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보살도를 구하는 사람은 먼저 사종율의를 깨끗이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종율의란 살생(殺生), 투도(偸盜), 음행(淫行), 망어(妄語)를 범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는 곧 신(身), 구(口), 의(意)의 삼업(三業)을 깨끗이 하여 십악(十惡)을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마음의 셋은 탐(貪), 진(瞋), 치(痴)이고 입의 넷은 악구(惡口), 망어(妄語), 양어(兩語), 기어(綺語)이다. 이는 모두 삼학(三學)의 계학(戒學)이다. 계학이 갖춰져야 정학(定學)인 삼마지가 이루어지며 삼마지가 이루어져야 혜학(慧學)인 일체지(一切智)가 이루어진다는 불교의 근본 대의를 밝혀 놓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