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 스님의 능엄경 강해] 32. 사바세계의 참된 교체(敎體) 음성에 있어

32. 음성교체(音聲敎體)

2023-08-28     지안 스님(반야불교연구원장)

〈원문〉
“제가 지금 세존께 사뢰옵나니 부처님께서 사바세계에 출현하시니 이곳의 참된 교체(敎體)는 음성에 있나이다. 삼마제를 취하고자 할진대 진실로 듣는 것(聞)으로 들어가야 하리니, 괴로움을 여의고 해탈을 얻은 이는 관세음보살이 진실하나이다. 항하사겁 중에 미진 불국토에 들어가면서 큰 자재력을 얻어 무외로 중생에게 베푸나이다. 묘음이며, 세상의 소리를 관하시며, 범음이며 해조음으로, 세간을 벗어나서 세상을 구하여 다 안녕케 하고 세간을 벗어나 항상 머뭄을 얻게 하나이다. 제가 지금 여래께 여쭈옵나니, 관세음보살이 말한 바와 같이 비유컨대 사람이 조용히 있는데 시방에서 한꺼번에 북을 치거든 열 곳의 소리를 한꺼번에 다 듣나니, 이것이 곧 원통의 진실이옵니다.”

〈강해〉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는 말이다. 25원통 중에 왜 이근원통(耳根圓通)이 으뜸인가 하는 이유를 말하는 대목이다. 우선 부처님이 출현하신 사바세계가 음성교체(音聲敎體)라고 말한다. 부처님이 가르치는 교체가 세계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향(香)으로 교체를 삼는 곳도 있고, 빛(光)으로 교체를 삼는 곳도 있으며, 말 없는 묵언(默言)으로 교체를 삼는 곳도 있다고 한다. 교체는 알아듣도록 의사소통을 시키는 수단이다, 사바세계는 말로써 의사소통의 수단을 삼는다는 말이다. 삼마제를 취하려면 들음(聞)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이근(耳根)을 가지고 해야 한다는 말이다. 관세음보살이 이근원통을 얻었으므로 원통교주(圓通敎主) 혹은 원통대사(圓通大士)라 부르기도 한다.

“원통교주는 항상 보타락가산에 머물며 인연 따라 어김없이 감응하시네. 불난 집에서 미혹한 이를 구하고 버드나무 가지로 물을 뿌리니 한 방울로 하늘 끝까지 적시시네.”

관음예문(觀音禮文)에 나오는 관세음보살의 이타원력(利他願力)을 찬탄하는 말이다. 경에서는 사바세계뿐만 아니라 항하사겁 중에 미진수 불국토에 들어간다고 하였다. 큰 자재력을 얻어 무외로 중생에게 베푼다는 것은 32가지 몸을 나타내는 응신과 14무외를 말한다. 대승불교의 보살행을 대표하는 3대 보살이 문수, 보현, 관음이다. 문수는 지혜를 상징하며 사람의 신체에 비유하면 눈(眼)이다. 보현은 행원을 상징하며 발(足)의 역할을 한다. 관음은 자비를 상징하며 손(手)의 역할을 한다. 관세음의 이름이 가진 뜻은 세상의 소리를 관한다는 뜻이다. 이는 음성교체와 관련이 있다. 세상의 소리를 다 듣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묘음이고 관세음이다. 범음(梵音)은 청정해서 어느 한 곳에만 치우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원래 범(梵音)은 범천(梵天)에서 나는 소리라는 뜻인데 청정한 소리라는 뜻이다. 또 불교 수행을 두고 말할 때 범행(梵行)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여기서도 범은 청정을 뜻하지만, 행자를 붙여 말할 때는 욕망을 여의고 음심을 끊어 금욕하고 수행하는 것을 범행이라 한다. 〈화엄경〉의 품 이름에 ‘정행품’이 있고 ‘범행품’이 있는데 정행(淨行)은 중생을 위한 이타원력이 들어 있는 행을 말하고 범행은 계율을 잘 지켜 엄격한 금욕생활을 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장아함경〉에 범행을 완성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말이 나온다. “믿음이 있고 계행도 있으며, 들은 것이 많고 설법도 잘하며, 능히 대중을 보살피고 대중 가운데서 널리 법을 설하며, 선정을 성취하고 8해탈에서 역순으로 노닐며, 번뇌를 버려 번뇌 없음을 이루어 마음의 해탈과 지혜의 해탈을 성취하여, 현세에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성립되어 할 일을 다 해 마쳐, 다시 존재의 형태인 유(有)로 태어나지 않으면 곧 범행이 갖춰진 것이다.” 이는 곧 범행의 완성이 수행의 완성을 의미하는 말이다.

해조음이란 조수(潮水)의 시간이 일정한 것처럼 때를 맞춰 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관세음보살이 소리를 관하는 덕으로 중생제도의 때를 놓치지 않는다는 것을 비유하여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