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선 스님의 묘법연화경 강의] 31. 무아로써 지계바라밀 행해지면…

31. 보시바라밀과 지계바라밀

2023-08-18     구선 스님(영양 연화사 주지)

6신통을 갖춘 진여보살은 생멸문 전체를 관찰할 수 있다. 그러면서 어디든지 마음대로 오고 갈 수도 있다. 9지 보살은 천이통을 활용해서 모든 중생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숙명통과 타심통을 활용해서 중생들의 업보와 마음 상태를 알 수 있다. 역무육입진을 통해 모든 반연 중생들을 제도할 수 있는 것이 6신통의 권능 때문이다. 10지 법운지에서 행해지는 보시바라밀은 생멸문의 본원인 원초신을 제도하는 것이다. 진여보살이 생성해내는 밝은성품으로 생멸문 전체를 덮으면 법운지에 들었다고 말한다. 그 상태에서 역무명색진(亦無名色盡), 역무식진(亦無識盡), 역무행진(亦無行盡), 역무무명진(亦無無明盡)을 행하면서 생멸문 전체를 제도한다. 역무명색진(亦無名色盡)을 통해서는 생멸 정보 간에 이루어지는 인연적 성향을 제도한다. 역무식진(亦無識盡)을 통해서는 원초신의 식의 바탕을 제도한다. 그러면서 불공여래장을 완성시킨다. 역무행진(亦無行盡)을 통해서는 밝은성품의 자연적 성향을 제도한다. 이로써 자연지(自然智)를 성취한다. 역무무명진(亦無無明盡)을 통해서는 각성의 무명적 습성을 제도한다. 이로써 공여래장을 완성시킨다. 이것이 보살도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보시바라밀이다.

다음은 지계바라밀이다. 지계란 받아 지니고 지키는 것이다. 생멸수행의 지계바라밀이 있고 진여수행의 지계바라밀이 있다. 생멸수행의 지계바라밀은 세 가지 관점으로 행해진다. 첫 번째 관점은 무아적 관점이다. 의식·감정·의지가 내가 아니라는 것을 믿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두 번째 관점은 밝은성품적 관점이다. 청정함, 착함, 떳떳함을 지키는 것이다. 세 번째 관점은 율법적 관점이다. 5계, 10계, 108계, 250계를 지키는 것이다. 무아적 관점으로 지계바라밀을 실천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정(定)의 주체를 세우고 그것에 입각해서 의식·감정·의지를 쓰는 것이다. 무념, 무심, 각성, 본성이 정의 주체이다. 두 번째 방법은 본성·각성·밝은성품에 입각해서 의식·감정·의지를 쓰는 것이다. 중간반야해탈의 단계에서 행해지는 ‘무아’의 실천이다. 사다함의 경지이다. 세 번째 방법은 본성의 간극에 몰입해서 의식·감정·의지를 인식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이다. 종반야해탈의 단계에서 행해지는 무아의 실천이다. 아라한의 경지이다. 머릿골 속의 텅 빈 자리에 입각해서 의식·감정·의지를 쓴다, 무념에 입각해서 ‘무아’를 실천하는 것이다. 가슴바탕에 세워진 편안한 자리에 입각해서 의식·감정·의지를 쓴다. 무심에 입각해서 ‘무아’를 실천하는 것이다. 지켜보는 마음으로 의식·감정·의지를 쓴다. 각성에 입각해서 ‘무아’를 실천하는 것이다. 각성으로 무념과 무심을 비춰보면서 의식·감정·의지를 쓴다. 본성에 입각해서 ‘무아’를 실천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무아로써 지계바라밀을 행하는 세 가지 요지이다.

무아로써 지계바라밀이 행해지면 밝은성품으로 이루어지는 지계바라밀과 율법으로써 행해지는 지계바라밀은 저절로 성취된다. 진여수행에 있어서 지계바라밀을 행하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 번째 목적은 스스로가 분리시킨 생멸심을 저버리지 않고 제도하는 것이다. 두 번째 목적은 진여심을 훼손시키지 않고 완성시키는 것이다. 10지의 절차에 따라 서로 다른 지계바라밀이 행해진다. 진여수행에 있어서 첫 번째 지켜야 할 지계바라밀은 열반상을 극복하는 것이다. 환희지에서 행해진다. 이구지에서는 스스로가 분리시킨 생멸심을 진여심과 평등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발광지에서는 자성중생서원도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 4지 염해지에서는 무념처를 통해서 생멸심의 의식을 일치시켰을 때 그 의식에 관여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