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학 교수의 꽃차이야기] 14. 폐 기운 돕고 목통증 완화
14. 도라지꽃차
민요 ‘도라지’의 가사인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의 백도라지…”는 동양철학의 깊은 뜻을 담고 있다. ‘도라지’는 ‘도(道)라지’이고, ‘백도라지’는 ‘백(白)도라지’로 흰 백(白)은 손괘(巽卦)로 하늘의 신도(神道)를 나타낸다. 또 ‘백(百)도라지’로 풀이할 수 있는데, 이는 진리는 100의 수리(數理)로 표상된다는 것이다. ‘심심산천’은 ‘심심산천(深深山川)’으로 깊고 깊은 마음의 산과 샘물을 의미한다.
도라지는 초롱꽃과 도라지속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꽃은 하늘색 또는 백색으로 7~8월에 핀다.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 ‘영원한 사랑’이며, 다른 이름은 약도라지, 고경(苦梗), 고길경(苦桔梗)이고, 생약명은 길경(桔梗)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 지역의 고산지대에서 자생하고 있으며, 경북의 봉화, 충북의 단양 등이 대표적인 생산지이다. 이용 부위는 꽃과 뿌리이며, 차 또는 약용한다.
성분과 약성
도라지 성분은 사포닌, 폴리갈락식산(polygalacic acid), 글루코즈(glucose), 알파-스파이나스테롤(-spinasterol), 이눌린(inulin), 스테롤(sterols), 베툴린(betulin), 플래티코도닌(platycodonin), 당질, 철분, 칼슘 등이 있다.
도라지는 성질이 차고, 맛이 쓰며, 독이 없다. 폐 기운을 잘 통하게 하고, 인후(咽喉)를 편하게 한다. 기침과 가래를 치유하고, 농을 배출한다. 목이 붓고 아픈 인후통, 이질 복통, 가슴이 답답한 것을 다스린다.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를 예방한다.
또 도라지는 사포닌이 풍부해서 몸의 피로를 막고 점막보호 기능이 뛰어나 면역력에 좋다. 칼륨이 풍부해 나트륨을 배출함으로써 혈압조절에 도움이 되고, 폐암 등 암 예방에 효과적이다.
마음, 기작용
도라지는 폐를 견실하게 하는 태음인의 꽃차이다. 맛이 쓴 도라지는 폐의 기운을 맑게 하여, 태음인이 정직하고, 자신의 것을 베푸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도라지는 폐의 기운을 맑게 하고, 견실하게 하는데, 이는 수곡온기의 폐(肺)와 관계된다. 수곡온기는 위완(胃脘)에서 진(津)이 생성되어 혀 아래의 진해(津海)로 들어가고, 진해의 맑은 기운은 귀로 나아가서 신(神)이 되고, 신은 두뇌로 들어가 니해(훮海)가 되고, 폐는 니해의 맑은 즙을 빨아들여 폐의 원기를 보익하고 다시 혀 아래의 진해를 고동시킨다. 도라지는 니해를 충만하게 하여 폐의 원기를 보익하는 것이다.(그림 참조)
도라지 속 사포닌 성분은 기침, 거담, 해열진해를 치료하는데, 이것도 폐의 원기를 충만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 도라지의 사포닌 성분은 항염증 기능이 있어 인후염의 목통증을 완화, 예방해 주는데, 이는 수곡온기의 위완(胃脘)과 관계된다. 수곡온기에서 혀 아래 있는 진해(津海)의 맑은 기운은 귀로 나아가서 신(神)이 되고, 진해의 탁재(濁滓)는 위완을 보익하는데, 도라지는 진해를 충만하게 하여 위완을 보익하는 것이다.(그림 참조)
제다 및 음용
도라지꽃은 7~8월 이른 아침 봉오리를 채취한다. 봉오리를 갈라서 수술을 제거한다. 저온에서 꽃이 타지 않게 뒤집어가며 덖는다. 중온에서 바로 세워 덖음과 식힘을 더해 준다. 고온에서 맛내기와 가향 덖음을 하여 완성한다.
도라지꽃 3~4송이에 100℃로 끓인 물 250ml를 넣고, 1분 이내로 우린다. 도라지꽃차와 레몬을 블렌딩한다. 레몬은 비타민 성분이 풍부하여 피부건강은 물론 감기를 예방하고 또 피로회복에 좋다. 도라지꽃 블렌딩은 폐 기능을 돕는다. 가래를 삭혀주고, 코 막힘 또는 춥거나 두통이 있을 때도 효능이 좋다. 비타민C의 보강으로 감기를 빨리 낫게 한다.
도라지꽃 3~4송이, 레몬 슬라이스 1조각에 100℃로 끓인 물 250ml를 넣고, 2분 이내로 우린다.
사상인별 음용 소감
태음인이 마셨을 때, 우림한 도라지꽃차는 눈으로 보는 색은 풀에 초록색으로, 막 돋아난 연한 초록색이다. 첫맛에서는 색처럼 구수한 누룽지 맛이 났지만, 뒤끝은 아린 맛이 났다.
우림한 꽃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연한 초록색이 보라색으로 변하고, 동굴 속에 들어가면 열이 싹 내려가는 서늘한 느낌이다. 하지만 목 저 끝에 아린 맛은 여운처럼 길게 느껴진다. 서늘한 느낌의 도라지꽃차이다.
다른 태음인 시음자는 도라꽃차의 건향은 덖음 정도가 잘 덖어져서 구수한 향이 먼저 스친다. 시음에서는 구수한 맛이 전체적으로 있고 입의 감응이 좋았다. 뒤에는 혀에 알싸함이 느껴지며, 혀끝이 따가웠다.
소음인이 마셨을 때, 첫맛은 구수하고 끝 맛은 단맛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구수하면서 당기는 맛이었지만, 두 번째 잔부터는 도라지 특유의 아린 맛과 비릿한 맛이 났다. 특히 시간이 약간 지나면서 식은 도라지꽃차는 아린 맛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