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남 장편소설 아디카야의 검] 28. 劍이 예수의 지팡이로 둔갑?

28. 스리나가르여, 스리나가르여 2

2023-07-28     백금남

그렇게 말하고 오오스마 기자가 관리인을 향해 다가갔다.

그들은 잠시 무슨 말인가를 나누었는데 고개를 끄덕이던 관리인이 앞장서서 어디인가로 갔다. 그들이 모퉁이로 사라지고 한 십여 분 되었을까. 키가 작고 몸집이 뚱뚱한 사내와 함께 오오스마 기자가 나타났다. 키가 작은 사내는 이제 오십이나 되었을까? 오오스마 기자의 신문사 편집장 형이 분명해 보였다. 그가 허리춤에 찬 열쇠로 문을 땄다. 푸른색의 나무문이었는데 자파티처럼 넓적한 쇠 장식 열쇠였다.

문이 열리자 오오스마 기자가 우리를 불렀다. 한걸음에 다가갔는데 키가 작은 사내는 이미 안으로 들어가 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우리들의 인사를 받았다. 국장의 형님이 맞았고 이곳의 관리소장이라고 했다.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핸드폰도 안 됩니다. 핸드폰을 끄세요.

그의 말대로 핸드폰을 꺼내 끄고서야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쾌쾌한 냄새가 콧속으로 달려들었다. 실내는 말끔하게 청소가 되어 있었는데 바닥은 검붉은 빛이 돌았다. 마치 붉은 양탄자를 깔아 놓은 것 같았다. 그렇다고 양탄자는 아니었다. 통로 위의 문틀들이 푸른색으로 페인트가 칠해졌고 문은 분홍색이었다. 무슬림 양식이 이런 것인가 하고 생각하는데 분명히 지하실인 것 같았다. 문 앞에 푸른색의 철창이 처져 있는 것이 보였다. 소장이 철창이 쳐진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문 앞에 글이 붙어 있었다. 유즈 아사프, 즉 예수가 수 세기 전에 카슈미르 골짜기에 들어왔으며 그는 진리를 찾는 일에 일생을 바쳤다는 글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두 개의 묘실이 나왔다. 소장이 안쪽 묘실을 가리켰다. 먼저 두 개의 긴 돌이 보였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한 돌이었다. 그것들은 나무 울타리로 잡인이 들어가지 못하게 둘러싸여 있었는데 그 위를 형식적으로 천을 덮어 놓은 것 같았다.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무덤인가요?

내가 허망한 어조로 물었다.

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직사각형의 공간이었다. 입구에 작은 묘돌이 보였고 그 안쪽에 길고 큰 묘돌이 보였다.

-안쪽 큰 묘석이 예수 그리스도의 묘석입니다. 이쪽의(입구 쪽) 작은 묘석은 이슬람의 성인 시에르 나시드 우드딘의 묘석입니다. 그는 15세기 여기에 묻혔지요.

-그럼 저 돌 밑에 예수 그리스도가 묻혀 있는가요?

내가 물었다.

소장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리가요. 예수 그리스도를 모신 실제 석관은 밑에 있습니다, 그 석관을 보호하기 위해 그 위에 목관을 두었지요. 목관 안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유물이 들어 있습니다. 저 묘석은 단순한 덮개입니다.

-볼 수 없나요?

알렉스가 흥분된 어조로 물었다.

-더 내려가야 볼 수 있는데 볼 수 없습니다.

-그럼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이 어디에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국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볼 수 없나요?

-그것은 이 주위에 있습니다. 바로 저 바닥에 예수 그리스도의 발이 새겨져 있습니다.

넷의 시선이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달려갔다. 돌바닥이었고 돌에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특이했다. 사람의 발자국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조작된 느낌의 것이었는데 십자가에서 생긴 흉터 자국이 선명했다.

-신통하구나! 예수 그리스도의 발이 그대로 여기 찍혀 있다니.

알렉스가 가슴을 부여잡으며 소리쳤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 바닥돌 위에 섰다고? 하마터면 나는 알렉스의 얼굴을 쳐다볼 뻔했다. 분명히 그의 발자국은 후세인이 정으로 쪼은 것이었다.

나는 발자국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지팡이 자국이나 그 어떤 기록도 찾아볼 수 없었다. 여기저기 돌아보다가 마지막으로 소장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여기 예수 그리스도가 생전에 들고 다니셨다는 지팡이의 흔적과 행방의 기록이 있다던데요?

소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 그런 것은 없습니다. 지금 무쿠암에 있다는 지팡이에 대해서 말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도 그 지팡이에 해서 말들이 많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곳에 머물다 일생을 마친 것이 분명한데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소지품이 모두 여기에 있었는데 왜 그 지팡이만 무쿠암에 묻혔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왈리의 선조에게 전해졌다고 하는데 그런 기록이 있다고 하더라도 옛날 말이에요. 이미 세상에 드러났으니까요.

-드러나요?

-그것이 무쿠암에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리스도의 지팡이가 세상에 나왔어요. 저도 분명히 보았으니까요.

-보았다고요?

어떻게 생겼더냐고 물으려다가 그렇게 내가 물었다.

-네. 전시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쿠암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는데 글쎄요? 그럴까요? 어떤 작가가 인도에서의 예수인가 뭔가를 쓰면서 그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는데 글쎄요? 그 성물에 접근하다가 죽어 나간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데 어떻게 세상에 나올 수 있는지 그것도 이상하고….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들었던 것 같군요.

오오스마 기자가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 지팡이를 보았다는데 어떻게 생겼던가요?

내가 꿀꺽 침을 소리 나게 삼키고 소장에게 물었다.

-그저 평범한 나무 막대기였어요. 꼭 창처럼 생겼더군요.

그렇다면 무엇인가? 예수의 지팡이가 있었다. 어떤 작가가 예수의 일생을 더듬다가 예수의 무덤이 있다는 곳에서 가까운 무쿠암에 묻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여기는 예수를 신앙하는 이슬람 문화권이니까. 이미 그 전에 아디카야의 검이 묻혔다는 것을 모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아디카야가 지팡이로 대체 되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일단은 마음이 놓였다.

 

-예수 그리스도의 무덤이라고 해서 기대했었는데 후대의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만들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군요.

밖으로 나와 소장과 헤어지고 나서야 알렉스의 눈치를 보며 오오스마 기자가 한마디 했다.

-그러게요.

-예전에 여기 올 기회가 있었는데 그땐 국장님도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없었어요. 왜 그러나 했는데 이제 좀 이해가 되는 기분입니다. 우리 국장님 한동안 라자발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어요. 그 양반이 그러더군요. 예수의 부활? 그들의 성경에 그 대답을 분명하게 하고 있답니다. 마가복음 15장 44절에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았을 때, 본디오 빌라도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고 해요. ‘예수가 그렇게 빨리 죽을 줄 몰랐다.’ 요한복음 19장 32절에도 이런 구절이 보인다고 해요 ‘로마 형리들이 예수의 다리를 부러뜨리려 했다. 그러나 예수는 이미 죽어 있었다.’ 그때 이미 죽었다고 기록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럼 부활하지 않았단 말인가요?

내가 물었다. -그건 모를 일이지요. 이런 기록이 또 있다고 하니까요. 요한복음에 보면 예수의 발이 십자가에 고정되어 있었다는 겁니다. 다리가 부러지지 않았다고 해요. 그럼 정상적인 십자가형은 이삼일 십자가에 매달려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때 탈진 상태로 의식을 잃었을 수도 있다는 거지요. 형리들은 그것을 예수의 죽음으로 보았고 미리 준비된 동굴 형태의 무덤에 안치시켰을지도 모르지요. 마태복음 27장 60절에 보면 ‘이 무덤은 아리마태아 요셉의 개인 소유’라고 기록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빌라도라고 하더군요.

-빌라도?

-예수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던 총독 빌라도 말입니다. 그는 그때 이미 예수를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예수의 십자가형은 개인 소유지에서 몇몇 사람들만 모인 가운데 치러졌으며 죽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묘하게 앞뒤가 맞아요. 이로써 유대교 파의 질시와 저주를 모면하게 되었다는 거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동시에 유대인의 메시아(Messiah)로서의 명분을 얻게 되었다는 거구요.

-그러니까 예수는 십자가에 매달린 후, 가사 상태에 있었다?

듣고 있다가 내가 물었다.

-완전히 죽었다면 정말 예수의 부활이 있었을까요?

-그건 너무 비인간적이고 과학적인 판단이 아닐까 싶은데…. 왜 그런 일들이 많지 않습니까. 죽은 후에 장례를 치르다 보면 살아나는 경우가.

-그 후 예수는 그곳에서 머물지 못하고 시리아 다마스커스에서 몇 년 살다가, 성모 마리아, 동생 토마 등을 데리고 이곳으로 왔다는 겁니다. 성모 마리아는 예수가 38세 되던 해 이곳에서 사망했고 그 무덤이 있다고 합니다. 카슈미르 지역의 경계에 있다고 하더군요. 마리(Mari)라는 마을인데 마이 마리다 아스탄(Mai Mari da Asthan)이라고 불린다고 하더군요. 성모 마리아의 마지막 휴식처라는 뜻이랍니다.

-그럼 예수는 줄곧 라자발에서 살았나요?

내가 물었다.

-115세에 죽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라자발에 묻혔다는 겁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충격적이긴 한데 근데 그거 역시 어디까지나 추론 아닌가요?

-그렇지요.

-그래서 무쿠암에 묻힌 것이 예수의 지팡이일 수 있다?

-그런 기록도 없지만, 소장님 말은 왜 예수의 지팡이가 그곳에 묻혔겠느냐는 겁니다. 사람이 115세까지 살았다? 그럼 행동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겠어요? 지팡이라는 겁니다. 그것은 한순간도 놓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해요. 그렇겠지요. 아마 죽을 때까지 곁에 두었어야 했을 겁니다. 앉아 있어도 지팡이를 짚어야 했을 테니까요. 우리 할아버지도 105세에 돌아가셨는데 마지막까지 지팡이를 놓지 못하셨어요. 지팡이는 할아버지의 상징이었지요. 어디 갔다 돌아오면 언제나 지팡이가 문 곁에 세워져 있었으니까요.

-그렇다면 예수가 죽은 후에 왈리라는 성인이 지팡이를 훔쳐내었다?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도 늙었기에 예수가 죽자 그 지팡이를 짚고 무쿠암으로 돌아갔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왜 예수의 지팡이를? 다시 부활하시면 어쩌라고? 그래서 더욱 예수 곁에 놓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군요. 예수가 이적을 많이 베풀었다 하더라도 그 지팡이가 마술 지팡이도 아니고 보면.

-지팡이만 무쿠암에 모실 이유가 없다는 소장님의 추리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럼 무쿠암에 든 것이 무엇일까요? 만약 정설대로 아디카야 검이 맞는다면 후대의 이슬람교도들이 예수의 지팡이로 둔갑을 시킨 것이 분명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돌에다 예수의 발자국을 정으로 찍어 만들 듯이 말입니다. 더욱이나 발자국 옆에 있다는 지팡이의 기록도 없지 않습니까.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군요! 〈계속〉

▶한줄 요약

이 기자 일행은 예언자의 무덤이라는 라우자 발(Rauza bal), 일명 라자발에 도착해 현장을 직접 볼 수 있게 됐지만 예수의 지팡이와 모든 전설들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