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 스님의 능엄경 강해] 29. 발보리심 없인 부처 될 수 없다

29. 관세음보살의 이근원통(耳根圓通)

2023-07-28     지안 스님(반야불교연구원장)

〈원문〉
그때 관세음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절을 하고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기억하니 옛적 수없는 갠지스강 모래알 수만큼의 많은 겁 전에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관세음부처님이셨습니다. 제가 그 부처님에게서 보리심을 발하였으니 그 부처님이 저를 가르쳐서 문(聞)·사(思)·수(修)로부터 삼마지에 들라 하셨나이다. 처음에 듣는 가운데서 듣는 법류(法流)에 들어가 들리는 소리를 잊었습니다. 듣는 성품과 들어간 소리가 이미 고요해짐에 움직이거나 고요한 두 가지 상태가 조금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이 점점 증진하여 듣는 것과 들리는 것이 다하여지고 들음이 다했다는 것도 남아 있지 않아서 깨닫고 깨달을 바가 공해졌으며, 공해진 깨달음이 지극히 원만하여 공하고 공해지는 대상이 없어졌으며, 생기고 소멸함이 이미 없어져 적멸이 앞에 나타났습니다. 홀연히 세간과 출세간을 뛰어넘어 시방이 뚜렷이 밝아져 두 가지 뛰어난 것을 얻었습니다. 하나는 위로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본래의 미묘한 깨달음의 마음과 합쳐져 시방 여래로 더불어 자비의 힘이 같아진 것이요, 둘은 아래로 시방의 일체 육도 중생과 합해져 모든 중생들과 더불어 부처님을 우러러보는 것이 같아졌습니다.”

〈강해〉 대승 경전에 등장하는 불보살은 과거 인행시(因行時)에 특정 부처님을 만난 것을 계기로 보리심을 발했다고 서술되는 것이 상례가 되어 있다. 이근원통을 이룬 관세음보살도 과거 무수겁 전에 관세음 부처님으로부터 보리심을 발했다고 한다. 깨달아서 부처가 되겠다는 마음이 보리심이다. 보리심을 일으키지 않으면 부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문(聞)·사(思)·수(修)를 삼혜(三慧)라 하는데 지혜를 터득하는 세 가지 단계라 할 수 있다. 듣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수행이 완성되어 가는 것을 말한다. 관세음보살이 ‘처음 듣는 가운데서 법류(法流)에 들어가 들리는 소리를 잊었다’는 것은 듣는 성품에 들어가서 성진(聲塵)인 소리를 잊었다는 것이다. 이는 곧 듣는 성품을 들어 해탈을 얻었다는 것이다. 흔히 이 대목의 내용을 요약하여 반문문성(反聞聞性)이라 한다. 객진(客塵)인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듣는가 듣는 성품을 듣는다는 말이다. 이는 마음이 한 곳에 집중되어 고요해져 객관을 의식하는 망념이 없어졌음을 뜻한다. 이른바 삼마지에 든 것이다.

‘움직이고 고요한 두 가지 상태가 조금도 생기지 않았다’는 것은 소리가 들리는 것은 물론 들리지 않는 고요한 것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듣는 것과 들려지는 것이 다하고 들음이 다했다는 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아공(我空), 법공(法空), 구공(俱空)의 뜻이다. 아공(我空)이 되면 이근(耳根)도 없어지고 법공(法空)이 되면 성진(聲塵)도 없어져 여래장묘진여성만 남게 되는데 이 여래장묘진여성 마저도 공해져 버린다는 뜻이다. 이를 다음 말에 깨닫고(覺) 깨달을 바(所覺)가 공해졌다고 말하고 있다. 들음이 다한 것은 소각이 되고 다한 줄 아는 것은 능각이 되는데 능소(能所)가 동시에 끊어졌다는 말이다. 공해진 각(空覺)이 지극히 원만하여 공(空)하고 공해지는 대상(所空)이 없어졌다는 것은 5권에서 설해진 육해일망(六解一亡)의 경지이다. 이런 경지에서 생멸이 없어지고 적멸이 나타나 세간과 출세간을 뛰어넘었다 하였다. 열반경 사구게에서 말한 “생멸이 없어지고 적멸이 즐거움이 되었다(生滅滅已 寂滅爲樂)”는 말이다. 여기서의 적멸은 일심의 근원으로 본래의 적멸이다. 이를 법화경 사구게에서는 “모든 법은 본래부터 항상 고요한 모습 그대로다(諸法從本來 常自寂滅相)” 하였다.

이근원통(耳根圓通)을 얻은 관세음보살은 두 가지를 경험하게 된다. 하나는 시방 여래와 자비의 힘이 같아진 것이요. 또 하나는 육도의 중생과 더불어 부처님을 비앙(悲仰)이 같아진 것이다. 이는 위로 향하고 아래로 향하는 자비가 완전해졌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