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학 교수의 꽃차이야기] 12. 혈액순환 돕고 간과 폐에 좋은 차
12. 연잎, 연꽃차
연꽃은 더러운 진흙 연못 속에서 깨끗한 꽃을 피운다고 하여 선비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불교에서는 진흙 속에서 피는 연꽃이 속세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청정함을 상징한다고 하여, 극락세계를 상징하는 꽃이다.
꽃말은 군자, 청결, 순결, 배신, 청순한 마음 등이며, 다른 이름은 연이고, 생약명은 연자심(蓮子心), 연자육(蓮子肉)이다.
연꽃과 수생식물 중 부엽식물에 속하는 쌍떡잎식물로서 다년생 수초이다. 키는 1m 정도 자라고, 연잎은 하엽체(荷葉體)라고도 불린다. 꽃은 연한 홍색 또는 흰색으로 7~8월에 꽃줄기 끝에서 대형 꽃이 1송이 피는데 지름이 15~20cm이다. 이용부위는 뿌리, 잎, 꽃, 종자이며, 식용으로 활용할 수 있고, 차 또는 약용한다.
성분과 약성
연자육에는 전분, 라피노스(raffinose), 누시페린(nuciferine), 노루누시페린(nornuciferine), 노르마르메파빈(norarmepavine)이 있고, 잎에는 로메린(roemerine), 누시페린(nuciferine), 노르누시페린, 아르메파빈(armepavine), 프로누시페린(pronuciferine), 리리오데닌(liriodenine), 아노나인(anonaine), 퀘르세틴(quercetin) 등이 있다.
연자육은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고 떫다. 연근은 성질이 차고, 맛이 달다. 잎은 성질이 평하고, 맛이 쓰다. 연자육은 신장의 기운을 이롭게 하여 유정을 멈추게 한다. 연자육은 오래된 이질 설사를 멈추게 하고, 불면증에 도움을 준다. 연근은 열을 내리고 어혈을 제거하며 독성을 풀어준다.
연잎은 수렴작용과 지혈작용을 하고 야뇨증에도 효과가 있다. 연잎은 건조한 폐를 순환시켜 니코틴을 배출하는데 도움을 준다. 연꽃은 혈액순환을 돕고 풍습(風濕)을 제거한다.
마음·기(氣)작용
연꽃은 간(肝)과 폐에 좋은 태음인의 꽃차이다. 연근은 구멍이 있어서 더러운 것을 걸러내고 영양을 섭취하기 때문에 수렴과 발산을 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태음인은 잘 먹고 흡수를 잘하지만, 땀으로 발산(發散)을 잘해야 한다. 연꽃은 기본적으로 태음인의 발산을 도와주는 꽃차이다.
연꽃은 혈액순환을 돕고, 지혈의 효능이 있는데, 이는 수곡량기의 혈해(血海)와 관계된다. 수곡량기는 소장(小腸)에서 유(油)가 생성되어 배꼽의 유해(油海)로 들어가고, 유해의 맑은 기운은 코로 나아가서 혈(血)이 되고, 코의 혈이 허리로 들어가 혈해(血海)가 되고, 간은 혈해의 맑은 즙을 빨아들여서 원기를 보익하고, 기운을 고동하여 배꼽의 유해를 모이게 한다.
요척(腰脊)에 있는 혈해는 피가 사는 집으로 혈해의 맑은 즙이 간의 원기를 보익하기 때문에 연꽃은 혈해를 충만하게 하는 것이다.(그림 참조)
연잎은 건조한 폐를 순환시켜주는데, 이는 수곡온기의 니해(훮海)와 관계된다. 수곡온기에서 니해의 맑은 즙이 폐(肺)의 원기를 도와주기 때문에 연잎은 니해를 충만하게 하는 것이다.
태음인은 간대폐소(肝大肺小)의 장국으로 폐당(肺黨)의 수곡온기가 적은데, 연잎과 연꽃은 기본적으로 수곡온기의 기 흐름을 잘 흐르게 한다.
제다 및 음용
연잎은 앞뒤로 잘 씻어서, 가로×세로 1.5cm, 1cm 자른다. 찜기에서 증제 후 유념을 한다. 고온에서 덖음과 식힘을 반복하여 완성한다.
연꽃제다는 꽃을 7~8월에 채취하여, 꽃잎과 연자방, 꽃술을 분리한다. 꽃잎은 5mm 정도로 자르고, 연자방은 2mm 정도로 자른다. 중온에서 덖음과 식힘을 반복하고, 고온에서 맛내기와 가향 덖음으로 완성한다. 연잎차 2g에 100℃로 끓인 물 250ml를 넣고, 2분 이내 우린다. 연잎차 3g을 100℃로 끓인 물 500ml를 넣고, 2분 이내로 우려낸 다음, 연꽃에 부어 함께 우린다.
사상인별 음용 소감
태음인이 마셨을 때, 연꽃차의 향은 여름철 풀향과 과일의 향이 났다. 1차 시음에서는 청포도의 맛이 스며들며 달콤함이 느껴지고, 과일의 신 맛도 느껴졌다. 2차 시음에는 약간 떫은맛이 혀에 남고, 압 안이 화함이 있다.
다른 태음인 시음자는 첫 한 모금에서는 무엇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은은한 향이 다가오지만, 그렇게 당기는 맛은 아니었다. 향이 깊어지면서 매운 맛이 나고는 가벼워졌다. 2차 시음에서는 머리가 띵하면서 먹먹해지는 것 같았다.
소음인이 마셨을 때, 1차 시음에서는 연꽃 차향은 묵직한 향의 느낌이 다가오고, 입안 끝 쪽에서 화한 느낌이 오래 남아서 맴돌았다. 2차 시음에서는 목안 쪽에서 잠시 시원함이 느껴지고, 떫은맛이 약하게 느껴졌다.
연꽃차는 은은하면서도 독특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다. 태음인 한증에는 잘 맞고, 태음인 열증이나 소양인, 그리고 소음인에게는 다가오는 꽃차는 아닌 것 같다.
음용 사례 (태음인, 여, 52세)
2021년 여름에 연꽃차를 처음 마시고는 그윽하면서도 산뜻함을 담고 있는 은은한 향과 달콤한 맛의 신선함을 잊을 수가 없다. 마음이 차분해 지면서 정신이 맑아져 입가에는 웃음이 저절로 났다. 잦은 스트레스로 평소에 소화불량이 심했고, 머리 두통이 심해 약을 자주 먹곤 했었는데, 연꽃차를 마시는 순간에는 속이 편안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경험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