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인문학살롱] 14. 스즈키 다이세츠의 삶과 학문

서구에 선불교 알린 세기의 불교학자 평생 선불교 연구와 전파에 힘써 선적 표현, 심리학적 관점서 전달 영문저작 통해 서구에 불교 알려 “선, 체험 통해 체득 가능” 강조

2023-07-17     이광준 동서심리학연구소장
서구에 선불교를 알린 불교학자 스즈키 다이세츠(鈴木大拙, 1870~1966).

스즈키 다이세츠의 삶
스즈키 다이세츠(鈴木大拙, 1870~1966) 박사는 1870년 일본의 가나자와(金澤)에서 4남1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17세 되던 1887년에 이시가와(石川) 전문학교 초등중학교를 졸업하고 제4고등중학교 예과 3학년에 편입학한 후 19세~20세에 노우토(能登)와 이시가와(石川)의 소학교 고등과 영어교사로 일을 하였다.

21세 되던 1891년에 교사직을 사직하고 도쿄의 와세다대학의 전신인 도쿄전문학교(東京專門學校)에서 영문학 공부를 하던 중 가마쿠라(鎌倉)의 원각사 (圓覺寺)로 가서 이마키타코우센(今北洪川)으로 부터 선(禪)수행에 열중하다가 동경제국대학 선과 (選科)에 입학했다. 22세 되던 1892년, 이마키타의 뒤를 이어 샤큐소우엔(釋宗演)이 원각사 관장으로 취임하자 계속해서 그로부터 선 수행에 열중하면서 불교, 서양철학 등에 관한 책들을 광범위하게 섭렵했다.

23세에는 샤쿠소우엔이 미국의 시카고 만국종교회의에 출석하게 되자 그 강연 원고의 영역을 담당하고, 25세에는 접심(接心)으로 견성(見性)을 인가받았다. 이로 보면 박사는 어학과 선도에는 천부적인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 27세가 되던 1897년 샤쿠소우엔의 추천으로 미국 시카고 교외의 오픈코트 출판사의 폴 캐루스에게 가서 잡지편집과 〈노자도덕경〉의 영역들을 도와주면서 그의 문하생으로 11년간 머물렀다. 

1900년에는 〈대승기신론〉을 영역해 출간함으로서 학자로서의 그의 존재는 구미학계의 일원으로 각인됐다. 1905년에는 샤쿠소우엔의 미국 강연을 통역하며 동부지방을 순회하고 계속해서 〈대승불교개론〉의 명저를 영국에서 출판하였으며 이듬해인 1908년에 미국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를 거쳐 이듬해 4월에 고국을 떠난 지 14년 만에 일본으로 돌아왔다. 
귀국하고 곧 학습원(學習院)과 동경제국대학 강사로 영어를 가르치고 40세 되던 1910년 학습원 교수가 됐으며 41세되던 1911년에 베아트리스 레인과 결혼을 하였다. 

1914년에는 도쿄에서 영국인 로버트슨 스코트가 운영하는 〈뉴 이스트(New East)〉 지에 선 논문을 연재하기 시작하고, 51세 되던 1921년 교토의 오오타니(大谷) 대학에 초빙되면서 이때부터 간신히 불교학자로서 영문잡지 〈이스턴 붓디스트〉를 창간하는 등의 본격적인 연구생활이 시작되었다. 

63세가 되던 1933년이 이르러 동 대학에서 〈능가경의 연구〉로 문학박사의 학위를 받고, 1936년에는 외무성 촉탁 교환교수로 영국과 미국의 대학에서 ‘선과 일본문화’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귀국했다. 1946년에는 키타가마쿠라(北鎌倉)의 동경사(東慶寺) 산 위에 자신과 부인의 장서들을 모아놓은 ‘마츠오카 문고(松岡文庫)’를 설립하였다.

1949년 일본 학사원(學士院) 회원이 됐으며 문화훈장을 수여받고, 또 미국으로 들어가 록펠러재단의 위촉으로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콜롬비아, 시카고 등의 여러 대학에서 불교철학을 강연했고, 1952년까지 하와이, 콜럼비아, 클레아몬트 대학 등에서 강의를 했다. 84세 되던 1954년에 콜럼비아 대학의 객원교수로 재직하고 1955년에 후루다쇼우킨(古田紹欽)이 편집한 〈스즈키 다이세츠 선집〉(전26권)으로 아사히(朝日)문화상을 수상했다. 박사는 다시 미국으로 가서 콜럼비아 대학과 케임브릿지, 하버드 대학 등에서 강의를 계속하다가 90세 되던 1960년 오오타니 대학(大谷大學)이 주최한 90세 축하연에 참석하고 가마쿠라(鎌倉)의 문고에서 연구를 이어갔다. 이후 96세가 되던 1966년을 일기로 별세했다.

스즈키 다이세츠의 심리선관
박사는 말한다. 종교는 어떠한 종교이든 ‘아(我)’라는 것은 없애야 한다. ‘아’가 있으므로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생기는 것이다. ‘아’를 없애버리면 거기에 참다운 종교의 빛도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선가에서는 교외별전(敎外別傳), 불립문자(不立文字)라는 것을 부르짖고 있는데 교외별전과 불립문자라는 것을 오늘날의 철학자나 종교자들이 사용하는 말로서 표현하자면 신비적 체험이 된다.

가르침 외에 따로 전했다는 뜻으로 여러 가지 다른 가르침은 있으나 그런 것들에 의하지 않고 따로 석존의 정신을 전하는 것, 바로 그것을 신비주의라고 하는데, 이것을 교외별전, 불립문자라는 말로 표현한 것이다. 이것을 달마가 전한 것이다. 중국의 불교사에 있어서 선종은 교외별전이기 때문에 선종에는 공안(公案)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신비적 체험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동기가 된다. 새로운 운동이 생겨나는 근원은 아무래도 주지주의가 아니라 신비적 체험이라야 한다. 신비적 체험이란 어떤 것인가. 사람의 마음의 작용에는 이론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운 하나의 체험이 있다. 그 체험을 거치지 않으면 인간은 생명이 없는 형식이 되고 만다. 체험에 의해 그 자체도 변한다. 그래서 생명이 흐른다. 
〈능가경〉에서는 다음과 같은 종교의 본체(本體)를 설명하고 있다.

“종교에는 종통(宗通)과 설통(說通)의 두 가지가 있다. 종통이란 신비적 경험이며 설통은 논리적 설명이다. 그래서 종교에는 이 두 가지가 있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이 언제나 서로 상부상조해 가지 않으면 안되지만, 그것들이 꼭 병행해가지는 않는다. 자기가 출발점이 되고 아울러 귀착점이 되는 것이다. 결국은 그 자신의 주관으로 결정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선의 극치는 심리적 방면에 있어야 한다.

즉, 신비적 체험 위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심리적 체험에 선의 생명이 있는 것이며 이것이 선의 근본이다. 그것이 이른 바 교외(敎外)이다. 다시 말하면 선은 언제나 자기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선을 해석할 때 설명을 심리학에서 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이 오늘날의 심리학으로 본 선이라고 말한다.

스즈키 다이세츠의 학문
박사의 저술목록에는 저작과 역본을 합하면 〈선(禪)의 연구〉를 비롯한 백여 종의 저술이 있으며, 영문저작으로는 〈대승기신론〉을 비롯한 30여종의 저술이 있다.

박사의 저술에 속하는 이러한 책들의 밑바탕을 이루는 것은 박사의 선 체험의 탐구이다. 〈자력과 타력〉 등의 정토진종의 교리를 쓰면서도 선사상의 안목으로 해석하는 것이고, 달마 연구에 있어서도 선 경험에 입각한 사상사를 쓰고 있다. 박사는 일본 선을 사상적으로 관찰할 때 △도겐(道元)의 선 △하쿠인(白隱)의 선 △반케이(盤珪)의 선 등 세 가지의 사상적 유형이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무심(無心)을 논한 연구에서는 무심의 경지를 체득하지 못하고는 아무래도 그림속의 떡 같은 것으로 그 사상의 근저를 잡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일본적 영성(日本的靈性)〉에 대한 연구는 일본인의 종교적 체험의 세계를 묘사해 놓은 것으로 볼 수 있고, 〈임제의 기본사상〉에 대한 연구는 기존의 중국 선사상에 깊고 그윽함을 더해 놓고 있다.

말하자면 박사의 논설은 선은 스스로 체험을 통하여 파악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몸으로 규명하고 내면으로 들어가 그 사상을 본다고 하는 심리선적 입장에 있는 것이다. 한편 스즈키 박사의 세계불교사적인 업적은 영문 저술로 서구인들이 보고 읽을 수 있도록 연구성과를 저술 혹은 강의로 수 없이 많은 발표의 기회를 가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스즈키 박사는 그의 저서 〈선(禪)〉에서 말한다. 선은 선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체득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이해한다고 하는 것도 이것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서 어느 정도는 그 표현에 변화가 있는 것임을 깨닫지 않으면 안된다. 선이 무엇인지를 해외에 알리기 위해서는 중국문 또는 일본문적 표현 그대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영문의 선(禪)은 그 표현법에 있어서 고래의 ‘선록(禪錄)’ 그대로의 것과는 상당한 간격이 있기 때문에 도리어 선의 견해에 대해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제출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선은 중국에서 발전하고 완성된 영성적 산물이다. 그래서 중국문의 표현법, 중국민족의 심리적 특성위에 선의 묘처(妙處)가 유감없이 드러나 있다. 그것을 다른 민족의 표현법으로 옮겨 놓으면 그 묘처는 충분히 맛볼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언제나 마음을 넓혀서 가슴을 열고 이색(異色), 이질(異質)의 문화이건 정서적인 문제 같은 문제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스즈키 박사는 선(禪)도 또한 종래의 형식에만 매여 있을 것이 아니라 원문의 묘처, 장점이 희생되더라도 이것을 다른 사람이 알 수 있도록 먼저 그 훈련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안목으로 서구에서 불교의 교리를 설명하고 선사상을 저술해 나가는 스츠키 박사의 접근방법은 서구인들 특히 서구의 심리학자들의 눈에는 인간, 특히 인간의 심리적인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발견하면서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한 선에의 관심은 국제화되어가는 계기를 맞는 것이다. 이로부터 나타나는 것이 1957년 멕시코 국립대학에서 열린 에릭 프롬, 스즈키, 드마르티노의 ‘선과 정신분석’ 학술회의, 선에 대한 융(C. G. Jung, 1875~1961)의 심리학적 평가 등인 것으로 세계의 지식인들 특히 심리학계나 정신의학계의 학자들 중심으로 세계화되어 가는 것이다.  

예컨대 융(C. G. Jung)은 스즈키 박사의 〈선불교 개론(An introduction to Zen Buddhism)〉의 서문에서 이렇게 밝힌다. 

“최근 수십년 사이에 쓰여진 책으로 살아있는 불교를 이해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스즈키 다이세츠의 선불교에 관한 저술이다. 스즈키 박사는 선을 서구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 저술을 통해 독특한 표현방식을 개발했다는 점을 고맙게 생각한다.”

여기에서 융이 지적하는 포인트는 ‘독특한 표현양식’에 있는 것으로 즉 선적표현을 심리학적 안목으로 설명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깨달음이라는 선의식은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하듯이 이러한 개념을 융은 정신치료의 개념으로 접근시키면서 세계의 분석심리학자들에게 설명을 하는 것이다.

▶이광준 소장은 동국대 졸업하고 일본 고마자와 대학에서 심리학 박사를 받았다. 한림성심대학 교수, 서울불교대학원대학 석좌교수, 일본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외국인 연구원, 하나조노대학 국제선학연구소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동서심리학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불교심리학, 태아학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