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학 교수의 꽃차이야기] 8. 신장에 좋은 ‘소양인’ 꽃차
8. 녹차(綠茶)
녹차는 차를 대표하는 꽃차이다. 차의 역사는 신농씨(神農氏)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대 차인들은 <다경(茶經)>을 저술한 육우(陸羽, 733?~804)를 차정신의 시조로 삼고 있다. 육우는 ‘다도(茶道)’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교연(皎然, 720?~798?) 선사의 영향을 받은 제자라 하겠다. 교연 선사는 ‘차로써 술을 대신한다’는 ‘이차대주(以茶代酒)’의 대중교화 운동을 펼치면서 정신을 맑게 하는 차를 마시게 하였다.
우리나라에 차나무가 전해진 것은 <삼국사기>에 “신라 42대 흥덕왕(興德王) 3년(A.D. 828) 12월 김대렴(金大廉)이 사신으로 당나라에 갔다가 차나무의 종자를 가져와 지리산에 심어 번성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이용부위는 잎, 뿌리, 종자를 약용하는데, 잎은 주로 음료용으로 활용한다. 우전(雨前)은 곡우(穀雨, 4월 20일)를 기준으로 대략 10일 전에 처음 딴 어린 녹차 잎이다. 세작(細雀)은 곡우를 기준으로 대략 10일 후에 딴 것으로 찻잎이 참새의 혓바닥 크기라는 의미로 ‘작설(雀舌)’이라 부른다.
성분과 약성
탄닌(tannin), 카페인(caffeine), 유리아미노산(freeamino acid), 데아닌(theanine), 글루타민산(glutamic acid), 비타민(vitamin)류, 칼륨, 칼슘, 인, 마그네슘, 망간, 철, 사포닌(saponin) 등이 있다. 녹차는 성질이 차고, 맛은 쓰고 달다. 녹차는 콜레스테롤을 제거하고, 고혈압, 동맥경화 등 심혈관계 질환에 좋다. 집중력, 판단력, 기억력 등에 좋으며, 마음 안정에 좋다. 식중독 예방 및 충치예방에 효과가 있다. 변비 예방과 이뇨작용을 돕는다.
마음·기(氣)작용
녹차는 신장(腎臟)에 좋은 소양인의 꽃차이다. 찻잎을 가공하는 것에 따라 녹차,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로 나누는데, 이것을 6대 다류(茶類)라고 한다. 찻잎을 가공함으로써 차가운 성질을 중화시키는 효과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요즘 많이 마시는 보이차(普랖茶)도 마찬가지이다. 인삼(人蔘)을 구증구포(九蒸九曝)하여 중화시킨 홍삼(紅蔘)도 뜨거운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또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카페인에 약한 사람은 녹차를 삼가는 것이 좋다. 사상의학으로 보면, 몸이 차가운 소음인과 태음인은 주의해서 음다해야 한다.
맛이 쓰고 회감(回甘)이 있는 녹차는 데아닌 성분이 심신안정에 도움을 주며, 밖으로 나가서 활동하기를 좋아하는 소양인의 신장 기운을 도와서 온화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을 이루게 한다.
녹차는 몸의 열을 내리고, 고혈압, 동맥경화 등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데, 이는 간당에 흐르는 수곡량기의 혈해(血海)와 관계된다. 수곡량기는 소장(小腸)에서 유(油)가 생성되어 배꼽의 유해(油海)로 들어가고, 유해의 맑은 기운은 코로 나아가서 혈(血)이 되고, 코의 혈이 허리로 들어가 혈해가 된다. 혈해의 맑은 즙을 간(肝)이 빨아 들여서 간의 원기를 보익하기 때문에 녹차는 혈해를 충만하게 하는 것이다.
또 녹차는 이뇨작용을 촉진시켜 부종을 완화하는데, 이는 수곡한기의 정해(血海)와 관계된다. 수곡한기에서 신장은 방광에 있는 정해의 맑은 즙을 빨아 들여 신장의 원기를 더해 주기 때문에 녹차는 정해를 충만하게 하는 것이다.
제다와 음용
녹차는 3~5월에 채취한다. 250℃ 이상 높은 온도에서 골고루 뒤집으며 덖는다. 찻잎을 식혀서 유념한다. 고온에서 온도를 조절하며 덖음과 식힘을 반복하여 완성한다. 녹차 3g에 물 250ml를 100℃로 끓인 후 75~80℃로 식혀서 넣고, 2분 이내 우린다. 녹차에 매화차를 블렌딩한다. 녹차 블렌딩은 혈액을 맑게 하여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암, 당뇨 등 성인병을 다스린다. 녹차를 2분 이내로 우려 찻잔에 찻물을 따르고, 매화 1송이를 띄워 마신다.
사상인별 음용 소감
태음인이 마셨을 때, 우전은 구운 곡물향, 끝에서는 과일의 싱그러운 향이 났다. 우림한 차에서는 입안에 퍼지는 고소하고 구수한 맛이 나고, 입안 끝에서 남는 난꽃향으로 섬세하고 부드럽다. 특히 미원의 감칠맛이 입안에서 끈적끈적한 느낌을 주므로 구감과 목 넘김이 최고다.
세작은 고소한 향, 바닐라향, 난향, 차꽃향이 났다. 우림한 차는 전체적으로 우전보다 입안에서 느껴지는 풍미는 다채롭고 화사하다. 쓴맛과 떫은맛은 확실히 우전보다는 혀에 남는다. 머리가 맑아지고 기운이 난다.
또 다른 시음자는 녹차는 평소 명상과 정신 집중으로 마시던 차이다. 잘 제다된 녹차에서 다가오는 시원한 향은 코를 자극하였다. 그러나 녹차의 카페인으로 정신이 각성되고, 불면증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조금 멀리하게 되었다. 녹차를 마신 후에 느껴지는 쓴 맛에 다가오는 미묘한 특유의 맛이 나를 자극하였다. 또 보이차를 마시면 화장실을 자주 가고, 허리의 통증을 느끼게 되었다.
소양인이 마셨을 때, 건 잎에서는 풀 비린내가 나고, 우림한 차에서는 풀 향과 구수한 향이 있다. 시음에서는 맛과 향이 전체적으로 구수하여 편안하게 먹을 수 있었다. 목 넘김이 좋고 떫고 쓴맛이 있지만 끝에서 회감도 느낄 수 있었다. 몸이 편안해지고 속이 편안해진다.
소음인이 마셨을 때, 건 잎에서는 풀냄새가 나고, 우림한 차에서는 삶은 지푸라기냄새가 난다. 시음에서는 입안을 깔끔히 해 주고, 차를 마실수록 약간의 갈증을 느낀다. 입 안에 떫은맛이 있고, 속은 편안하다. 차를 마시면 이뇨작용이 확실히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