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수의 알아차림의 파워] 4.내 안의 에너지

“명상하라! 인생이 수월해진다!” 알아차림과 호흡 집중 신체 에너지 흐름 관조 ‘나’에 대한 존재 살펴 자신에 대한 사랑 배가

2023-04-21     박태수 (제주국제명상센터 이사장)

나는 지금도 그때의 일이 후회스럽고 부끄럽다. 15년 전쯤 제주국제명상센터 건축의 일환으로 하수로 공사를 하면서 후원금을 받은 일이 결과적으로 더 많은 공사비를 지불한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 나름으로는 후원금을 받았으니 후원금만큼 절약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공사한 분들은 후원금만큼 더 싼 자재를 사용함으로써 소위 부실공사를 초래하였음이 드러났다. 겉으로 보이는 이익이 보이지 않은 곳에서 손실을 가져왔으니 눈앞의 욕심으로 눈 밖의 피해를 가져온 것이다. 사실 후원금을 받을 그때는 공사를 한 그분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었다. 그분을 후원금 명단에 올려 감사의 흔적도 남겼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나의 그런 행위가 어리석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와 같은 삶의 행동 패턴은 다른 곳에서도 나타났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살 때 우리 집과 옆집 사이에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측량에 따르면 그담이 옆집으로 일부 더 들어가 있어서 들어간 만큼 땅값을 더 내놓아야만 했다. 내가 이 집을 살 때 이전 주인이 해결하지 않고 가버려서 내가 대신 해결하려니 괜히 손해 보는 것 같고 귀찮아서 그냥 미루다 보니 1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이제 개인 사정에 의해 집을 팔려고 하니 그 문제가 다시 대두되었다. 집값도 그 당시보다 올라서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삽으로도 막기가 어려웠다. 당시는 어려움을 일시적으로 피했으나 지금은 더 큰 어려움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명상을 하면서 점차 알게 된 일이지만 어떤 일이든 해야 할 일은 제때 하도록 정해진 것이므로 약간의 불편함을 겪더라도 제때 처리하는 것이 삶을 단순하게 한다는 진리가 스며있었다.

위 두 가지 사례는 돈과 관련된 일이지만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심리적인 문제도 처음부터 진실과 존중이 함께 해야 한다. 내가 일하는 곳에 함께 있는 A씨와의 관계도 그렇다. 처음부터 A씨의 행위가 왠지 미덥지 못하여 편안하게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A씨가 제시하는 아이디어나 제안을 별로 달갑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불과 3개월 정도 지나자 A씨와의 관계에서 보이지 않던 감정 관계가 다른 일과 엮여서 터지고 말았다. A씨는 내가 하는 일 중 잘못된 일을 찾아내어 고발을 한 것이다. 그로 인해 마음고생이 많았다. 그를 존중하지 않은 일이 결과적으로 그를 화나게 하였고 나는 그 일로 힘들게 된 것이다. 대인관계에서는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대가를 치른다. 특히 일과 감정과는 분리하여 다루어야 한다. 동료의 행동에 대한 못마땅한 감정이 그의 아이디어를 존중하지 않은 태도로 나타났고 그로 하여금 악감정을 갖게 만들어서 결국 큰일이 터져버리게 된 것이다.  

삶에서 건강은 몸, 마음, 영혼이라는 내면세계가 균형을 이루고, 환경과 활발히 소통할 때 나타난다. 데보라 킹(2022)은 “우리의 내면에 흐르는 에너지가 균형을 이루어 원만하게 흘러가야 건강하다”라고 했다. 건강하면 주변 사람 및 주변 상황과 조화롭게 에너지를 교류할 수 있다. 에너지가 정체되고 막히면, 감정균형이 깨지거나 몸이 아프다, 감정을 가로막거나 참거나 억누르지 않고 잘 흐르도록 허용해야 건강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분노나 두려움 같은 감정에 매달려 있으면, 흐름이 멈추고 막힌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는지를 보자. ‘나는 내 느낌에 충실한가?’ ‘나는 내 자신을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가?’ ‘자기수용에 항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이 질문은 내 안에 일어나는 감정을 얼마나 잘 살피고 알아차리느냐에 따라 건강이 달라진다고 본 것이다. 위의 예에서 나는 A씨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적 태도로 임함으로써 나와 A씨와의 균형을 놓쳐 에너지의 흐름이 막히게 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대인관계에서 설사 상대가 못마땅하더라도 감정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감정이 배제되면 남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지금 있는 장소나 하는 일, 삶이 편안하지 않다. ‘내가 가는 길이 맞다고 여기는가?’ ‘소속감을 느끼는가?’ ‘살면서 하는 일에 신성한 의지가 반영되고 흐르는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누군가가 감정적, 심리적으로 나를 곤란하게 한다고 하자. 동료가 내 뜻을 거스르게 하거나, 친구들 앞에서 부모님이 망신을 주거나 여자 친구가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이처럼 난처한 상황에서 감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붙들고 있으면 에너지는 흐르지 못하고 막힌다. 이럴 때 잠시 시간을 내어 감정을 다스리고 통로를 열어주는 명상기법을 포함하여 다음의 방법을 사용해 보자. 

감정 다스리기는 ‘알아차림과 호흡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우선 등을 곧게 펴고 편안하게 앉는다. 가볍게 눈을 감고 호흡에 주의를 기울인다. 들숨에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공기의 흐름을 바라보고, 날숨에 콧구멍에서 나가는 공기의 흐름을 바라본다. 의식을 코끝에 두고, 마치 코끝에 앉아서 콧구멍으로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지켜보듯 현상을 알아차린다. 호흡이 폐로 확장될 때 그것을 따라가지 말고 단지 코끝에 주의를 두고 들숨과 날숨을 바라보고 알아차린다. 이 호흡은 감정을 다스리는데 3분이면 충분하다. 다만 공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다음으로 에너지를 조절할 때 현재에 살면 더욱 좋다. 
현재는 생각을 이 순간에 머물게 함으로 과거나 미래로 갈 수 없게 한다. 마음은 속성상 한 번에 한 곳에만 갈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이 현재에 온전히 가 있는 동안은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다. 매 순간을 지금 시점으로 살면 더욱 차분하고 행복하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 보자. 스마트 폰 없이 길을 걸어보자. 자연의 소리, 냄새 및 풍경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잠깐 스트레칭도 하고 몸을 느껴본다. 뻣뻣하거나 통증이 느껴지는 부분에 호흡을 싣는다. ‘나는 현재에 살고 있는가?’ 현재에 살면 훨씬 기분이 좋아진다. 

‘나’라고 하는 자아(ego)가 일어나는 것을 잘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 
에고는 나를 부끄럽지 않게 하고, 더 돋보이게 하고, 변명하려고 하는 가짜 나이다. 이러한 가짜 나는 끊임없이 수치심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수치심은 나를 무력하게 하고 에너지를 막아 스스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열등감을 느끼게 한다. 진실하고 진정한 자기를 만나기가 어려워지고 진실에서 멀어지게 한다. 수치심은 다른 사람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보여 지는지를 인식하면서 비롯된다. 어쩌면 놀림을 당했거나 게으르고, 어리석고, 촌스럽다고 평가되었을 수도 있다. 수치심은 항상 부족한 면을 지적한다. 마음의 목소리가 ‘나는 뭘 제대로 하는 게 없어’ 또는 ‘나는 그렇게 잘하지도 못하고, 강하지도 않고, 날씬하지도 않아’라고 속삭인다면 수치심이 작용한 결과이다. 자신의 힘과 진정한 자기(self)를 억압받는 상황에 놓이게 되거나, 어린 시절 놀림을 당하거나,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거나, 강압적인 부모와 살았다면 자존심이 낮은 성인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크다.    

내면의 자기(self)와 연결되면,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고, 다른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다.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려면 먼저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그러려면 삶의 양쪽 측면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몸과 마음, 빛과 그림자, 어린이와 성인,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선과 악 등 양면에서 든든하게 설 수 있어야 한다. 자기애는 다른 사람의 요구뿐만 아니라 자신의 요구에도 귀 기울이고 응답하는 능력이 있다.  
우리는 닫힌 마음을 원하지 않는다. 마음이 닫히면 고통은 느끼지 않지만 어떤 기쁨도 느끼지 못한다. 말하자면 몸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슬픔이나 분노에 사로잡혀 있으면 마음을 열고 고통을 느끼기 힘들다. 마음을 닫으면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은 막겠지만 사랑이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도 막는다. 관계가 끊어진다. 

지난번 이사회에서는 이사장의 조건으로 명상센터를 사랑하고, 상담과 명상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며, 명상센터 운영을 위한 재정자금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분을 모시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을 갖춘 분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믿음이 가장 큰 분을 추대하기로 하고 이분에 대한 설명으로 회원 전체의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왜냐하면 이사장 조건에 대한 지지 반응이 너무 달라서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일은 현 이사장인 내가 해야만 했다. 마침 내가 존경하는 스님이 지원하였다. 나는 이분에게 오랫동안 수행을 익혔고 존경해왔다. 총회에서 그분을 설명했고 만장일치로 추대하였다. 나는 여기서 나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숨기지 않았다. 순간의 기분을 표현할 수 있었고, 에너지는 자유롭게 흘러 닫힌 가슴이 열렸다. 그래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었으며 두려움이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지극한 정성이 회원들에게 전달되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정말 몇 달을 두고 속을 끓이던 이사장 선출 문제가 드디어 해결되었다. 

명상의 목표는 마음을 닫거나 귀찮은 생각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자신에게 맞추는 것이다. 바깥으로 산만하게 내달리던 주의를 그 주체인 자신에게 돌리면 자신과 상황이 더 명확하게 보인다. 그러면 문제의 해결책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명상은 스트레스를 없애고 휴식을 취하는 매우 좋은 방법이며, 나를 건강한 상태로 끌어올린다. 영적으로 더 깊은 곳으로 데려가 근원과 만나게 하고 모든 측면에서 에너지의 균형을 유지하게 돕는다. 명상을 계속하면 인생의 모든 면이 수월해진다. 나는 외부 세력에 더 반응하기보다 내면의 에너지에 집중하였다. 그 결과 사려 깊고, 현존하며, 행복하고 건강해졌다. 명상은 내 안에 흐르는 에너지를 조절하고 건강한 나를 가꾸어 어려운 현실을 치유해 주었다.

▶한줄요약
조용히 스스로를 살피면 행복이 싹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