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월결사 인도순례 일지]12일차, 회주 자승 스님이 인도인을 놀래킨 한마디 '친구'
회주 자승 스님, 2월 20일 인도 카파시아 마을주민에게 대기설법
2월 20일 부처님 성도지 보드가야를 앞두고 상월결사 회주 자승 스님이 인도주민들 앞에서 대기설법했다. 2월 19일 저녁예불에서 “이 인연으로 훗날 진리의 불꽃이 피어오르리”라고 설한 바 있는 회주 스님이 연이틀 설한 것은 이례적이다. 회주 스님이 인도주민들을 대상으로 법문한 이유는 무엇일까.
상월결사 인도순례단(회주 자승)은 순례 12일차인 2월 20일 보드가야에서 21km 떨어진 카파시아 마을에 도달했다. 숙영 장소는 부처님께서 엄격한 고행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고 목욕을 한 네란자라 강변의 카파시아 학교였다.
스님은 이날 저녁예불 후 어린아이들과 교육받지 못한 이들을 배려하여 2월 19일 수기법문과 달리 보다 쉬운 용어로 설법했다. 그만큼 쉽게 알아들은 인도주민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우리가 합장 한 이유는 순례하는 대중들과 여러분이 서로 교감하기 위해서입니다. 작게는 이 자리에 교감을 갖는 것이지만 크게는 대한민국과 인도가 친구가 되고자 하는 교감을 함께 하는 뜻이 있습니다. 여러분과 우리는 '친구'입니다.”
회주 스님은 이번 순례가 한국과 인도 수교 50주년을 맞아 양국 우호의 교감을 다지는 계기가 되고 있음을 밝히며 먼저 '친구'라고 표현했다. 이어 '우리'라는 말을 통해 출재가자가 함께 구성된 순례단이 차별없는 수행결사체임도 밝혔다.
인도인들에게 성스러운 존재인 수행자 스님이 '친구'라고 하자 무심코 스님의 말을 듣던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말만큼 말이 통하지 않는 이에게 쉬우면서도 부처님 가르침에 적합한 말이 있었을까. 이날 순례하는 스님의 발에 입을 맞출 정도로 수행자에게 공경을 표하는 이들에게 이 말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음이 분명해 보였다.
이어 스님은 순례단이 부처님 성지를 두발로 걸어 순례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가 부처님을 모시고 부처님 나라 진리의 땅, 부처님의 후손들에게 우리 부처님을 대한민국 서울에서 이곳 고향까지 모시고 왔습니다. 이곳에서 부처님께서는 많은 설법도 하시고 이 앞에 보이는 강에서 목욕도 하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한국 봉은사에서 조성하여 인도에서 스님들이 이운하는 ‘작은 부처님’은 부처님 법이 한국불교로 이어져 다시 인도로 돌아왔음을 상징한다. 불법이 다시 인도로 돌아왔고, 부처님 후손들에게 그 불법을 전하는 과정이 이번 순례임을 회주 스님은 인도주민들에게 알렸다.
또 회주 스님은 이 곳이 부처님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며 그 불연(佛緣)이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보드가야 주변 지역으로 부처님 가르침이 서려 있지만 불연이 닿지 못했던 주민들은 회주 스님의 설명을 듣고, 자연스럽게 합장했다.
회주 스님의 설법은 부처님에 대한 찬탄과 인도주민들과 부처님의 인연, 그리고 그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축원으로 이어졌다.
“부처님은 위대한 성인이십니다. 바로 여러분의 조상님이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성인 중의 성인, 왕 중의 왕이십니다. 여러분들에게는 부처님의 DNA가 흐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세계적인 종교지도자, 정치지도자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원하면서 항상 이곳 주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겠습니다.”
1000여 명 가까이 모인 주민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부처님 당시에도 이랬을 것이다. 아주 쉬운 말로, 그리고 그들의 존재가치를 알린 스님의 설법에 인도주민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서렸다. 순례단의 방문과 회주 스님의 설법으로 불연을 맺게 된 주민들은 부처님 광명이 내리는 가운데 다시 만날 날을 기원하며 함께 회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