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불자 신행일기] 2. 가수 이애란

후배 무명가수들 佛法으로 인도하고 싶어

2023-02-17     전재영 (연예인전법단 사무국장)
사진제공=이애란

살면서 어떻게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 있을까? 마음이 너무 힘들고 울고 싶을 때는 무조건 부처님을 찾아간다. 긴 무명생활로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을 때 부처님이 작고 여린 나의 손을 잡아주셨다.

한 30년쯤 전이었던 것 같다. 경상도 어느 사찰에서 산사 음악회가 열려 공연을 하러 동료 가수들과 함께 처음으로 절에 가게 되었다. 유아 세례를 받아 원래 천주교 신자였던 나는 절에 가 본 적도 없었고 불교에 대해서는 말 그대로 문외한이었다. 경내에 들어서는데 이전에 접해 본 적 없는 생소한 사찰의 환경과 장엄한 분위기에 눌려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법당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서있는데 한 선배가 팔을 잡아 막무가내로 끌고 들어갔다. 그렇게 부처님과 첫 대면을 한 셈이다.

그런데 막상 절에 들어가 앉아 있어 보니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을 수가 없었다. 그 이후로 지나는 길에 사찰 표지판만 보이면 아무 절이나 찾아 들어갔다. 기도를 어떻게 하는지, 참배는 어떻게 하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무작정 들어가서 부처님께 마음속으로 빌고 삼배를 하고 나왔다. 전국을 다니며 부처님을 찾는 길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길을 지나다 사찰 안내판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발길이 절로 향한다.

유난히도 길고 혹독했던 무명시절을 견딜 수 있었던 것도, ‘백세인생’이라는 노래가 그야말로 대히트를 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부처님 가피다.

강원도 홍천에서 네 자매 중 첫째 딸로 태어나 여의치 않은 가정 형편에도 가수의 꿈만 꾸며 살아왔다. 서너 살, 말을 배울 무렵부터 유행가를 불렀고 초등학교에 다니면서도 노래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남달랐다. 가족들뿐만 아니라 학교 선생님들도 모두 가수가 되라고 하여 어떻게 해야 가수가 될 수 있는지도 모른 채 가수가 나의 길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가수가 되는 길은 너무 어렵고 힘들었다. 군인으로 재직하시다가 퇴직하시고 농사를 지으며 네 딸을 키우셨던 아버지는 농사 경험이 없어 실패를 반복하셨고, 어려운 가정 형편에 큰딸이라는 책임감으로 부모님께 지원을 받기는커녕 힘든 내색도 할 수가 없었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갈 돈이 없었다. 그때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절을 찾아 기도하는 것이었다. 낫게 해 달라고, 몸보다 더 아팠던 마음을 깨끗이 낫게 해 달라고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시간이 흘러도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고비 고비 굴곡이 심해 데뷔 25년쯤 지나 가수의 길을 접으려 했다. 해마다 지방에 행사가 있을 때마다 꼭 불러주던 사촌오빠에게 “이제 더 이상 못하겠다”며 가수의 길을 접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공연을 사양했다. 그러자 사촌 오빠는 지인 중에 작곡가가 있다며 자리를 마련했다. 그때 만난 작곡가가 ‘백세인생’을 작사·작곡한 김종완 작곡가였다. “정말 가수가 되고 싶으냐?”라는 물음에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배우겠다”라고 각오를 보이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오직 한 사람’이라는 곡을 받았다. 그런데 레슨을 받던 도중 원제목이 ‘저 세상이 부르면 이렇게 답하리’였던 곡에 마음이 끌렸다. 그래서 ‘오직 한 사람’ 앨범을 내며 수록곡으로 같이 실었는데 이 곡이 오히려 반응이 더 좋았다. 방송국에서도 전국에서 신청이 많이 들어온다며 제목을 좀 줄이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여, ‘저 세상이 부르면’에서 다시 ‘백세인생’으로 바뀌어 히트곡이 되었다.

노래가 유명해지고 이른 바 관련 ‘짤방’이 대유행을 하면서 각종 예능 및 방송 프로그램에서 출연 섭외가 들어오고 광고도 촬영하게 되었다. 너무 좋아서 그 길로 절에 달려갔다. 부처님은 알고 계셨다. 무명시절 가족들이 만류할 때마다 절에 가서 “정말 가수 그만해야 하나” 하며 울며 기도하고 나오면 항상 가수의 꿈이 더 간절했었다. 힘들었던 무명시절을 겪고, 그토록 꿈에 그리던 가수가 되어 전국에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된 이 모든 것이 부처님 가피로 가능했다.

이제 무명생활로 힘들어하는 후배 가수들에게도 부처님 법을 전하고 가피를 받을 수 있도록 이끌고 싶다. 그 오랜 세월 절에 다녔어도 그저 보이는 절이면 무조건 들어가서 기도하고 나왔을 뿐 스님을 친견하거나 불교에 대한 공부를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탄탄 스님과 인연이 되었고 연예인전법단으로 활동할 수 있는 부처님 가피를 또 한 번 받았다. 앞으로는 진정한 불자로서 불교 교리 및 예법 등에 관해 익히고, 주변에 무명의 아픔으로 너무 힘들어하고 있는 동료, 후배 연예인들이 부처님의 가피와 공덕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돕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