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학 교수의 꽃차이야기] 2. 신장(腎臟)에 좋은 소양인의 꽃차

2. 마음 편하게 하는 조릿대차

2023-02-03     임병학(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교수)

조릿대는 벼과 조릿대속에 속하는 나무와 여러해살이풀의 성질을 갖고 있는 상록활엽관목으로, 작은 대나무이다. 산에 사는 대나무라는 뜻에서 산죽(山竹)이라 하고, 꽃말은 외유내강(外柔內剛)이다.

조릿대의 이용부위는 줄기와 잎으로 약용 또는 차로 사용한다. 사계절 모두 채취가 가능하지만, 이른 봄의 새순이나 차가운 겨울의 눈을 맞은 조릿대가 약성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약성〉
조릿대는 성질이 차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동무유고〉 ‘동무약성가’에서는 죽여(竹茹)의 약성에 대하여, ‘신장의 위기를 열어주어 음식을 소화시키고 식욕을 당기게 한다’(開腎之胃氣 而消食進食.)라 하였다. 대나무는 소양인의 신장에 좋은 것으로, 위장의 기운을 열어서 음식을 소화시키고 식욕을 당기게 하는 꽃차이다.

소양인은 열이 많은 사람으로 위(胃)의 열이 폭발하여 신경을 날카롭게 하는데, 조릿대는 열을 내리고 진액을 생성시켜 정신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탁월하다.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이나 신경쇠약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꽃차는 카페인이 없기 때문에 잠자기 전에 마셔도 부담이 없다.

주요 성분은 다당체, 클로로필(chlorophyll), 리그닌(lignin), 갈락토스(galactose), 아스파라긴산(asparaginicacid) 비타민K 등이다. 조릿대의 클로로필은 혈관 내 유해한 콜레스테롤과 활성산소를 제거한다. 또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혈전 억제, 고혈압, 중풍, 당뇨 등 성인병을 예방한다.

〈마음·기(氣)작용〉
찬 성질의 조릿대는 신장(腎臟)에 좋은 소양인의 꽃차이다. 소양인은 위장의 기운이 크고 신장의 기운이 작은 비대신소(脾大腎小)의 장국을 가지고 있다. 〈동무유고〉에서 “대나무가 신장의 위기를 열어준다(開腎之胃氣)”고 한 것은 바로 신장(腎臟)과 위장(胃臟)에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조릿대는 열로 인해 입 안이 마르는 것과 갈증을 멈추게 하고 진액을 생성시켜 주는데, 이는 하초(下焦)에 흐르는 수곡의 한기(寒氣)를 잘 흐르게 하기 때문이다.

수곡의 한기는 대장(大腸)에서 액(液)이 생성되어 생식기 앞으로 들어가 액해(液海)가 되고, 액해의 맑은 기운은 입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입 안이 마르는 것과 갈증을 멈추게 도와주며, 진액을 생성시켜 주는 것이다. 입에서 생성된 정(精)이 방광(膀胱)으로 들어가 정해(精海)가 되고, 신장이 정해의 맑은 즙을 빨아 들여서 신장의 기운을 보익(補益)하고, 다시 생식기 앞으로 기운을 고동시키는 것이다.(그림 참조)

수곡한기
조릿대

 

또 입의 정(精)은 오줌보의 정해(精海)로 들어가는데, 조릿대는 정해(精海)를 충만하게 하여, 소변을 원활하게 통하게 한다. 하초(下焦)에 흐르는 수곡의 한기의 기 흐름을 통해, 입과 방광(오줌보) 그리고 신장이 서로 연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장이 좋지 않으면 방광에 문제가 생기고, 또 입 안의 건조나 갈증은 방광이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오줌 색이 진하면 수분이 부족한데, 이때 입이 마르거나 갈증이 생기는 것이다.

〈제다 및 음용〉
채취한 조릿대 잎은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제거하여 1cm 크기로 자른다. 고온에서 잘 익히면서 덖어서 유념(비비기)을 한다. 중온에서 덖음과 식힘을 반복하여 덖는다. 고온에서 건조시키고 가향을 해서 완성한다.

음용방법은 조릿대차 2g에 100℃로 끓인 물 250ml를 넣고, 2분 이내 우린다. 조릿대차는 맑고 투명한 색을 가지고 있다. 조릿대차는 몸이 찬 사람은 각별히 조심하고, 비타민 K가 함유되어 있어 혈액을 응고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사상인별 음용 소감〉
태음인이 마셨을 때, 맛은 비린 맛이 나면서 목에서 약간 걸리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 잔을 마신 후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의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또 조릿대차는 여름철 들판에서 풀을 벤 후 약간 마른 상태에서 나는 풀냄새가 났다. 맛은 약간의 구수함과 깔끔한 느낌이 나며, 목 넘김 후 남은 끝 맛은 여운이 없었다.

소음인이 마셨을 때, 조릿대차의 첫 맛은 쇠 맛이 나는 듯하였으나, 혀에서 느껴지는 쌔한 느낌은 부드러웠다. 평소 우측 뒷머리 편두통이 심했는데, 차를 마시는 순간 조금 통증이 완화되는 느낌이었다. 다음날 두통이 조금 완화되었고, 심신(心身)의 안정도 이끌어 주는 듯하였다. 또 시음 전에 차향을 맡는데 오이의 비릿함이 다가 왔다. 맛은 등 푸른 생선의 비린내가 강했다. 목 넘김에는 닝닝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식혀서 차갑게 마시니 덜 비리고 덜 느끼하였다. 비릿한 맛을 느끼지 않게 빠르게 넘겼는데, 끝 맛에서는 약간의 달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소양인이 차를 마셨을 때, 차 한 모금이 혀끝에 닿는 순간 구수하면서 약간 쌉싸름한 맛이 느껴졌다. 소여물 같은 냄새와 맛이 났다. 입 안이 코팅되는 것처럼 진득한 여운이 남았다. 차를 마시고 곧 코 안이 시원해지고, 소변 배출이 원활해진다. 음용기간 동안 실핏줄이 터졌는데, 빠르게 치료가 되었다. 원래도 잠을 잘 자는데, 심신(心身)이 안정되어 질 높은 수면 시간이 된 것 같다. 또 풀의 비릿한 냄새가 진한 편이였다. 갓 삶은 여물 같은 냄새와 맛이 나고, 보통 차들은 처음 입안에 들어갈 때만 진하게 느껴지는데, 조릿대는 처음에 맛과 끝 맛이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