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종, 안정사서 대대적 법계품수…총본산 위상회복 시동
11월 25일 제19회 법계품서식 봉행 도선 스님 전계대화상…118명 대상 대종사 송현·공명·암현·도광·법원스님 “총본산 안정사 정상화 대내외 천명”
오랜 혼란으로 몸살을 앓았던 법화종이 총본산 안정사에서 118명 스님을 대상으로 대규모 법계품수식을 거행해 주목된다. 이번 법석은 전국교구 종도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반으로, 종단 정상화를 대내외로 천명하고 미래를 다지는 초석으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특히 안정사는 그동안 법화종 정상화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만큼, 안정사에서 봉행된 이번 법계품서식은 총본산으로 위상을 온전히 회복하는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법화종(총무원장 관효)은 11월 25일 통영 안정사(주지 원담)에서 제19회 법계품수 및 가사 수여식을 봉행했다. 이날 품서식에서는 법계고시를 통과한 전국교구 118명이 새 법계를 품수했다. 특히 마산교구 송현 스님, 경주교구 공명 스님, 강원교구 암현 스님, 경북교구 도광 스님·법원 스님 5명이 종단 최고법계인 대종사 반열에 올랐다.
총무원장 관효 스님은 봉행사에 앞서 안정사 주지 원담 스님의 노고를 치하하며 이날 법석의 의미를 전했다. 스님은 “오늘 법석은 안정사가 우리 종단의 총본산임을 종도 모두에게 천명하는 동시에, 앞으로 총본산으로서 그 역할을 회복하고 위상을 제고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내년에는 종단 차원이 통일가사불사를 통해 종단 정체성을 되찾고 본래 면목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을 현실화하고자 한다. 그동안 어수선했던 종단 모습을 일신하고 제도개선을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법계품서식은 종정 도선 스님이 전계대화상을 맡은 가운데 원로의장 보명 스님을 갈마아사리로, 원로부의장 근파 스님을 교수아사리로, 원로의원 스님들을 존증사로 모신 가운데 진행됐다.
법계품수자 118명은 지난 9~10월 전국교구에서 일제히 시행된 법계고시를 통해 승급대상으로 확정됐으며, 이 가운데 최고법계인 대종사에 5명 원로스님이 선정됐다. 대종사 승급자들에게는 법계증, 가사와 함께 불자가 수여됐다. 종사법계는 총무원장 관효 스님을 비롯한 19명, 승정법계는 31명, 대법법계는 30명, 중법법계는 22명, 선법법계는 11명에 품수됐다.
종정 도선 스님은 법어를 통해 법계품수자들에게 ‘오종법사(五種法師, 받아 읽고 외우고 해설하고 옮겨 쓰는 법사)’를 수행의 귀감으로 수지토록 설한데 이어, 전종도들에게 “모두가 종단의 기둥이 되어주길 바란다”는 간곡한 당부를 전했다.
도선 스님은 “우리 종단 총본산인 안정사를 잃을 심각한 위기 속에서 몇 명의 소임자 스님들이 치열한 노력으로 이를 되돌려 오늘 법석이 마련될 수 있었다”며 “종단이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집행부 소임자 일부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하다. 기둥이 적으면 작은 혼란에도 위태롭게 흔들리지만 기둥이 많으면 어떠한 위기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기에, 종도 한사람 한사람이 스스로 기둥이라는 마음으로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스님은 “가리고 감추어도 썩어있는 모습이 드러나고 어느것이 참인지 알 수 없는 현실이지만, 우리 원로 스님들과 중앙종회의원들, 집행부 소임자 스님들은 가리고 감추기보다 썩어있는 부분을 고치고 바로잡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며 “원로는 원로대로, 종회는 종회대로, 집행부는 집행부대로 본분을 찾고 이에 충실하면서 원융살림으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원로의장 보명 스님도 이날 법석에 대해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스님은 “1년 전만해도 안정사에서 오늘과 같은 의미있는 법석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에 더욱 감개무량하다. 집행부의 노력이 없었다면 법계품서식은 물론, 영원히 안정사에서 종단행사를 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위기의 순간들이 있었다”며 “오늘 법계를 받은 스님들은 인천의 스승으로, 수행과 포교에 전념할 뿐 아니라 종단 화합과 원융살림을 열어가기 위한 법화행자로서 역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