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엽 스님의 자연힐링차] 17. 모든 것 내려놓는 마음으로 마무리

17. 차를 우리기 전에 할 일 5

2022-09-17     선엽 스님(체질별약차 전문점 마음정원 대표)

7. 분향(分享)

신수가 차인이 차와 교류를 하는 수행 단계라면 기초 차식의 제7식인 분향은 차를 우린 사람과 손님 사이의 교류를 의미한다. 분향은 진심을 담아 손님을 청해 잘 우려낸 향기로운 차를 손님과 함께 나누는 차식으로 찻자리에 함께한 손님들과 기초 차식이라는 다도의 수련과정을 통해 완성된 차를 함께 나눔을 한다. 다인(茶人)은 항상 감사하는 마음, 공경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으로 차를 나눌 줄 알아야한다. 사람의 마음을 통해 나오는 행동과 마음의 속 깊은 정을 전하는 행위는 분향을 통해 정과 나눔의 마음을 공유하고 배워야 하는 과정이다.

<맹자> 양혜왕 하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전한다. 맹자는 제나라 왕에게 여쭈었다. “홀로 음악을 즐기는 것과 여러 사람들이 모여 음악을 즐기는 것 중에 어느 쪽이 더 즐겁습니까?” 하니 왕이 답하길 “혼자 즐기는 것이 함께 즐기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왕의 답을 통해 나눔의 정신이라는 도리에 대해 생각해야하고 혼자서 음악을 듣는 것은 여러 사람과 함께 음악을 듣는 아취를 따라 올 수 없음을 이야기 한다. 제왕의 대답은 나눔은 나눌수록 배가 되고 즐거움은 함께할수록 더욱 커진다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심오한 도리를 설명하고 있다. 나눔이라는 것은 인생의 일정한 경지를 의미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눈다는 것은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차의 큰 매력은 예와 덕으로써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차를 나누며 심신을 편안하게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느끼고 더 나아가 차생활을 통해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차의 색향미를 나누고 차로써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며 차를 우리는 방법과 마시는 방법을 공유하고 다례와 다도를 통해 얻는 지혜를 서로 나눌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그 중엔 반드시 스승이 하나 있다고 하셨다. 천하의 모든 차인은 나의 좋은 도반이며 덕 있는 스승이며 좋은 가족이다.

차는 혼자 마시면 신묘하고 둘이 마시면 아취가 있고, 여럿이 마시면 그곳엔 지혜가 있다고 하였다. 나눔의 정신이 있어야만 차의 아름다운 이름이 널리 퍼질 것이며 더 많은 세대가 어울려 차를 나누며 서로의 경험과 덕을 향유할 수 있다. 커피 등을 비롯한 현대의 많은 음료들에서는 찾기 힘든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속에서 어떤 정신과 어떤 나눔을 과연 향유 할 수 있을까? 어린이부터 다도에 입문해서 가정에서 학교에 차문화가 전파 되어 차의 분향의 덕성이 퍼진다면 우리의 정신문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8. 방하(放下)

방하는 기초 차식의 마지막 단계이다. 방하란 차를 우리는 모든 과정이 끝난 후 사용한 다구를 제자리에 돌려놓는 찻자리의 정리이다. 흩어졌던 다구들을 정리하면서 찻자리 준비로 분주했던 마음을 차분히 정리하는 것이다. 방하의 의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차를 우리는 과정을 끝내고 마무리 짓는다는 의미이다. 찻자리의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담겨져 있다. 지나간 일은 과거로 되돌리고 허물은 묻고, 마음속에 번뇌는 내려놓는 수신의 과정이다.

둘째, 거둔다는 의미이다. 지금까지 사용한 다도구를 거두어들여 완벽하게 제자리에 정리한다. 다도구를 거두어들일 때 정해진 순서에 따라 행하여 차가 가지는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며, 모든 다구들을 잘 정리하여 제자리에 놓음으로써 시작과 끝이 정돈된 아름다움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

셋째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옛 것을 정리하여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낡은 지식을 지워야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고 습득할 수 있다. 찻잔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다도를 깨칠 수 있게 된다. 모든 과거를 내려놓고 다시 시작되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우리 몸 안에서 과하게 축적된 지방과 스트레스는 심장을 압박하고 머리를 무겁게 만든다. 지나치게 많은 재물은 영혼을 피로하게 만들고 지나친 욕망과 꿈은 삶 자체를 억누른다. 삶 속에 지나친 문제들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세상을 사는 지혜이기도 하다. 깨달음을 얻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단계이다. 인생에서 내려놓아야 할 때를 알게 되면 인생의 참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방하’란 바로 몸과 마음의 번뇌를 내려놓음을 의미한다.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방하착(放下著, 내려놓음)과 마음속에 아무것도 담아 두지 말라는 심무과(心無果)의 뜻이 다도의 마지막 단계 방하의 정신과 귀결된다.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완벽히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내려놓는 것이 바로 자유이며 해탈의 길이다. 우리는 얼마만큼 삶속에서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하는가? 기초 차식의 마지막인 ‘방하’의 의미가 차의 참 맛이며 차도 수행의 가장 큰 핵심이다. 차의 맛이 깊고 향기가 아무리 그윽한들 내 마음의 속박과 번뇌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움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갈 수 있겠는가? 지금 차 한 잔 마주하며 무상하게 피어오르는 찻잔의 숨결을 느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