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엽 스님의 자연힐링차] 15. 茶道 통해 삶 이치 깨달아
15. 차를 우리기 전에 할 일 3 찻잎 양, 차 농도·맛 결정 주요 요인 버리지 못하는 마음과 탐욕심 경계를 편안함과 즐거움 충만한 세계 경험해
법도
기초차식의 제4식 법도는 차를 취할 때 양을 조절하는 방법을 말한다. 차를 우릴 때 물의 온도와 우리는 시간이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찻잎의 양은 차의 농도와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즉 차의 양을 얼마나 사용하느냐에 따라 차 맛이 결정 되는 것이다.
보통 4~6인이 차를 마실 때 차의 양은 8g이 적당하다. 차를 마시는 기호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찻잎과 물의 비율은 1대 30 내지 1대 50 정도가 적당하다.(보이차의 경우)
황차의 경우 차의 양을 조금 늘리고 녹차의 경우는 차의 양을 줄이는 식으로, 차의 성질에 따라 반복적인 경험에 의한 체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한 번 습득한 것을 고집할 필요 없이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도록 한다.
내가 아는 것만 고집하는 사람이 우린 차는 자칫 ‘고집차’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차속에도 고집이 들어 있어 도를 수행하기 어려운 번뇌차가 된다. 향기로운 차 한 잔을 우리기 위해 어느 정도의 찻잎을 취하는가가 중요한 만큼 향기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취함과 버림의 도를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차를 우리는 과정을 통해서 세상을 사는 이치, 인생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 다도의 큰 매력이 아닐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인생의 취사 도리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취한다는 것은 삶의 태도이고 버린다는 것은 인생의 철학이기에 기꺼이 버릴 수 있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일정수준의 경지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함과 버림은 얼핏 보기에 반대되는 개념 같지만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이 늘 함께 붙어 있는 것이다.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취사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은 언제든지 있게 마련이다. 이럴 때 마음속 번뇌에 속지 않고 확고한 기준 선택의 순간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논어 계시편에 군자에게는 세 가지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젊을 때에는 혈기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니 색을 경계해야 한다. 둘째, 장성해서는 혈기가 왕성하므로 싸움을 경계해야 한다. 셋째, 늙어서는 혈기가 쇠하므로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공자의 취함과 버림에 대한 지혜를 볼 수 있는 구절이다.
다도를 익혀 깨달음을 얻고자 할 때에도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 버리지 못하는 마음과 과도한 탐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에서 과연 어떻게 취하고 버려야 할 것들이 있을 수 없고 장성해서는 버려야 할 것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인생의 초년기에는 외적으로 성장을 위한 양식만 있으면 되고 내적으로는 소양을 쌓고자 하는 지식을 얻으면 될 뿐이니 딱히 버려야 할 것이 없다. 사람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취하고 버릴 것이 생겨나니, 재산을 얻고자 하면 인생의 여유를 버려야 할 것이고, 권력을 얻고자 하면 청춘을 버려야 할 것이다. 또한 노년기에 접어들어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해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이는 마치 산이나 바다와 같은 대자연에서 위험에 처하게 되면 불필요하고 무거운 짐부터 버리기 시작하여 끝내는 한 몸 외에는 그 어떤 물건도 지니고 있을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불가에서는 미혹을 버리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작은 것을 버리면 큰 것을 얻을 수 있고, 망념을 버리면 진실됨으로 돌아갈 수 있으며, 허망함을 버려야 비로소 진실되어진다고 가르친다. 이 역시 취함과 버림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마음속의 편협함, 집착, 근심, 번뇌, 슬픔의 우비고뇌를 모두 여의어야만 편안함과 즐거움이 충만한 인생의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를 다도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면, 인생이 끝없이 흘러가는 긴 강물이고, 차는 강물 위에 유유히 떠 있는 한 척의 배와 같아 우리는 그 배를 타고 인생이라는 여정의 강을 건너 ‘도’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도행다를 통한 인생의 여정을 잘 사유하여 깨달음의 목적지, 해탈의 목적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이 다도의 목적이다. 다도가 지향하는 것이 역시 인생의 참된 진리이니 차를 얻고 도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차를 버리고 도를 얻어야 한다. 꼭 지금의 대한민국 다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당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