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엽 스님의 자연힐링차] 14. 茶, 자신의 본성과 마주하는 것

14. 차를 우리기 전에 할 일 2 차로 손님맞을 때 존중 배려 차를 통해 감정 전하며 교류 더운 물로 다기와 찻잔 데워

2022-07-29     선엽 스님(체질별약차 전문점 마음정원 대표)

탄정의 의미
우리가 타인과 관계를 맺음에 있어 진실한 마음만큼 좋은 다리가 되어주는 것도 없다. 반대로 서로 속이고 기만한다면, 설령 부모자식이나 부부처럼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불화가 생기며 인연은 멀어진다. 일반적으로 알고 지낸 시간이 길지 않다면 서로 어느 정도 경계를 하게 마련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점차 관계가 돈독해지면 서로에 대해 신뢰가 형성된다.

신뢰가 형성된 사람조차 믿지 못하고 거짓말을 하거나 속내를 감추며 말을 얼버무리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행동이다. 내 평생에 있어 첫째도 진실 둘째도 진실 셋째도 역시 진실함이다. 솔직하지 못하고 빙빙 돌려 말하는 것은 사람들의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가진 재주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올곧은 마음만 같지 못하니 진실하고 솔직하되 겸손하면서 상대방을 공경하는 태도를 지닌다면 그 누구라도 당신을 미워할 수 없을 것이다.

유비가 인재를 구함에 간절한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고생을 마다 않고 삼고초려 하여 와룡과 제갈량의 마음을 움직여 대업의 기초를 다진 것 역시 유명한 일화이다. 제갈량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돈도 명예도 아닌 유비의 진실한 마음과 대업을 향한 원대한 마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하는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은 항상 나에게 진실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인관계란 상대적인 것이기에 다른 사람이 나에게 진실하기를 원하면 친분을 맺는 과정에서 내가 먼저 진실한 마음을 보여야 할 것이며 어리석은 추측으로 타인을 의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사람으로 부터 시작되는 것이자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타인과의 진실한 관계가 지속될 때 아주 많은 일들이 자연스럽고 순리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상대와 진실한 교류를 함에 있어 다도는 매우 좋은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차로써 손님을 대할 때는 손님에 대한 성의와 존중, 배려가 기본이 되고, 차를 통해 감정을 전할 수 있기에 상대방과 더 깊은 감정의 교류가 가능하다. 진실한 마음과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어우러진 차 자리에서 우려낸 차야말로 달콤하고 상쾌하며 음미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다기에 온기 돌듯 마음에도 따뜻한 기운 돌게 해.

 

소성의 의미
기초차식의 제3식인 소성은 뜨거운 물로 다기와 찻잔을 데워 차의 색과 향기 맛이 더욱 잘 드러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는 다기를 데우는 단순한 동작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정신세계를 일깨워 보다 높은 차원의 정신적 세계로 인도한다는 이치가 담겨 있다.

소성의 단계를 거치면 다기에 온기가 도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정신세계에도 따뜻한 기운이 돌게 되는 것이다.

제호라는 것은 우유 중에서도 수차례 정제과정을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정수를 말한다. 이 제호를 머리에 끼얹는다는 ‘제호관정’은 불교에서 숭고한 부처님의 깨달음의 경지를 의미한다.

마치 사람들이 진리의 말씀을 듣고 큰 깨달음을 얻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우리가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면서 아무런 기복 없이 마냥 평탄하고 순탄하기는 불가능하다.

어느 날은 일이 힘들기도 하고, 어느 날은 가정의 어려움이 생기기도 하고, 건강에 큰 문제가 생겨 삶이 절망적이기도 하기도 하며, 때론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기복이나 고난이 생겼을 때, 의지가 되는 사람의 충고나 의견이 필요할 때가 있다. 참 된 스승의 가르침이나, 친구의 진실한 말 한 마디가 마치 우리 인생의 제호와 같아 복잡하고 힘든 마음에서 벗어나 나아갈 길을 깨쳐준다.

다도에서 잘 어우러진 한잔의 차가 바로 제호이다. 차는 하늘과 땅의 기운을 받아 자라는 영물인 차나무의 잎으로 만든 것이다.

잘 우려진 차를 마신다는 것은 차의 정수를 취하는 것이며, 자신의 본성과 마주하는 것이다.

차로써 정신을 일깨워 각성할 수 있는 것은 차가 가진 독특한 매력이라 하겠다.

이처럼 제호관정의 뜻을 빌어 비유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다도란 성숙한 마음의 지혜를 길러내는 방법이자 인격을 연마하는 인생의 고농축 영양제라 할 수 있으며 사람이 스스로 일어서기 위한 필수 조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