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엽 스님의 자연힐링차] 13. 茶 우리기 전, 심신부터 정갈하게
13. 차를 우리기 전에 할 일 세진, 정갈한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 탄정, 솔직하고 진실하게 손님 대하는 것
세진, 탄정, 소성, 법도, 양성
세진은 기초 차식에서 차를 우리기 전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여 정갈한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세진은 차를 우리기 위한 몸의 준비를 마치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속의 번뇌를 털어내고 마음을 바로 하여 차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세진의 과정을 거치기 전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는 먼지처럼 붕 떠 있고, 마음은 세상의 티끌들로 가득 차 있는 상태이다. 세진을 통해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면 마음이 마치 하늘에 떠 있는 한 조각 구름과 같이 자유로운 경지에 들게 된다. 이처럼 세진은 마음을 한곳에 모으고 정신상태를 평화롭게 만들어 다도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준비 단계이다.
세진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제때 청소하지 않으면 먼지가 쌓이고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의 기분까지 불쾌해지기 마련이다. 우리 마음 안에 존재하는 영혼의 집 역시 마찬가지여서 제때 닦아 주지 않아 먼지가 쌓이면 어느 새 빛을 잃고 점점 어두침침한 상태가 되고 마는 것이다. 세상의 먼지는 눈에 보이지만 마음의 먼지는 인간의 탐진치 욕망과 잡념이 뒤엉켜 만들어내는 것이라 눈에 보이지 않으며 때로는 남을 해롭게 하며 내 욕심만을 채우기 위해 세상의 먼지가 된다. 마음속 삼독의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서는 보다 명철한 혜안이 필요하다. 그래서 차를 우리는 행다 이전에 자기를 되돌아 볼 수 있는 명상이 꼭 필요하다.
차를 마신다는 것은 세상 최고의 복과 덕이 있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도를 수련한다는 것은 정성껏 우려내는 한 잔의 차를 통해 나도 모르게 더렵혀진 마음방을 청소하는 것과 같다. 특히 두 손을 깨끗이 닦는다. 이것이 바로 세상의 먼지를 씻어내고 차계로 들어서는 지점이다. 사찰 주련에도 이런 글이 있다. 이 문에 들어 올 때 모든 알음알이를 내리고 들어와야 한다. 빈 그릇만이 대도 큰 지혜를 담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 일이 바로 세진이다.
안진경(709~784) 등이 지은 오언 월야철차련구에 “흐르는 물은 살과 뼈를 깨끗이 하고 트인 물결은 마음의 근원을 씻도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차를 마셔 마음의 티끌을 씻어내고 맑게 만들어 마음 본연의 상태를 되찾게 되는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차를 마심으로써 탁한 몸과 마음을 씻어 본연의 맑으면서 모나지 않고 자애로운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차를 마시면 탐진치 삼독인 번뇌, 경솔함, 탐욕 등의 삿된 마음을 떨쳐낼 수 있으며,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이 일이 첫 번째 세진의 단계이다.
탄정
기초 차식의 제2식은 차 자리를 펼치고 사용할 기물을 올려놓는 동작을 통해 솔직하고 진실하게 손님을 대하는 자세이다. 차를 우리기에 앞서 차 자리와 더불어 사용할 다기와 기물을 펼칠 때 정해진 순서에 따라 가지런히 하고 반듯하게 올려놓아야 한다. 다구의 아름다움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탄정은 단순히 자리를 펼치고 다도의 도구를 올려놓는 것 외에도 마음 깊은 곳의 진실함과 자연스러움, 편안함 등의 심리 상태도 포함하고 있다. 한자로 탄은 광할한 대지를 의미하는 토변에 태양을 의미하는 날 일자와 지평선을 의미하는 한일 자로 이루어진 글자이다. 즉 ‘탄’이라는 글자는 붉고 둥근 태양이 지평선 위로 서서히 떠올라 눈부신 빛을 뿌리며 사람들에게 무한한 희망을 주는 것 같은 아름답고 장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탄정은 차를 우리는 사람이 기물과 접촉하고 소통하는 과정이기도 하며 동시에 진실한 마음을 드러내 손님과 교류 및 소통을 진행하는 단계이다. 차 도구를 감상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본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