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으로 살펴보는 현대 간화선' 펴낸 인경 스님

“간화선=쟁론의 역사…문화 이끈 창조적 갈등 조명” 대승불교 ‘불성’ 바른 이해 강조 ‘dhātu’는 아트만 아닌 연기 의미  “대승비불설, 불교 몰이해” 비판 명상붐 시대별 분석한 논고 눈길 “기도만 하는 종교, 앞으로 한계 명상상담 병행…재가자 역할 중요” 지난해 8월 동방문화대학서 퇴임 상담교육원·학회 사업 매진 계획 “재가 안거 운영·교재 편찬 구상”

2022-03-28      신성민 기자
인경 스님은…1988년 현호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99년 ‘몽산덕이(夢山德異)와 고려후기 선사상 연구’로 동국대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명상심리상담이라는 분야를 처음 개척해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 창립을 이끌었다. 현재 목우선원장, 한국명상심리상담학회 이사장, 동방문화대학원대학 석좌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몽산덕이와 고려후기 간화선 연구〉 〈쟁점으로 살펴보는 간화선〉 〈염지관명상〉 〈에니어그램성격검사지와 응답지〉 〈명상심리치료〉 〈순례자의 은빛나무〉 등이 있다. 사진=박재완 기자

간화선은 화두를 참구하는 불교 전통의 선(禪) 수행방법이다. 전승돼 온 공안(公案)을 참구하는 것인데, ‘이뭣고’ ‘끽다거’ ‘부모미생전’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선문답들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간화선은 어려운 것’ ‘스님들이 하는 수행법’이라는 인식도 적지 않다. 현대의 스님들은 이 같은 간화선을 대중화하고자 적지 않은 노력을 해왔다. 이 같은 시도는 일정부분 성과를 냈는데, 대표적인 것이 선(명상)과 심리학, 상담학을 접목하는 것이었다. 한국명상심리상담교육원 원장 인경 스님은 선과 심리·상담학을 접목한 ‘명상심리상담’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선지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출가 전 고등학생 때부터 송광사의 선지식인 구산 스님에게 간화선을 배운 인경 스님은 간화선뿐만 아니라 위빠사나도 수련해 1990년대 초 한국에 이를 알리기도 했다. 유연한 사고를 가진 스님이기에 ‘명상심리상담’을 탄생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쟁론으로 간화선 고찰
인경 스님은 최근 <쟁점으로 살펴보는 현대 간화선>을 출간했고, 3월 19일에는 이를 기념하는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쟁점으로 살펴보는 현대 간화선>은 2011년 발간한 <쟁점으로 살펴보는 간화선>의 개정증보판이다. 

주석처인 목우선원에서 만난 인경 스님에게 ‘쟁론’이라는 주제로 간화선을 고찰한 이유가 있는지를 물었다. 스님은 “간화선은 쟁론의 역사”라는 답이 곧장 돌아왔다. 

“간화선은 선문답에서 출발합니다. 선문답이라는 게 뭡니까. 묻고 답하는 것이죠. 묻고 답하는 그 사이에는 긴장과 갈등이 있습니다. 이 같은 긴장과 갈등이 간화선의 출발점입니다. 그렇기에 쟁점을 통해서 간화선뿐만 아니라 불교문화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쪽과 저쪽의 물이 한데 뒤섞이는 것이죠. 창조적 갈등은 문화를 이끌게 됩니다. 불교와 간화선은 이 같은 창조적 쟁론의 역사입니다.”

스님이 증보를 결심하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다. “현대 시점에서 진행된 쟁론의 연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쟁점으로 살펴보는 간화선>이 발간된지 대략 10년이 좀 넘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저나 학계나 모두 해당 분야에 대한 다양한 연구성과가 나왔습니다. 제목에 ‘현대’를 추가한 것은 현대 시점에서 진행된 논의의 쟁점을 살펴보려 했기 때문입니다.”

스님의 말처럼 개정증보판에는 기존 연구와 더불어 “현대 시점에서 진행된 논의의 쟁점”들이 담겼다. 대표적인 것이 △제3장 대승불교의 성립과 비판불교의 비판 △제5장 마조의 평상심시도 △제10장 화두참구의 수행체계다. 

제3장은 1990년대 일본학계에서 시작된 비판불교에 대한 비판이다. 비판불교는 대승불교의 불성사상을 아트만적으로 이해하고 ‘대승불교는 비불교이며, 동북아시아의 선종을 반불교’라고 비판한다. 비판불교의 이 같은 해석에 대해 인경 스님은 정면으로 맞선다. 스님은 ‘닷뚜(dhātu)’의 해석을 근거로 든다. 

스님에 따르면 ‘불성(佛性)’을 ‘붓다닷뚜(budd ha-dhātu)’라고 하는데 ‘닷뚜’는 죽은 사람을 화장하고 남은 유골을 뜻한다. 다시 말해 ‘붓다닷뚜’는 붓다의 유골이자 사리이며, 이는 불탑신앙에 유래해 내면화된 불성으로 변환됐다. 또한 ‘닷뚜’는 신체의 구성요소나 핵심성분을 의미하며, ‘붓다닷뚜’는 깨달음의 구성요소나 성분이기에 ‘불성’으로 한역하는 것이 맞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대승불교의 핵심된 키워드는 ‘다뚜(dhātu, 性)’입니다. ‘붓다-다뚜’는 ‘모든 중생은 붓다의 사리를 가졌다.’는 것으로, 곧 인간은 근본적으로 ‘깨달음의 구성요소·성분’을 의미하고, 이것이 ‘불성’입니다. 불성은 외부 존재하는 실체란 개념이 아닙니다. 모든 현상의 공통된 성품이라는 법성(法性), 스스로의 성품(自性), 신령한 영적 성품(靈性), 본래 존재한 성품(本性) 등은 모두 불성과 동의어로 사용되죠. 그렇기에 간화선은 스스로 성품, 본래 존재한 성품인 불성을 무엇인지 묻는 과정입니다. 불성과 여래장을 인도의 아트만이나 힌두이즘의 신의 개념으로 치부하고 배제한 것은 불교의 깊은 문화적 전통을 인식하지 못한 매우 잘못된 해석입니다.”

제5장은 마조의 ‘평상심시도’와 관련해 ‘평상심이 어떻게 도인가’하는 종밀을 비롯한 성리학에서 비판을 다룬다. 평상심은 번뇌를 포함한 관계로 그 자체로 도가 될 수 없다는 비판에 대해  스님은 선사상에 대해 살펴보며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쉽게 말해서 요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죠. 왜 침공했겠어요. 모두 욕심때문이죠. 이것을 평상심이라고 볼 수 있나요. 이것은 의도된 욕심이고 적의 가득한 마음입니다. 평상심과는 거리가 멀죠, 평상심은 욕심이나 번뇌로 물들여진 마음을 벗어난 청정한 마음입니다.”

인경 스님이 출간한 '쟁점으로 살펴보는 현대 간화선'. 2011년 '쟁점으로 살펴보는 간화선'을 증보한 것이다.

화두, 실존적 자기 문제
간화선 수행체계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제10장도 눈길을 끈다. 인경 스님은 간화선의 중심인 화두에 대해서도 새롭게 해석한다. 기존의 화두가 너무 문헌적이거나 과거 선문답에 한정돼 현실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어서다. 스님은 화두에 대해 “수행자가 지금 여기 현재에서 인간의 본성에 관해 절실하게 의심하고 참구하는 실존적 자기문제”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간화선의 영역을 과거 유물로부터 당·송대의 동어반복에서 해방시켜서 현재의 현실적 과제로 확대하자”고 제안한다. 

스님은 해당 논고에서 불성과 영성의 문제를 현대 심리학으로 살핀다. 스님은 불성의 동의어로서 ‘영성’을 주목한다. 

“WHO는 인간이 몸과 마음, 사회 그리고 영적으로 건강해야 한다고 합니다. 영성(spirituality)을 교회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보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입니다. 영성은 불성과 동의어로 온전한 전체로서 인간을 이해하는 중요한 개념이며 최근 대두되는 종교와 심리학이 결합된 자아초월심리학과도 연결됩니다. 선종 견성성불의 주된 가치인 불성·영성도 자아초월심리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한국 간화선의 고유한 전통성을 확립하는 문제로 공적영지로써 보조지눌의 전통을 중시하고, 현대에는 한암 선사와 구산 선사에게 계승됐다고 소개했다. 특히, 구산 스님은 ‘공적’과 ‘영지’라는 간화선 화두참구의 과정을 점검시스템으로 활용한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명상붐 어떻게 볼 것인가 
스님은 사회에서 간화선의 고찰해봐야 하는 여러 문제들을 화두처럼 던져놓았다. 이는 제1장 ‘명상붐의 전개와 불교계의 대응’에서 잘 나타난다. 인경 스님은 해방 이후 대중에게 알려진 명상 시기를 1970년대 명상 유입기, 1990년대의 대중화, 2010년 이후 토착화 3단계 과정으로 분류하고 조명했다.

스님에 따르면 명상 유입기에는 인도명상, 요가명상, 초월명상이 들어왔다. 대중화시기에는 위빠사나가 유입됐으며, 불교 내부적으로 간화선과 위빠사나의 논쟁이 본격화됐다. 명상의 토착화 시기에는 2차에 걸친 사띠 논쟁과 더불어 선·명상이 상담과 심리치료에 활용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를 통해 인경 스님은 명상붐의 명과 암을 분석했다. 특히 현대사회의 스트레스 치유를 위한 대안으로 부상한 명상은 곧 종교의 효용성과 연결된다는 게 스님의 지적이다. 그러면서 ‘기도 중심형 종교’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비판했다. 

“학생이 공부하지 않고 ‘성적 올려달라’고 기도하면 성적이 올라가나요? 당연히 안 올라가죠. 이제 현대인들은 더 이상 기도나 구복(求福)이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이 같은 인식을 더욱 가속화시켰습니다. 시대가 변화했습니다. 불교의 방향도 변화해야 합니다. 카메라 시장을 예로 들어볼게요. 오래 전에는 필름카메라가 대세였죠. 어느 순간 디지털카메라가 출시되며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DSLR카메라가 중심에 섰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초고화질 해상도를 자랑하는 스마트폰 카메라가 보편화가 됐죠. 이 과정에서 코닥과 같은 필름을 생산하던 회사나 기존 디지털 카메라 회사는 도산하거나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은 기업뿐만 아닙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대 변화를 읽고 그에 맞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렇다면 불교는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까. 스님은 명상수행과 상담, 사회참여를 강조했다. 

“기도와 염불, 의례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전통적인 종교 행위는 그 자체로 필요합니다. 유지·전승해야죠. 다만 시대가 변화한 만큼 그 중심점을 기존의 기도 등에서 다른 방향으로 이동시켜야 합니다. 저는 그 방향이 명상·상담·사회참여(봉사)라고 봅니다.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방향이죠. 여기에서는 재가자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재가자가 포교와 수행의 영역에서 활동해야합니다.”

3월 19일 열린 정년퇴임 기념식에서 후학들이 인경 스님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명상심리상담 교재 편찬 노력
인경 스님은 지난해 8월 동방문화대학원대학 교수에서 정년퇴임했다. 15년가량을 교직 생활을 하며 26명의 박사를 배출했다. 3월 19일 열렸던 출간 기념회는 스님의 퇴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100여 명의 후학들은 스님의 저서 출간과 퇴임을 축하했다. 이내 동방문화대학원대학을 포함해 총 20년 2개월의 교직생활을 마친 소회가 궁금했다. 

“소감이랄 것은 별 것 없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학교에 있었던 같아요. 굳이 말하자면 저를 지도교수로 박사학위를 받은 제자가 26명이 된다는 게 기쁩니다. 연구 중심의 대학이니까 이렇게 제자를 배출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학생을 가르칠 수 있다는 건 기쁨이고 행복이었죠.”

출가 전 초등학교 교사였던 인경 스님은 동국대 불교학과를 입학해 졸업한 뒤 현호 스님을 은사로 송광사로 출가했다. 나중에는 동국대에서 ‘몽산덕이(夢山德異)와 고려후기 선사상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배우고 가르치며 학교에 몸담고 있던 기간이 적지 않았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할 일도 지금까지와 다르지 않다. 수행자로서 수행에 집중하고, 학자이자 교육자로서 연구와 교육에 매진할 뿐이다. 

“한국명상상담심리교육원과 명상상담평생교육원 사업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우선 명상상담심리 관련 교재들을 편찬할 계획입니다. 이번 <쟁점으로 살펴보는 현대 간화선>도 일종의 교재입니다. 앞으로도 이 같은 교재를 꾸준하게 편찬·발간할 예정입니다. 또한 재가자를 위한 안거 수행 프로그램도 구상 중입니다. 교직에 있을 때는 아무래도 수행프로그램을 운영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젠 본격적으로 시작해야죠.”

서산 대사는 ‘눈 내리는 벌판 한 가운데를 걸을 때라도 어지럽게 걷지 말라. 오늘 걸어간 이 발자국들이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 이정표가 되리니(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라는 한시를 지었다. ‘후세의 귀감이 되기 위해서라도 곧은길을 가라’는 뜻일 것이다. 실참하고 연구해 ‘명상심리상담’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인경 스님은 ‘곧은길’을 가는 선지식이다. 스님의 보여줄 이정표의 궤적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