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종정 성파 대종사, 첫 교시로 ‘普利群生’ 일성

조계종, 3월 24일 통도사서 추대 기자간담회 3월 26일부터 공식임기 시작돼 질의응답에 소탈한 답변 이어져 “종정예경실, 따로 두진 않을 것” 사중이 함께한다면 ‘옥상옥’일뿐 은사의 ‘평상심’ 가르침 지켜와 “평상심, 누구나 佛性있다는 것” 조계종, 정신적 구심점 지켜내야 시대 변해도 전통은 굳건한 토대

2022-03-24     송지희 기자
조계종 제15대 종정 중봉성파 대종사

“항상 청규 규율을 따르고 화목하며 지혜로서 두루 중생을 이롭게 하라.”
‘常要淸規(상요청규) 필순화목(必順和睦) 普利群生(보리군생)’

조계종 제15대 종정으로 추대된 중봉성파 대종사의 첫 일성이 교시에 담겼다. 중봉성파 대종사는 3월 26일부터 제15대 종정예하로 임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교시를 내리고, 수행자들에게는 청규를, 뭇 대중들에게는 지혜와 화목을 당부했다. 이를 통해 모든 중생들을 이롭게 하자는 가르침이다.

조계종(총무원장 원행)은 3월 24일 통도사 해장보각에서 중봉성파 대종사의 제15대 종정추대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중봉성파 대종사는 지난해 12월 종정으로 추대된 이후, 일체 외부활동이나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제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간담회는 사실상 기자들을 통해 대중들과 만나는 첫 일정으로 마련됐다.

중봉 성파 대종사는 시종일관 소탈함으로 대중들을 맞았다. 시작부터 “불교 집안에서는 종정이라도 일개 산승일 뿐이지 국가의 통치자도, 민족의 지도자도 아닌데 많이들 와주셨다”며 “이왕 오셨으니 차나 한잔하시고 다담(茶談)이나 나누고 가시라”는 말로 미소를 자아냈다.

첫 교시가 내려진 만큼 그 배경과 의미에 관심이 모인 가운데 성파 대종사는 “절집안은 모두 성도 다르고 출신지도 다르고 인연도 다른 사람들이 각각 모여 출가해 새롭게 태어나 살아가도록 구성된 특별한 사회”라며 “청규는 특수한 사회를 유지하는 질서이자 법이기에 이를 항상 요긴하게 잘 지켜내고 지혜로서 나누고 화합하고 화목해야 하니 이것이 일종의 상구보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규를 토대로 지혜와 화목이 갖춰진다면 우리 본연의 역할이 되는 하화중생, 곧 중생을 이롭게 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라고 하는 당부를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조계종 종정예하에 대한 의전체계인 종정예경실을 별도로 두지 않겠다는 파격 선언도 했다.

성파 대종사는 “다른 곳에 거처하고 있으면 몰라도 통도사에 주석하니 본사 주지(현문 스님)가 예경실장 역할을 하면 되고 또한 본사 대중 스님들이 모두 식구이니 사서와 다를 바 없다”며 “종정예경실을 별도로 두는 것 자체가 절집 안에서는 옥상옥이며 되레 종단과의 화합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에 굳이 별도로 꾸릴 필요가 없다고 본다. 총무원은 각자 소임대로 종단을 잘 운영하니 종정이라고 해서 내가 특별히 할 것이 없고 순리를 잘 따른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평생 은사 월하 스님의 가르침을 이어온 바도 전했다. 중봉 성파 대종사는 2002년 월하 스님으로부터 환성지안 문하의 13세손으로 인가받았다.

중봉 성파 대종사는 “은사스님으로부터 법을 전함이 없이 전하고 말 없는 말을 전함이 없이 전하는 법을 배웠다. 우리가 꼭 물건처럼, 문자처럼 보는 개념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으로 주고받는 것”이라며 “이는 곧 평상심이고 평상심이 도라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상식이 곧 법이니 그것을 벗어나지 않으면 된다. 평생 이를 잘 지켜왔다”고 말했다.

대종사는 시종일관 ‘산승’으로 스스로를 낮추며 소참법문을 이어가며 때론 웃음을, 때론 감동을 선사했다.

성파 대종사는 “부처가 부처되는 것이 아니라 범부가 부처가 되니, 평상심이 곧 도임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 역시 종정이라고는 하지만 ‘평상심’이 도임을 아는 일개 산승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사회적 이슈인 정치와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생겨나는 정치나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불교계 어른으로서 사회적으로 심화되는 갈등, 코로나 사태로 인한 대중들의 고통,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대해서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대종사는 “내가 말로서 코로나를 어찌 막겠나. 중요한 것은 모두가 어떤 고난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굳건히 살아가야 한다는 믿음”이라며 “모두가 선심을 가지라고 당부하고 싶다. 코로나보다 더한 것이 사람의 악심(惡心)으로, 이를 행사하는 것이 바로 사람이기에 큰 권력을 가지건 권력이 없건 모든 사람들이 선심을 가진다면 봄바람과 같은 선풍(善風)이 불어올 것으로 본다”고 당부했다.

이어 차기 대통령을 비롯한 사회 지도자들에 대해 “아상과 인상을 지양하고 공덕림(功德林)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종사는 “공덕의 숲은 복전이다. 숲이 우거지면 곤충과 새, 뭇짐슴이 살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염두에 둬 반목과 질시를 지양하고 공덕림을 가꾼다면 나라도 백성도 편하지 않겠나”고 전했다.

남다른 예술 활동으로 알려진 만큼 종정추대 이후 이를 지속해 나갈지에 대한 궁금증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성파 대종사는 “나는 이렇다할 예술가라기 보다 혹글, 혹서, 혹화, 혹선을 했다. 간혹 글 쓰고 간혹 그림을 그리고 간혹 참선을 했다는 것인데 이 모든 것들이 승려생활 속에서 일상적으로 해온 일들이라는 의미”라며 “앞으로 계속 할지 말지도 역시 종정 소임과는 무관한 일상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 여러분도 그렇고 많은 이들이 제게 종정이 되고 나서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묻습니다. 특별할 것이 없어요. 태풍이 불면 태풍 단속을 하고 가뭄이 심하면 화재를 예방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통에 대한 남다른 시각과 애정도 드러냈다. 성파 대종사는 특히 조계종이 전통을 잘 지켜나갈 것을 주문했다. 대종사는 “한국불교는 한국정신문화의 주축이 되어왔다. 이러한 전통은 시대가 바뀐다고 달라지지 않으며 달라져서도 안된다”며 “전통이 굳건하다는 것은 곧 바퀴가 튼튼하다는 것이며, 바퀴가 튼튼하면 어떤 길을 가든 중심을 잡을 수 있다. 한국불교는 우리 민족 정신문화의 중심 역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도사=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

(질의응답 전문 차후 게재)

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 대종사 첫 교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