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원경 스님 

“템플스테이 공익성 강화…사찰 문턱 낮추겠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계기로 시작 33개 사찰서 ‘143개’ 사찰로 확대 20년 동안 205개국 600만명 참여 코로나 유행에도 공익사업 전개해 의료진·봉사자·소상공인 등 위로 “사회 공익, 지속 확대시킬 계획” 20주년 맞아 다양한 사업 준비 중 5·11월 두 차례 걸쳐 기념식 개최 메타버스 시기상조…“때론 천천히” “불편함을 체험…템플스테이 매력”

2022-03-15     신성민 기자
사진= 박재완 기자

2002년 5월 11일 김천 직지사에서는 ‘월드컵 기념 주한외교사절 템플스테이’가 열렸다. 1박 2일 동안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핀란드, 호주, 헝가리를 비롯한 24개국 대사 부부 등 50명이 참여해 국내외적 관심을 모았다. 이는 ‘템플스테이’라는 명칭이 처음 사용된 것으로, 한국관광사에 큰 족적을 남긴 ‘템플스테이’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관광콘텐츠로 자리잡은 ‘템플스테이’가 운영 20주년을 맞는다. 성년이 된 템플스테이의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원경 스님은 누구보다도 그 소회가 남달랐다. 2014년 문화사업단 사무국장 소임을 맡고 2017년 단장으로 취임한 이래 8년을 템플스테이의 성장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원경 스님은 “앞선 선배 단장 스님들이 템플스테이 운영 전반에 대한 시스템을 체계화·안정화 시켰고, 실무자와 현장 지도법사 스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해 템플스테이가 20년 동안 성장할 수 있었다. 모든 구성원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체험·체득, 템플스테이 성장 동력
한일 공동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시작된 템플스테이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2002년 33개 사찰에서 시작한 템플스테이는 현재 143개의 사찰에서 운영되고 있다. 2002~2005년 초반에는 연간 참가자수가 10만 명 수준이였지만 2015년 40만 명을 돌파했고,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에는 연간 참가자 53만 명을 돌파했다. 누적 참가자는 205개국 600만 명에 달한다. 시설도 남녀만 구분해 대방에서 단체 숙소를 사용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개별 숙소와 화장실을 구비한 사찰들이 많이 증가했다. 

“템플스테이가 시작됐던 2002년에는 월드컵으로 한국을 찾는 귀빈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전통문화체험을 제공하고자 사찰뿐만 아니라 성당, 교회, 서원·향교에서도 비슷한 체험프로그램들을 시작했습니다. 템플스테이는 33개 사찰로 시작했는데 20년동안 143개 사찰이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죠. 교회나 성당은 1~2년 정도 지나고 전부 없어졌고, 서원·향교는 3~5곳이 남아 있는 정도입니다.”

비슷하게 시작한 이웃종교의 체험프로그램은 없어지거나 성장하지 못했지만, 유독 템플스테이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원경 스님은 ‘체험’과 ‘체득’을 주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템플스테이는 1700년 한국불교의 역사와 수행 문화를 이어오고 있는 산사에서 수행자들의 일상을 경험하는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입니다. 한국불교의 역사와 환경, 스님의 수행과 삶은 시대에 따라 조금 변화해지만, 큰 맥은 변하지 않고 유지되고 있죠. 사찰에서 유려한 자연환경을 만나고,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스님의 절제되고 소박한 생활을 ‘체험’하며 참가자들은 스스로 무언가를 ‘체득’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그리고 전 세계를 뒤져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장 고유하고 특별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자명하다 보니, 국민과 세계인에게 많은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템플스테이는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대표적인 국가브랜드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위기, 공익으로 넘다
위기가 없던 것도 아니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면서 햇수로 3년동안 템플스테이는 어려움을 겪었다. 주요 사찰들이 방역을 위해 산문을 폐쇄하고, 방역 지침이 강화될 때마다 템플스테이는 운영할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문화사업단은 다른 방향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바로 ‘사회 공헌’이다. 문화사업단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의료인과 방역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토닥토닥 템플스테이’를 진행했고, 코로나로 시름하는 소상공인 및 문화예술 종사자 등에게 ‘쓰담쓰담 템플스테이’를 무료 제공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확대를 위해 1차 접종자 및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1박 2일 템플스테이 참가비의 30%를 할인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응 의료인과 방역관계자, 자원봉사자들은 방역 관련 업무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직군이죠. 이 분들이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어 ‘토닥토닥 템플스테이’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나아가 코로나19로 매출이 반토막 나고 공연·전시를 할 수 없게 된 소상공인과 문화예술인들을 위로하는 템플스테이도 하게 됐죠. 비대면 프로그램도 운영했는데 사찰음식의 경우 비대면 해외강의를 시작했습니다. 이 역시 호응이 좋았습니다.”

원경 스님은 이 같은 ‘사회 공헌 템플스테이’를 향후 지속·확대할 계획이다. 실제 사회 공익을 위한 템플스테이는 꾸준한 성장세로, 2018~2020년 공익 템플스테이는 전체 참가자의 7.1%에 해당하는 8만 9000명이 참여했다.

사실, 공익 템플스테이는 템플스테이 운영 초기부터 꾸준히 이어져왔다. 처음에는 개별 사찰들이 지역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 사회 소외계층들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를 제공했다. 

이후 2010년에 들어서 불교계 단체들이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템플스테이를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2013년 문화사업단은 ‘공익 템플스테이’라는 명칭으로 복지관·청소년 보호관찰소·고아원 등 문화소외계층과 지역사찰을 연계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4년 11월 문화사업단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와 ‘도박문제 치유·재활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템플스테이 사회공헌성을 높였다. 이는 <도박중독자 치유를 위한 프로그램 매뉴얼> <정신 및 감정 노동자를 위한 템플스테이 기업연수 프로그램 매뉴얼> 등의 제작으로 이어져 전문적인 프로그램 제공이 가능해지는 성과를 낳기도 했다.

“지난 2015년~2017년에 진행된 ‘템플스테이 심신 치유 효과 연구’에 따르면 템플스테이는 ‘행동심리학적 효과뿐 아니라 마음챙김과 회복탄력성 개선 및 뇌 기능 향상에 도움된다’고 합니다. 템플스테이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불교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국민과 함께 호흡하며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노력할 예정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변화에는 템플스테이가 어떻게 적응할지 궁금해졌다. 최근 유행하는 메타버스(Metaverse)의 활용 방안부터 물었다. 이내 돌아온 스님의 대답은 “천천히 가도 됩니다”였다. 

“메타버스라는 온라인 가상공간에 이뤄지는 템플스테이 체험이 얼마나 효용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4차산업기술에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에 있는 유형의 자산을 잘 유지·보존·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령별 만족도도 고려해야 합니다. 10~20대는 메타버스를 잘 이용하겠지만, 40대만 넘어가도 메타버스 활용에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절집이 절 밖의 삶을 너무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봐요. 1700년 불교 역사를 보면 천천히 가도 빨리 가는 겁니다.”

하지만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은 코로나 이후 변화한 트렌드에 맞춰 나갈 것을 계획 중이다. 정중동(靜中動)의 변화다. 

“이전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가족공동체 참가가 많았다면, 지금은 개인이 많아요. 개인 참가자들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심지어 친구랑 2명이 와도 따로 방을 달라고 하죠. 이런 변화에도 템플스테이는 적응해야 합니다. 또한 스트레스가 심한 시대인 만큼 ‘회복 탄력성’을 사람들에게 키워줄 필요가 있어요. ‘회복 탄력성’은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과 실패에 대한 인식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 오르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새로 개발해야 합니다.”

템플스테이 20주년 사업 ‘다채’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이 확산세이지만, 성년이 된 템플스테이를 축하하기 위한 행사들은 차질 없이 준비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20주년을 맞아 진행되는 공익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인 ‘같이 나눔 템플스테이’다.

‘같이나눔 템플스테이’는 가족 간의 관계 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부모님과 함께하는 라떼 템플스테이’, 스무 살을 맞은 사회 초년생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희망을 전달하는 ‘스무살 맞이 특별 템플스테이’ 등 특별프로그램을 일반 국민 대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아동복지시설, 한부모 가족, 다문화 가정, 어르신, 장애인들에게도 문호를 넓힌 ‘마음 더하기 템플스테이’도 무료·할인 운영한다.

또한 ‘사찰음식 마음 더하기’ 사업을 통해 취약계층에게 사찰음식 체험기회를 제공하고, 어려운 분들에게 사찰음식을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하며, ‘토닥토닥 템플스테이’ 등 사회공익·나눔 템플스테이도 지속 운영할 예정이다.

“오는 5월과 11월에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가질 예정입니다. 5월의 기념행사는 그동안 템플스테이 운영·정책에 관여한 기관, 외신 기자 등을 초청해서 행사를 진행하고 11월에는 20년의 발자취를 살필 수 있는 사진전과 도록 발간 등을 진행할 것입니다. 사찰을 찾기 어려웠던 소외계층들을 위한 ‘마음더하기 템플스테이’도 문화사업단의 향후 운영 기조를 보여주는 사업입니다. ‘사회 공익·공헌’은 불교적인 말로 하면 ‘회향’이죠. 아동복지시설이나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 정말 소외된 사람들에게 산문(山門)을 열고 한국불교문화를 향유토록 할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사회 공익 템플스테이 점점 더 확대시킬 것입니다.”

이와 함께 20년의 역사를 돌아보고 향후 발전 방향을 위한 연구도 진행된다. 문화사업단은 ‘템플스테이 20년사’ 발간 사업을 비롯해 △20주년 성과·발전방향 연구 △템플스테이 건강치유효과 연구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템플스테이 20년 성과와 향후 방향성, 중장기 목표를 진단하며, 템플스테이의 심리적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할 계획이다.

글로벌 브랜드로 발돋움하기 위한 행사들도 진행된다. 특히 올해에는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미주·유럽을 방문해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을 알리는 사업을 시행하며, 코로나 상화에 맞춰 6건의 온라인 해외 홍보행사도 진행한다.

국내행사로는 2002년 세계에 첫 산문을 열고 세계를 감동시켰던 템플스테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재현하는 ‘체험 AGAIN 2002’을 통해 새로운 불교문화체험의 장을 선보일 계획이다.

“K-컬쳐가 유행하기 전부터 템플스테이는 살아있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으로 세계인과 함께 해 왔습니다. 이번 20주년 행사를 계기로 템플스테이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템플스테이, 새로운 20년을 위하여
템플스테이와 더불어 문화사업단이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이 사찰음식 홍보사업이다. 문화사업단은 사찰음식의 전통과 가치를 조명하기 위한 연구조사를 비롯해 대중화를 위한 교육 강좌 및 문화행사, 세계인과 함께하는 다양한 홍보활동을 통해 사찰음식을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명문 요리학교 르꼬동 블루 런던캠퍼스와 협약을 맺고, 한국 사찰음식 강좌를 온라인으로 열기도 했다. 세계인들이 사찰음식에 주목하는 이유로 스님은 ‘철학’을 꼽았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종교음식은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사찰음식처럼 역사와 철학을 가진 음식은 없죠. 최근에는 기후위기로 인한 ‘탄소 제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음식마저 수행인 사찰음식을 더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가면 갈수록 해외에는 채식주의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만큼 한국의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도 증가할 것입니다.”

원경 스님은 스무 살 성년이 된 템플스테이의 새로운 20년을 위해 특화·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속 개발하고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 홍보 사업을 더 안정화 시키고 국민과 세계인이 당연히 참여하는 체험프로그램으로 만들어야겠죠. 이를 위해서는 사찰마다 특화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합니다. 한국인을 위한 프로그램과 외국인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나눌 필요도 있죠. 회향을 위한 사회 공익 템플스테이도 지속·확대할 겁니다. 앞으로 20년을 위해 템플스테이 정책 연구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말미 원경 스님은 템플스테이를 “나를 위한 보답”이라고 정의했다. 열심히 살아온 나를 위한 쉼이란 작은 선물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각계 각층,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정말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하루정도 보상을 해주는 게 템플스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정도 몸과 마음을 쉬며 새로운 활력을 찾는 것이죠. 물론 사찰에서의 하루가 조금은 부족하고 불편할 수 있어요. 하지만 템플스테이에서는 그 부족함, 불편함마저도 휴식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게 템플스테이의 매력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