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불교 글로벌 포교사들] 문화포교에 앞장서다 - 한스욕 에플레
"마음공부 수승함, 獨청년에 전해요" 심근염 고통 속 불교 인연 닿아 1997년 한마음선원 독일지원서 ‘마음의 안식처’ 위안 받고 감화 대행 선사 가르침 생활 속 실천 불서번역에 기여, 독일서 전법 지역 종교간대화, 화합에 앞장 합창단 활동, 가족도 문화포교 “불심씨앗 뿌리는일 지속 매진”
1993년 베를린 의대 의학박사를 취득하고 1993년부터 1995년까지 베를린 의대 슈테글리츠(Steglitz) 병원 의사를 지냈다. 1995년부터 베를린대 샤리테병원 내과의사를, 2006년부터 베를린의대 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감염학 전문의로서 의학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침과 동시에 심성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2001년부터 한마음선원 독일지원 신도회장을 맡아 독일 전법 포교에 힘을 보태고 있다.
불자로서의 인연을 맺는 일은 수많은 전생의 삶 속에서 쌓인 결과일 것이다. 먼 독일땅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한국사찰을 우연히 찾고, 여기서 접한 부처님 가르침을 체화하여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또 이를 다른 이들에게 전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이는 어떤 인연이 닿아서일까. 독일인 의사 한스욕 에플레 베를린 의대교수는 한마음선원 독일지원 신도회장을 맡으며 포교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은 대행선사 법문을 늘 생활 속에 되새기며 내면의 불성을 찾고 있는 수행자이다. 학창시절부터 아시아 선지식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한스욕 에플레 신도회장은 도서관을 찾아 불교서적을 탐독하곤 했다. 하지만 그 책들이 그의 목마름을 해결해줄 수는 없었다. 그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단순히 지식을 얻는 데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내면의 길을 인도해 줄 스승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졌다.
베를린대에서 의학공부를 하던 그는 가정을 일구었고, 베를린대학 의대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게 된다. 아내와 아들과 딸들 사이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날 그에게 심근염이란 병이 찾아온다. 더는 직장에 다닐 수 없었던 그는 절망에 빠진다.
“저는 사랑하는 아내 베티나를 만나게 됐고, 결혼해서 아들 모리츠와 딸 한나를 낳았습니다. 아들이 태어날 때쯤 저는 베를린 샤리테 대학병원에서 의사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3년 뒤, 그러니까 딸이 태어난 조금 뒤, 저는 심근에 염증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의 위기였어요.”
그때 그에게 한줄기 빛이 되었던 곳이 바로 한국지인의 소개로 가게 된 독일 한마음선원이었다. 독일 뒤셀도르프 인근 작은도시인 카스트에 위치한 한마음선원 독일지원은 유럽에서 몇 안 되는 한국 선수행 도량이다.
그가 1997년 처음 한마음선원 독일지원에 도착했을 때 받은 느낌은 마치 마음의 안식처에 온 듯했다고 한다.
“베를린에서 600km 떨어진 먼 길을 가며 저는 이 여정이 나를 어디로 이끌어 갈 것인지 물어봐야 했습니다. 하지만 선원 문을 열고 처음 도량에 발을 디딘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보호받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스님들을 뵈었을 때 그 감정은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내면의 안정과 편안함, 행복을 느꼈고, 자연스럽게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독일 내 대부분의 불교센터는 티베트불교나 남방불교를 전하는 곳이었다. 한스욕 에플레 교수가 처음 한마음선원 독일지원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한국불교와 연계된 불교센터는 몇 군데밖에 없었다.
독일 내 많은 불교센터가 있음에도 600km나 떨어진 한국불교센터, 특히 한마음선원에 가게 된 것은 ‘인연’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불서 번역으로, 불법 홍포
불교를 접하고 나서 한스욕 에플레 교수의 삶은 변했다. 그는 “마음공부를 하기 전에는 어려움에 부딪치면 그 해결방안을 밖에서만 찾았다. 하지만 생활 속 참선수행 실천으로 모든 것이 내 마음 안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불교의 핵심은 삶에서 마주치는 모든 인연이 제 안의 내면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라며 “그 인연을 소홀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수행이고, 그 수행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감을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학의 고향’이라 불리는 독일에서도 ‘불교’는 남다른 통찰을 선사했다. 한스욕 에플레 교수는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서양철학과 내면의 경험을 지향하는 한국불교는 서로를 상호 보완, 이롭게 한다고 생각한다”며 “통찰에 도달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이를 삶에서 발현하는 목적 등은 통하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
한스욕 에플레 교수는 자신을 변화시켰듯, 보다 많은 길을 찾는 이들이 불교를 접하고 마음공부에 발을 들여놓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래서 독일지원에서는 1996년 개원 이후로 불서 번역에 힘을 쏟았다. 2005년부터 한마음선원은 대행 선사의 가르침을 담은 책과 불서들을 번역해 세계 7500여 출판사가 참가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박람회에 참가했고, 〈뜻으로 푼 천수경〉을 시화집 형식으로 출간한 〈만가지 꽃이 피고, 만가지 열매 익어〉는 2008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박람회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같은 일에는 한스욕 에플레 교수와 같은 동서양의 사상에 정통한 이의 참여가 있었다.
“한국불교는 독일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인들이 그 참뜻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마음선원 독일지원 번역팀의 일원으로 번역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행선사의 가르침이 담긴 많은 독일어 번역본 법문집, 대행선사의 〈뜻으로 푼 천수경〉과 예화집, 〈내 마음은 금부처〉, 대행선사의 가르침의 요체가 담긴 〈믿고 놓아라〉(한국어 버전 ‘건널강이 어디 있으랴’)와 생생한 육성법문 그대로 편집된 〈깨어나 웃어라〉가 독일출판사와 한마음국제문화원에서 출판되었습니다. 그 중 〈뜻으로 푼 천수경〉은 장기화된 코로나 시대에 독일인 신도님들이 집에서 매일 독송하며 정진할 수 있는 보물이었습니다.”
종교간 대화 앞장·합창단 활동도
독일은 수백년간 기독교 전통문화를 갖고 있다. 한스욕 에플레 교수는 독일에서 종교간 대화를 비롯한 사상적 교류로 불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특히 한마음선원 독일지원이 위치한 곳은 가톨릭이 융성했던 라인란트 지역으로 지역사회 내 여러 종교단체와의 교류는 빠질 수 없는 과제였다.
20여 년간 한스욕 에플레 교수는 독일지원 스님들을 모시고 지역사회 내 교류로 종교평화를 도모했다. 특히 가톨릭 시토회 소속의 랑바덴 수도원과 자매결연을 맺고 정신적 교류를 하고 있다. 매년 평화기도회에 불교대표로 참가하고, 2015년부터는 한마음선원 독일지원 주최로 가톨릭 수사, 기독교 목사, 종교학자 초청행사도 열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음악을 통한 교류다. 그 자신이 독일 한마음선원 합창단 일원으로 지역축제와 다민족축제에 참여하고, 역시 불자인 그의 가족들도 사물놀이와 다도를 통해 불교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문화도 알리고 있다.
한스욕 에플레 교수는 “이러한 활동 속에 지역사회 주민들과 하나가 되고 카스트 시의 낯선 이방인이 아닌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종교 대표 구성원으로 인정되고 있다”며 “여러 활동으로 한국불교가 독일인들에게 편안하게 받아들여지고 이질성을 극복하고 상생의 문을 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교가 세계인 마음 안식처 되길
독일 사회도 현재 코로나19로 인하여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새해를 맞아 한스욕 에플레 교수는 이는 발전 진화해 갈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희망 섞인 말을 전했다.
한스욕 에플레 교수는 “코로나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의지하고 가치로 규정하는 성공, 물질적 풍요가 삶, 죽음과 직접 마주할 때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실존적 위기는 이제 우리가 인간으로 자유롭게 결정하는 기회가 있음을 환기시킨다”며 “낙담하고 절망할 수 있지만, 생명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마음공부가 알려준 우리 안의 긍정적 힘을 발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각종 선거 등 사회변화 앞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한국사회에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스욕 에플레 교수는 “겉보기와 달리 통일 독일도 국민 화합이라는 과제가 아직 해결되지는 않았다. 불자 입장에서 보면 상호 이해와 상호 존중의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며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마음과 그 속에서 하나되는 화합의 마음, 관용과 조화 속에 하나 되는 성숙한 마음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한스욕 에플레 교수는 “마음공부가 알려준 우리 안에 있는 긍정적 힘, 무한한 한마음에 대한 신뢰는 물질화된 오늘날의 문제를 극복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마음공부가 특히 젊은 세대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한스욕 에플레 교수는 대행선사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며 계속해서 이 길을 걷고자 한다. 한스욕 에플레 교수는 끝으로 “대행 큰스님의 가르침과 지혜, 또 내가 경험했던 자유를 더 많은 이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도반들과 함께 많은 분에게 용기를 주고 가르침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세상에 씨앗을 뿌릴 것”이라며 다짐의 말을 전했다.
“세계는 지금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 토양의 과도한 개발 및 기타 지표들은 인류의 서식지로서의 지구의 존속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불교는 우리의 본성이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며, 우리가 모든 생명과 화합하여 공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진정한 행복을 경험한다고 아주 분명하게 시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진실이 이 사람들의 중병을 치유할 수 있고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동안 한국불교, 대행선사의 가르침을 만나 겪었던 이루 말할 수 없는 은혜가 진정으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감사함으로 흘러가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