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불교계 이례적 반발…성난 불심 이유는

2021-12-02     송지희 기자

문체부 ‘캐럴 캠페인’ 계기
불교계 전방위 강경 대응
단일 사안 넘어 상황봐야

국립합창단‧가톨릭성지 등
누적돼 온 문제들 연장선
정부, 근본적인 고민 필요

문화체육관광부의 ‘캐럴 활성화 캠페인’을 향한 범불교 차원의 규탄 여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캠페인 중단을 위해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문체부를 상대로 ‘캠페인 예산집행 정지 가처분’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고, 불교계 각 기관‧단체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규탄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여론이 결집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불교계로썬 다소 이례적인 모습”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동안 불교계는 공공기관의 종교편향을 비롯한 각종 불교폄훼, 훼불사건 등과 관련해, 일시적인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수준에서 대응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그동안 수없이 반복된 종교편향과 불교폄훼로 인해 누적된 성난 불심이 ‘문체부의 캐럴 캠페인’을 계기로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단순히 ‘캠페인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넘어서, 공공기관과 우리사회에 만연한 종교편향과 불교소외, 불교폄훼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개선을 요구하는 여론이라는 것이다. 정부와 우리사회가 이러한 규탄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올해만 해도 불교계에서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화재 관람료 폄훼 발언과 국공립합창단의 종교편향성, 불교폐사지에 가톨릭성지 덮어씌우기 의혹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논란이 됐지만, 단 한건도 속시원한 변화를 이끌지 못했다.

특히 정청래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문화재관람료를 ‘통행세’로, 징수사찰을 ‘봉이김선달’로 매도해 논란을 빚었고 불교계의 반발에 뒤늦게 사과방문을 했지만, 이로 인해 폄훼된 불교이미지 실추 및 명예훼손에 따른 상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국립합창단의 종교편향 논란과 천진암과 주어사 등 사찰터에서 진행되는 가톨릭 성지화로 인한 논란 역시, 이미 수년전부터 지적됐던 사안이 다시 불거졌음에도 이렇다 할 변화를 이끌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조계종은 11월 26일 ‘종교편향 불교왜곡 범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종단 역량을 결집해 관련 사안에 대해 총체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누적된 불교계 민심이 ‘캐럴 캠페인’을 계기로 “이제 더 이상은 좌시할 수 없다”는 분위기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실제 11월 30일 진행된 종단협 회장단 긴급회의에서는 “수없이 반복되는 종교편향 문제를 멈추기 위해서는, 제2의 범불교도대회까지 염두에 두고 강경대응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종단협 사무처장 진경 스님은 “긴급회의에서 그동안 불교계가 너무 점잖게 대응해 왔기 때문에 종교편향 사안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들이 나왔다”며 “이제는 더 이상 좌시하지 말고 범종단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공동대응하기로 결의했고 이를 통해 불교 차원에서 큰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종단협이 12월 1일 항의서한을 채택해 청와대에 전달한데 이어, 문체부를 상대로 법원에 ‘캠페인 예산집행 정지 가처분’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까지 불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종단협은 특히 항의서한에서 “국공립합창단의 종교편향 공연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화재관람료 왜곡 및 사찰비하 발언 등으로 불교계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아 왔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발생한 ‘캐럴 캠페인’ 추진사태는 일련의 종교편향 사건들과 함께 공공기관에서 조직적인 종교편향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체부가 불교계의 종교편향성 캠페인 중단요구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규탄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사안은 논란 초기 “종교편향적 행정이긴 하지만 캐럴도 문화의 범주로 보면 이해할 수 있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문체부가 종교편향 논란에도 “올해만 진행하겠다”며 사실상 이를 강행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종교편향 및 불교폄훼에 대응하기 위한 이 같은 불교계의 변화는 이미 지난해부터 서서히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남양주 수진사 기독교인 방화사건이 대표적이다. 종교평화위원회는 당시 이례적으로 기독교계를 직접 겨냥하며 “불교계는 그동안 사회 안정과 종교 평화를 위해 한없는 연민과 자비심으로 인내해 왔지만 성숙한 시민사회와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고통을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오히려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앞으로 훼불 사건을 용인하지 않음은 물론 근본대책 마련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종단협 역시 올초 이사회에서 종교편향 및 불교폄훼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을 결의했다. 사건의 경중을 기준으로 1단계 단발성·경미한 사안 2단계 훼불사건 및 공공시설 편향 및 조직적 사안, 3단계 중대한 편향 및 훼불사건 등으로 단계별로 분류하고 사무처 대응, 회장단 종단 연대, 이사회 소집 등으로 단계별 논의 구조를 확정했다.

‘자비와 포용’의 종교로 그동안 숫한 차별을 감내해 왔던 불교계가 반복적인 종교편향과 불교폄훼의 고리를 끊기 위해 대응의 강도를 높인 상황에서, 이번 문체부의 ‘캐럴 캠페인’ 논란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