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캐럴 활성화 캠페인에 ‘엇갈린 시각’

가톨릭‧개신교 함께 12월 한달간 저작권 무료음원 22곡 제공키로 ​​​​​​​특정종교 편향vs문화적 위로범주

2021-11-30     송지희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캐럴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애초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취지였지만, 국가기관이 특정종교음악을 홍보하는 것은 종교편향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되면서 “이제 캐럴은 문화”라는 시각과 “종교음악”이라는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11월 29일 ‘12월엔 캐럴이 위로가 되었으면 해’ 캠페인 추진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교회총연합 등 종교계와 함께 진행되는 이번 캠페인은 12월 1일부터 25일까지 국민들이 자주 찾는 커피전문점과 일반 음식점, 대형마트 등 매장에서 캐럴 재생을 활성화해 연말 따뜻한 사회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지상파 라디오방송사(KBS, MBC, SBS), 음악 서비스 사업자(멜론, 바이브, 벅스뮤직, 지니뮤직, 플로) 등도 함께하며, 저작권위원회 누리집을 통해 캐럴 무료음원 22곡을 제공키로 했다. 저작권 문제로 인한 위축을 해소하기 위해 음악서비스 사업자를 중심으로 캐럴이용권을 3만장 제공하고, 방송과 라디오를 통해 캠페인 광고도 송출할 예정이다.

애초 취지는 연말연시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캠페인에 대한 불편한 기색이 적지 않다. 문체부가 특정종교음악에 대한 공식적인 홍보에 나서는 것은 명백한 종교편향적 행정이라는 것이다. 누리집을 통해 무료음원으로 제공되는 22곡 역시 대부분 익히 알려진 캐럴이지만, ‘기쁘다 구주 오셨네’ ‘고요한 밤’ ‘천사들의 노래가’ 등 특정종교색을 강하게 띈 곡들로 이뤄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교평화위원장 도심 스님은 "국민들을 위로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특정종교음악을 국민들에게 홍보해야만 하는 지에 대해 형평성의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에도 찬불가로 국민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이라며 "특히 불교계 입장에서는 올해 국립합창단 종교편향부터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화재관람료 폄훼 등으로 인한 불편함이 적지 않았고 결국 종교편향 불교왜곡 대책위원회까지 만든 상황에서 정부가 굳이 캐럴 홍보에 나선 것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제 크리스마스와 캐럴이 대중들에게 일종의 문화로 정착한 상황에서, 불교계가 특정종교색을 지적하는데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문화계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종교적으로 보면 예민할 수 있으나 이제는 사실상 문화의 범주에 가깝다"며 "일반 국민들에게 자비와 포용의 종교로 널리 인식돼 온 불교계인만큼, 종교편향 문제와 관련해 명확한 관점과 좀더 넓은 시각에서 대응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