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도움으로 불법 믿은 ‘묘장엄왕’
44. 묘장엄왕 이야기
그때 부처님께서 대중들에게 이르셨다.
“옛적에 한량없고 가없는 불가사의한 아승지겁 전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이름이 운뢰음수왕화지(雲雷音宿王華智)이었느니라. 그 부처님 시대 중에 묘장엄이라는 왕이 있었으며, 왕비의 이름은 정덕이었고, 두 아들이 있었으니 첫째는 정장(淨藏), 둘째는 정안(淨眼)이었느니라. 이 두 아들은 큰 신통력과 복덕과 지혜가 있고 일찍부터 보살이 행할 도를 닦아 왔으니, 이른바 보시바라밀, 지계바라밀, 인욕바라밀, 정진바라밀, 선정바라밀, 반야바라밀, 방편바라밀과 자(慈), 비(悲), 희(喜), 사(捨)와 삼십칠조도법에 이르기까지 다 환히 통달해 있었으며, 또 보살의 정삼매와 일성수삼매 등, 대위덕장삼매 등을 얻어, 삼매를 다 통달해 있었느니라. 그때 그 부처님이 묘장엄왕을 인도하고 또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셔서 이 〈법화경〉을 설했느니라. 이때 정장, 정안 두 아들이 어머니에게 가 합장을 하고 이렇게 말했다.
‘원하옵건대 어머니시여, 운뢰음수왕화지 부처님을 찾아가 뵈옵소서. 저희들도 모시고 가 직접 공양하고 예배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부처님께서 모든 천신과 사람들에게 〈법화경〉을 설하시니 마땅히 들어야 하겠습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하였다. ‘너희 아버지가 외도를 믿고 바라문의 법에 빠져 있으니, 너희는 마땅히 아버지께 가서 말씀드리고 함께 가자고 하여라.’
정장, 정안이 열 손가락을 모아서 합장한 다음 어머니께 아뢰었다. ‘저희는 법왕의 제자로서 사견을 지닌 이 집에 방편으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가 아들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마땅히 아버지를 걱정하여 신통 변화를 보여라. 아버지가 보시면 마음이 반드시 청정해져서 우리와 함께 부처님을 찾아가리라.’
이에 두 아들이 아버지를 생각하여 허공으로 7다라수 높이에 올라가서 여러 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는데, 공중에서 가고 서고 앉고 눕기도 하였느니라. 상반신에서 물을 내뿜고 하반신에서 불을 내뿜으며, 하반신에서 물을 내뿜고 상반신에서 불을 내뿜으며, 혹은 큰 몸을 나타내어 허공에 가득하다가 다시 또 작아지며, 작아진 몸이 다시 큰 몸이 되기도 하며, 공중에서 사라져 홀연히 땅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하며, 땅속에 들어가기를 물속에 들어가는 것과 같이 하고 물 위에서 걷고 가기를 땅을 밟고 걷는 것과 같이 하였느니라. 이렇게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왕인 아버지가 마음이 청정해져서 부처님을 믿게 하였느니라.”
〈법화경〉의 특징은 과거 구원 겁 전의 부처님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운뢰음수왕화지 부처님 명호가 나왔다. 일월등명여래, 대통지승왕불 등 품(品)에 따라 등장하는 부처님 명호가 다양하다. 이 부처님들은 시간이 탄생하기 이전에 이미 있었던 부처님들이다. 이 부처님들이 모두 〈법화경〉을 설했다고 밝히고 있다. 〈법화경〉 법문이 일승(一乘) 법문이고 이 일승이 곧 불승(佛乘)이다. 부처가 되는 도리를 설한 법문이라는 뜻이다. 〈법화경〉에서는 성문, 연각의 이승법(二乘法)은 진실이 아니고 오직 일승만이 진실한 법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예로부터 경전을 두고 한 말에 “도를 깨닫는 데는 〈능엄경〉이 으뜸이고, 부처를 이루는 데는 〈법화경〉이 으뜸이다.”고 했다.
묘장엄왕과 왕비, 그리고 두 아들의 한 가족이 아들이 신통력을 발휘하여 외도를 믿던 부왕을 설득하여 다 같이 부처님을 찾아가 〈법화경〉을 들었다는 이야기가 〈묘장엄왕본사품〉의 주 내용이다. 묘장엄왕도 출가하여 수기(授記)를 받는다. 〈법화경〉의 중요한 키워드는 일승묘법(一乘妙法), 구원실성(久遠實成), 보살만행(菩薩萬行)의 세 가지다. 묘장엄왕의 정장, 정안 두 아들이 육바라밀과 사섭법을 닦아 삼매를 얻어 통달했다는 말에서 바라밀행이 삼매로 연결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천태지의(天台智?)는 법화의 수행법으로 마하지관(摩訶止觀)을 제시하였다. 그는 〈법화현의〉를 저술하여 경의 제목만 해설하는데 〈법화경〉 경문보다 많은 20권에 달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