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포교일기] 마음에 새겨진 환자 이야기
위드코로나로 돌아서면서 환자들을 맞이할 생각에 법당을 정리하며 새로 단장을 하게 된다. 물티슈 등의 물품도 헤아리고, 뭐가 부족한 것은 없는지 꼼꼼히 챙기게 된다. 5년을 넘게 장엄으로 두었던 한 보호자의 선물을 정리하게 됐다. 봉사자들이 버리자고 해도 못 버리고 있다가 이제야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보며 내 마음 속에 깊이 새겨져 있던 한 환우분의 이야기를 하려한다.
병실을 라운딩할 때 1인실 병실을 들어갈 때는 조심스럽다. 그래도 문을 노크하며 들어선 병실은 마침 임종을 앞둔 불자가 있는 병실이었다. 딸이 어머니의 간병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도선사의 신심있는 불자로서 평생 부처님을 의지하며 사셨던 분”이라고 딸은 몇 번을 강조했다.
환우의 머리맡에는 평생 기도했을 천주염주와 다 낡아 너덜너덜한 <천수경>이 놓여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딸은 아침 새벽마다 <천수경>을 독송하는 어머니의 염불 소리에 눈을 떴다고 한다. 아들과 딸을 낳고 일찍 사별한 남편을 대신해 자식 둘을 대학까지 보내며 헌신한 분이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아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얼마 전 어머니를 보기위해 다녀갔단다. 그때만 해도 눈을 맞추며 얘기를 할 수 있었는데 아들이 가고 난 후 마음을 놓으셨는지, 아니면 상심을 해서 그런지 급격히 안 좋아졌다며 말을 잇지 못하였다.
나는 환자에게 다가가 “보살님, 제 목소리 들리세요. 들리시면 고개를 끄덕여 보세요”라고 말하였다. 환자가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나무 잎사귀처럼 바짝 마른 환자의 손을 잡았다. “보살님 이제 부처님께 가려고 준비 중이시죠.” 환자의 감고있는 눈이 미세하게 떨렸다. “우리 부처님이 보살님 모시러 오실 겁니다. 보살님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명호를 마음으로 부르고 계셔야 해요. 아무리 힘들어도. 그렇게 하셔야 해요”하고 짧은 기도 후 병실을 나왔다.
그리고 다른 병동을 돌다가 두어 시간 만에 다시 환우의 병실로 돌아왔다. 환우의 상태는 더욱 안 좋아 보였다. 나는 환자에게 다가가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막연하기만 했다. “보살님 부처님 명호 마음으로 부르고 계신거죠”하고 말해보았다.
그런데 그 환자분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나는 정말 깜짝 놀랐고 온 힘을 다해 부처님을 부르는 보살님의 간절함이 느껴져 그만 눈물이 터졌다. “보살님, 끝까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하시는 거 잊지 마세요.”
나는 환우의 딸과 함께 눈물을 흘려가며 임종 기도를 하며 환자를 배웅했다. 죽음의 순간에도 부처님의 명호를 놓지 않으셨던 그 보살의 정진의 힘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