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예술 영산재엔 희망 담겼죠”
영산재 대중화 나선 대학생팀 ‘영며들다’ 청년 세계 유산 지킴이 참여 팀원은 전부 ‘종교 없음’에도 인류 무형유산 ‘영산재’ 관심 “담긴 의미도 전하고 싶었죠” MZ세대답게 웹툰·게임으로 영산재의 대중화 홍보에 나서 인스타 등 SNS 적극 활용도 “영산재 E뮤지엄 설립 추진”
영산재(靈山齋), 한국의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행한 설법인 영산회상을 현재 자리에 재현하는 불교 의례로, 법회를 통해 무주고혼을 천도하는 의미를 가진다.
불교를 대표하는 의례이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아는 불자들은 드물다. 하물며 일반 국민들은 영산재의 존재에 대해 알 리가 만무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영산재의 대중화와 홍보를 위해 나선 대학생들이 있다. 지난 5월부터 영산재 홍보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영며들다’ 팀이다. 팀에는 서준영(23, 고려대 사학과) 씨를 팀장으로 박지혜(23, 단국대 무역학과)·허윤서(22, 연세대 동아시아국제학부)·황유진(21, 고려대 사학과) 씨가 팀원으로 참여했다.
소속 대학도 관심사도 전부 다른 이들은 올해 실시된 문화재청의 ‘청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킴이’ 사업에 참여하며 만났다. 팀이 된 4명의 대학생들은 물망에 오른 여러 세계유산 중 ‘영산재’를 선택했다. 선택한 이유를 묻자 “‘다른 불교 문화유산과는 달리 왜 알려져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료를 봤는데 영산재에는 음악도 있고, 춤도 있었어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불교 문화유산과는 다르더군요. 그래서 ‘불교’만 바라보는 게 아닌 ‘영산재에 담긴 역사·예술·사회적 가치를 알리자’는 목표로 의기투합한 것이죠. 대중들이 영산재에 가치를 알고 스며들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팀명도 ‘영며들다’로 했습니다.”(서준영)
영산재의 가치를 알리겠다는 이들의 종교는 사실상 ‘무교(無敎)’다. 몇몇은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라 불교에 친숙하기는 하나 신앙적으로 불교를 접하지는 않았다. 여기에 MZ세대의 중심인 20대 초반. 그래서인지 이들의 홍보 활동은 틀에 얽매이지 않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종횡무진하고 있다. 한마디로 ‘톡톡 튄다.’
MZ세대의 소통 창구인 인스타그램은 기본이고 페이스북, 블로그 등에 카드뉴스·영며들다 중간고사·기말고사 등 다양한 영산재 홍보 콘텐츠들을 올렸다. 영며들다 중간고사·기말고사는 카드뉴스를 통해 전해진 영산재에 대한 상식에 대한 테스트로, 이벤트도 진행해 만점자에게는 추첨으로 소정의 상품을 전달했다.
또한, 네이버 웹툰 ‘도전 만화가’ 코너에 <49일의 약속>이라는 제목의 웹툰을 연재하거나 영산재를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영산재 앱게임’도 개발했다. 이 앱게임은 올해 초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수박 게임에서 착안해 제작한 것으로, 작은 공처럼 생긴 영산재 절차들을 순서대로 모아 마지막 절차까지 완성하면 되는 게임이다.
이 모든 온라인 콘텐츠가 5월부터 현재까지 약 6개월 간 이뤄진 결과물들이다. 각자 맡은 바 업무 파트도 나눠져 있다.
가장 막내인 황유진 씨는 웹툰과 애니메이션 제작을 박지혜 씨는 영상·카드뉴스 제작과 SNS 관리를 맡았다. 해외 경험이 풍부한 허윤서 씨는 카드뉴스 총괄·웹툰 영어 자막·언론 보도 자료 배포를, 팀장인 서준영 씨는 기획 총괄과 대외협력 업무·총무 역할을 수행했다.
이 같은 업무분장은 각자의 관심사가 반영된 결과다. 웹툰을 제작한 황유진 씨는 그림 그리기가 취미였고, 그래서 아이디어를 냈다.
“다른 서포터즈를 보면 인스타툰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영며들다’만의 차별성을 주고 싶었어요. ‘영산재가 굉장히 복잡하고 긴 불교의식인데 이를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을 했고, 불교보다는 문화의 형태로 대중이 받아들였으면 했어요. 그래서 대중들에게 조금 더 친숙한 스크롤 형태의 웹툰을 제작했죠. 공개하는 곳도 대중적이고 유명한 포털사이트 웹툰 플랫폼을 활용했습니다.”(황유진)
스님들이 배우고 익히는 영산재에 대한 지식을 압축해 전달하는 카드뉴스 제작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담당자인 박지혜, 허윤서 씨와 팀원들은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내용과 디자인을 확정했다.
“카드뉴스 제작에서 어려웠던 점은 저희가 영산재를 잘 모른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영며들다’팀은 매주 스터디를 하는 마음으로 주제에 맞춰 자료를 찾아오고, 이를 토대로 카드뉴스 담당자들이 내용을 정리해서 제작했습니다. 자료는 논문이나 불교계 언론 기사를 참고했죠.”(박지혜)
‘영며들다’팀은 코로나19 유행이 조금 줄어들면서 지난 10월부터는 오프라인 활동에도 나섰다. 영산재와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를 간단하게 엮은 팜플렛을 각종 행사에서 배포했고, 영산재 이수자 스님들과의 만남도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 9월 6일과 11일 영산재보존회 소속 신덕 스님, 일운 스님을 만나 영산재 보존 및 계승 현황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콘텐츠화해 공개했다. 스님들과의 만남을 통해 영산재가 우리 전통문화로서 보존과 계승이 이뤄져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신덕 스님, 일운 스님 모두 ‘영산재를 단순히 종교적인 색채로 바라보지 말고 우리의 전통 문화로 인식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매우 공감했어요. ‘영며들다’는 이를 바탕으로 카드뉴스, 앱게임. 웹툰을 통해서 인식 개선 활동을 지속적하려 합니다.”(허윤서)
11월부터는 통영 문화재야행에서 불교문화 체험부스 운영을 비롯해 E-MUSEUM 웹 전시 개최를 위해 현재 자료 수집 및 정리에 들어갔다. 온라인 박물관에는 영산재의 의미와 절차부터 주요 가무, 사용 물품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오는 12월로 ‘영며들다’의 공식 활동을 끝마치지만, E-MUSEUM을 통해 ‘영산재의 대중화’를 지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태고종에서 추진하는 영산재 박물관 건립에 기여하는 것도 ‘영며들다’팀의 목표이기도 하다.
인터뷰의 마지막, “영산재를 한마디로 말해달라”고 주문했다. “희망”, “양파”, “종합예술”, “동그라미”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영산재는 천도의식이지만, 현대에서는 위안부 피해자 위로나 코로나19 극복 등의 염원을 담기도 하더군요. 결국 천도 법문을 통해 남겨진 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영산재는 ‘희망’입니다.”(박지혜)
“어떻게 보면 영산재는 음악과 무용이 있는 종합예술이라고 볼 수 있어요. 판소리와 같이 영산재도 종교를 넘어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었으면 해요.”(황유진)
“보면 볼수록 새롭고,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요. 영산재는 까면 깔수록 새로운 게 나오는 ‘양파’ 같아요.”(허윤서)
“영산재는 산자와 죽은 자를 모두 포용합니다. 영산재는 ‘동그라미’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서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