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따라 중생 대하는 관세음보살
42. 관세음보살의 응신
“무진의여, 만약 어떤 사람이 62억 항하사 모래알 수만큼의 보살 이름을 받아 지니고, 다시 목숨이 다하도록 음식, 의복, 와구, 약품 등을 공양한다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선남자·선여인의 공덕이 많지 않겠는가?”
“매우 많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어떤 사람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받아 지니고 한때만이라도 예배하고 공양하면, 이 두 사람의 복이 똑같아 조금도 다름이 없어서 백천만억겁을 지난다 해도 다하는 일이 없으리라.
무진의여,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받아 지니면 이처럼 한량없고 가없는 복덕의 이익을 얻느니라.”
“세존이시여, 관세음보살은 어떻게 이 사바세계 다니며, 어떻게 중생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며, 그 방편의 힘은 어떠합니까?”
“선남자여, 만약 어떤 국토의 중생을 부처님의 몸으로 제도할 이는 관음보살이 곧 부처님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주며, 벽지불의 몸으로 제도할 이는 곧 벽지불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주며, 성문의 몸으로 제도할 이는 곧 성문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 주느니라. 범왕의 몸으로 제도할 이는 곧 범왕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주며, 제석의 몸으로 제도할 이는 곧 제석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주며, 자재천의 몸으로 제도할 이는 곧 자재천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주며, 대자재천 몸으로 제도할 이는 곧 대자재천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주며, 천대장군의 몸으로 제도할 이는 곧 천대장군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주며, 비사문의 몸으로 제도할 이는 곧 비사문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주며, 소왕의 몸으로 제도할 이는 곧 소왕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주며, 장자의 몸으로 제도할 이는 곧 장자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주며, 거사의 몸으로 제도할 이는 곧 거사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주며, 관리의 몸으로 제도할 이는 곧 관리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주며, 바라문의 몸으로 제도할 이란 곧 바라문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주느니라.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의 몸으로 제도할 이들에겐 곧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주며, 장자나 거사나 관리나 바라문의 부인의 몸으로 제도할 이들에겐 곧 그러한 부인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주며, 소년, 소녀 몸으로 제도할 이들에게는 곧 소년, 소녀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주며 천, 용, 야차, 건달바, 아수라, 가루라, 긴나라, 마후라가 등 사람인 듯 아닌 이의 몸으로 제도할 이들에겐 모두 그러한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주며, 집금강신의 몸으로 제도할 이는 곧 집금강신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해 주느니라.
무진의여, 이 관세음보살이 이와 같은 공덕을 성취하여, 가지가지 모습으로 여러 국토에 다니면서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케 하느니라. 그러므로 그대들은 마땅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을 공양해야 하느니라. 이 관세음보살마하살이 두렵고 위급한 환난 가운데서도 항상 두려움이 없는 무외(無畏)를 주나니, 그러므로 이 사바세계 사람들이 모두 그를 불러 두려움이 없도록 베푸는 이라 하느니라.”
무진의보살에게 관세음보살의 응신에 대하여 부처님이 말해 주는 장면이다. 보통 32응신이라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의 몸을 인연 따라 수없이 나타낼 수 있다. 보살의 명호 가운데 관세음보살의 명호가 가장 중시되는 이유가 이 장(章)에서 밝혀지고 있다.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수지하는 것이 62억 항하사 모래알 수만큼의 보살 명호를 수지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이는 한 보살이 전체의 보살 대역을 할 수 있다는 상징성을 뜻하는 말이다. 불교는 중생이 있는 곳에 불·보살의 본원이(本願) 있다고 말한다. 중생의 고난을 없애주는 대비원력이 있어 중생을 관찰하고 은혜를 베풀어 준다는 것이다. 관세음보살을 자모(慈母)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처럼 어머니의 은혜는 어느 누구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인연 따라 중생을 대하는 경우가 다양하기 때문에 응신의 모습이 여러 가지 몸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응신은 중생의 업보신(業報身)이 아닌 원생(願生)으로 나타나는 몸인 것이다. 이를 변역신(變易身)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