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정사 창건 30주년 ]2. 행복을 일구는 기도

기복불교·생활불교 향한 첫발 영험담 많은 이유는 ‘빠른 성취’ 시간·노력·전문가 처방 핵심 간절함 더해질수록 행복감 ‘UP’

2021-11-12     송지희 기자
안심정사가 봉행하는 특별방생법회에는 전국 6개 도량에서 기도정진하는 불자들이 대거동참한다.

재물·건강 위한 ‘재수불공’은
〈우바새계경〉 가르침에 토대
‘지장기도’는 최우선적 처방전
기도에 법문·상담·교리 더해 

불자들이 종교적 귀의를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 바로 ‘기도’다. 기도는 신행과 수행의 근본이자, 부처님 가르침을 삶 속에 녹여내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기도의 범주는 대단히 넓다. 사전적 의미만 살펴봐도 그렇다. 인간보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어떠한 절대적 존재에게 비는 행위 또는 의식으로서의 기도(祈禱), 어떤 일을 이루려고 꾀함. 또는 그런 계획이나 행동으로서의 기도(企圖), 바라는 것을 이루려고 꾀하는 기도(冀圖) 등. 범주는 넓지만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한 목적은 일맥상통이다. 한국불교에서의 절, 염불, 독경, 사경 등 대표적인 수행법이 모두 ‘기도’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유다. 

한국불교에서 ‘기도’는 기복불교의 상징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그 저변에는 절대적 존재에게 비는 행위 또는 의식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어떠한 일을 이루고자 하는 원력으로서의 기도 역시 궁극적인 목적은 ‘성취’로 귀결된다. 

기도도량 안심정사를 창건하고 일궈온 회주 법안 스님이 ‘기복불교’의 근간이 기도, 그리고 성취에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걱정 말고 기도하라”는 안심정사의 캐치 프레이즈에 이 같은 확신이 녹아있다. “성취가 없는 기도는 기복불교가 아니다”는 확신이다. 

한국불교 현실 속에서 톺아보면, 누구나 기도를 말하지만 기도를 통한 성취는 일부에 불과하다. 기도를 통한 영험담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유 역시 귀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성취’는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기에, ‘기도발이 잘 받는 불교성지’에 유독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코로나19 유행 이전 기도중인 불자들.
코로나19 유행 이전 기도중인 불자들.

안심정사의 지난 30년은 기도와 성취의 연관성에 대한 증명이다. 한평생 ‘기도발’로 유명한 성지를 찾아다니며 기도에 매진한 신심 깊은 불자들도 경험하기 쉽지 않은, 그토록 귀하디 귀한 영험담들이 유독 안심정사에선 흔한 경험담이기 때문이다. 안심정사 기도를 통해 즉각적인 성취를 경험하고 삶의 변화를 만나는 수많은 불자들이 있다. 

안심정사 기도가 특별한 이유, 빠른 성취와 그에 따른 영험담이 이례적으로 많은 이유를 회주 법안 스님께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시간과 노력, 전문가의 처방이 핵심입니다. 우선 기도는 부처님 가르침을 향한 믿음과 확신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인과법을 직접 체험하는 계기죠. 아무리 열심히 기도를 해도 그 목적과 의미가 모호하면 쉽지 않아요. 인과를 깨달아 금강석 같은 믿음에 깊이를 더하는 과정이 바로 기도입니다. 제대로 된 기도를 통해 빠르게 성취하면 이를 통해 인과를 깨닫게 되고 믿음과 확신이 생깁니다. 그러나 10년을 기도해도 믿음이 없고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성취의 과정도 더뎌요. 모두가 자신에게 맞는 기도가 있는데, 이를 잘 알아야 합니다. 의식수준과 전생의 습관, 현재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자신에게 필요한 기도를 제대로 해야 성취도 빠르기 때문이죠. 이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전문가의 처방입니다. 딱 맞는 처방을 통해 기도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 여기에 출가자의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약왕보살로 칭해지는 부처님과 같이, 근기와 처한 상황에 따라 그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제대로 된 기도처방에 시간과 노력, 즉 원력이 더해지면 빠른 성취가 따르고 이를 통해 인과법을 깨달아 더 깊이 있는 기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는 지난 30년 세월 동안 스님이 직접 체험했고 스님을 통해 수많은 신도들이 체험한 바를 분석한 결과다. 

“전생과 현생에서, 알게 모르게 지은 나쁜 업을 소멸하고 좋은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핵심이 바로 ‘기도’에 있습니다. 처음에는 시키는 대로 기도를 해요.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함이 있기에 부처님 가르침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에도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기도를 하다보면 작은 성취가 생깁니다. 지금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상황이 자신의 업에서 비롯됨을 믿고, 현재의 내가 이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그 순간 인과를 체험하게 되고 기도를 지속하다 보면 점차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인과를 깨달아 믿음과 확신에 토대를 둔 기도는 나와 주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는 동시에, 삶이 바뀌는 전환점이 될 수 있어요. 자연스레 부처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의식하는 계기, 즉 생활불교로 나아가는 길이 되는 것이죠.”

안심정사 회주 법안 스님이 불자들에게 최우선으로 처방하는 기도는 바로 ‘지장기도’다. 수많은 경전 중에서도 유독 〈지장경〉을 꼽는 이유는 업보를 소멸시키고 급한 소원을 원활하게 성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보자에게 적합하기 때문이다. 

법안 스님은 “〈지장경〉은 부처님의 마지막 가르침이 담긴 경전이자, 말법시대 중생들을 위해 설한 가르침이 담겨있다”며 “때문에 생사 모든 고민과 업보들이 지장보살의 불가사의한 큰 위신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최적의 경전”이라고 설명했다.

빠른 성취로 나아가다 보니 〈지장경〉을 수지독송하는 과정에서 하품이 나오고 눈물을 흘리거나 통곡하게 되는 순간이 잦다. 졸리고 잡념이 생기는 경우도 흔하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불자들이 “기도가 잘 되지 않는다” “지장기도를 시작한 후 더 힘들다”고 하소연을 한다. 이때 스님의 답 역시 명확하다. “자동차가 속도를 낼수록 바람소리도 거친 것처럼 힘든 증상이 나타날수록 기도가 제대로 되고 있다”는 것이다. 

논산 안심정사 전경

아무에게도 하지 못할 개인적인 사정과 속내를 털어놓는 것도 기도의 힘이다. 기도를 하면서 스님의 법문을 듣고 지속적인 상담을 받는 과정은 곧 부처님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과정 자체다.

이에 대해 법안 스님은 “부처님은 그야말로 상담전문가였다, 기도처방 역시 이미 부처님 재세시 전법의 일환으로 개개인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가르침을 전하는 방안의 일환이었다”며 “상담 과정에서 자신을 힘들게 하는 모든 것을 직시하고 이 모든 것이 인과임을 알게 되는 순간 변화가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안심정사의 ‘기도’는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에서 출발한다. ‘재수불공’이 대표적이다. 불자이건 불자가 아니건 세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염원하는 것, 바로 건강과 재물을 성취하는 기도다. 대단히 세속적으로 느껴지지만, 어디까지나 경전에 명확한 근거를 두고 있다. 

재가불자를 위한 가르침이 담긴 〈우바새계경〉이 대표적이다.

“선생이 세존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중생은 보리심을 어떻게 냅니까?’ ‘선남자여, 두 가지를 위하여 보리심을 내니 첫째는 수명을 늘리기 위함이고, 둘째는 재물을 늘리기 위함입니다. 또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보살종성(菩薩種姓)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고 둘째는 중생의 갖가지 죄와 고통과 번뇌를 끊기 위함입니다.’”〈우바새계경〉‘제2품_발보리심품’

부처님은 발보리심의 목적에 대해 가장 먼저 ‘수명과 재물을 늘리기 위함’이라고 설했다. 부처님은 재가불자들이 불교를 믿는 이유에 대해 이미 수명과 재물이라는 명확한 답을 제시한 셈이다. 

“우리 불자님들은 이렇게 말하면 의구심이 들지요? 너무 세속적이고 좀 수준 낮은 불교처럼 느껴지기도 할 겁니다. 이미 많은 불자들이 제게 말했던 의구심이기도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왜 그렇게 말씀하셨을까요?”

법안 스님은 “신심 깊은 불자들이 쉽게 놓치는 지점이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삶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이라고 짚었다. 

“예를 들어 불교를 모르는 이들, 혹은 삶이 고통스러워 종교에 의지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불교는 공(空)이나 연기, 무아의 진리를 담고 있다’고 하면 이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삶을 바꾸는 계기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요. 지금 처한 현실, 그리고 삶 속에서 당면하는 여러 문제들을 눈앞에 둔 사람들에게, 고상하게 깨달음과 진리를 전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부처님께서 특별히 재가불자들을 위한 법을 따로 설하면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즉 수명과 재물을 늘리기 위해 불교를 믿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깨달음의 마음을 내라고 가르치신 겁니다.”

법안 스님이 "기도를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소원은 세속적이고 유치찬란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이유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소원이야말로 결국 성취됐을 때 재가불자들의 삶에 가장 큰 변화와 행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한국불교의 근간이지만 하근기로 치부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기복불교와 생활불교죠. 세간에서 살아가는 재가불자들이 가장 원하고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동시에, 이상하게도 ‘하급(下級)으로 평가되지요. 그럼에도 가장 많은 공력이 필요하고 어려운 것이 기복불교와 생활불교입니다. 기복은 성취가 없다면 이룰 수 없고, 부처님 가르침이 삶 속에서 실현되지 않는 생활불교 역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복불교, 생활불교야말로 중생들이 부처님 가르침으로 다가서는 첫 발걸음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안심정사의 기도 프로그램이 ‘재수불공’에서 출발해 지장기도, 약사기도, 방생과 산신기도, 특별기도정진, 철야기도 등으로 나아가고, 동시에 불교교리교육, 경전강설 등으로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남자여, 두 가지를 위해 보리심을 내니 첫째는 한량없는 세상에서 큰 고통과 번뇌를 받으며 이익을 얻지 못함을 관찰하기 위함이고 두 번째는 비록 갠지스강의 모래알같이 많은 부처님들도 우리의 모든 몸을 제도하여 해탈 시킬 수 없기에 자신이 스스로 제도해야 한다는 것을 관찰하기 위함입니다. 또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모든 선한 업을 짓는 것이고, 둘째는 짓고 나서 잃지 않는 것입니다.”

〈우바새계경〉의 또다른 가르침이다. 부처님은 재가불자들의 가장 큰 원력이 재물과 건강에 있음을 명확히 제시하면서도,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실천행을 구체적으로 설한 셈이다. 선업을 짓고 이를 잘 유지하는 것, 다시 말하면 수명이 길어지고 재물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 궁극적인 지향점은 선업으로서 이를 잘 관리하는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법안 스님은 “부처님은 오직 ‘스스로가 믿고 실천하고 깨달아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셨다”며 “이는 재가불자 역시 스스로 주인됨을 일깨우는 가르침”이라고 강조했다. 

안심정사는 올해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반려동물·실험으로 희생 당한 동물들을 위한 특별천도법회, 인연을 맺는 천생연분 찾기 기도 등, 시대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가운데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사찰에 신도들이 안온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신도들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하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법안 스님의 신념에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고민과 이로 인한 고통을 치유하고 궁극적으로 중생들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스님은 “반려동물을 위한 특별천도법회와 천생연분 찾기 기도 모두 첫 시도인만큼 홍보를 크게 하지 않은데 반해 반응은 상당히 좋았다”며 “신도들의 요청이 많아 내년부터는 상·하반기 2회 정도로 정례화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송지희 기자 jh35@hyunbul.com